기자명 안광석 기자
  • 입력 2025.11.04 11:19

도요타 등 현지 경쟁사들과 동일선상 선 것이라는 분석
기존 '버티기'에서 공격적으로…마케팅 전략 전환 전망돼

서울시 양재동 현대자동차 및 기아 사옥.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서울시 양재동 현대자동차 및 기아 사옥.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지난 10월 말 한국과 미국 간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25% 품목 관세 직격탄을 맞아온 현대자동차·기아에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관세 협상 타결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양사 주가 모두 장중 10% 이상 급등한 후 박스권을 유지 중이다. 양호한 실적에도 관세 불확실성으로 저평가돼 온 양사의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기아가 한미 관세 협상 최대 수혜주가 아닌 관세 불확실성으로 예상되는 기하급수적 재무 피해를 겨우 면한 상태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4일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자동차 관세 25%에서 15%로 인하되는 방안이 포함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후 현대차·기아가 줄일 수 있는 연간 관세 비용은 3조원 후반대에서 4조원 초반대로 추정된다.

이중 현대차 절감분은 2조2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 사이다. 기아의 경우 1조6000억원에서 2조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 모두 분기 영업이익에 가까운 손실 보전 효과”라면서도 “양사는 지난 4월 초 25% 품목 관세를 부과받기 전만 해도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를 적용받았는데, 이번에 15%로 조정된 만큼 해당 부문 손실을 떠안고 도요타자동차 등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의미다. 엄밀히는 관세 협상 최대 수혜주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다”고 진단했다.

새 15% 관세율은 세계 최대 자동차 소비국인 미국 시장의 주요 경쟁국인 일본이나 유럽 등과 유사한 수준이다. 정확히는 현대차 및 기아는 미국 관세 부담이 0%에서 15%로 높아졌지만, 현지 최대 라이벌 업체인 일본 도요타의 경우 2.5%에서 15%로 높아져 현대차와 기아 대비 가격 반영 부담은 비교적 적다.

이에 현대차나 기아는 25% 관세 적용으로 경쟁업체들이 자동차 가격을 인하하는 와중에도 동결정책을 고수해 왔다. 이 때문에 25% 관세 적용 기간에도 미국 시장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은 신기록을 경신했지만, 수익성은 크게 줄었다.

현대차 IR 자료 및 증권가 리포트 분석에 따르면 현대차는 25%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한 올해 4월 초부터 9월 말까지 2조6492억원, 기아는 2조200억원으로 총 4조66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이번에 관세가 15%로 낮아짐으로써 도요타 등과 비슷한 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마련된 것이다.

현대자동차 울산항에서 수출용 자동차들이 선적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울산항에서 수출용 자동차들이 선적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024년 기준으로 생산한 자동차 4대 중 1대를 미국에 팔았을 정도로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관세 인상은 출혈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관세 인하에 따른 수혜 폭도 다른 기업들보다 훨씬 크다는 의미도 된다. 더욱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상 기존처럼 무관세로의 회귀는 처음부터 불가능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추후 전망은 나쁘지 않다.

당장 오는 4분기부터 관세 인하 효과가 실적에 부분적으로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3분기 대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불확실성 제거 효과와 함께 미국 내 인기 브랜드인 제네시스 및 SUV, 하이브리드차 등 고수익 차종 판매 비중이 견조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 흐름도 안정적으로 4분기 매출 증대 및 수익성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이같은 점을 반영해 현대차 및 기아의 오는 2026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대비 10~30% 상향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지난 반년간 오로지 관세 충격을 막기 위한 버티기 전략에서 벗어나 확보된 수익 여력을 바탕으로 ‘팰리세이드’나 ‘EV3’ 신차 출시에 맞춰 공격적인 판매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관세 리스크 해소로 사업 불확실성도 제거되면서 이재명 정부 방침인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 이행 가속화 및 친환경나나 자율주행 같은 미래 모빌리티 투자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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