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5.10.30 00:18

현대차그룹, 관세 부담 절반 줄어 연 4조 절감…조선업 협력 본격화 기대
철강·알루미늄 50% 관세 유지…中企 "관세 세부합의 환영…보완책 필요"

현대차 울산공장 선적부두에 수출용 자동차들이 대기 중이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 울산공장 선적부두에 수출용 자동차들이 대기 중이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대 현안이던 자동차 관세 인하가 전격 합의됐다. 그동안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통상 협상이 타결되면서 완성차와 부품업계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29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동차·부품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최종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형태로 즉시 발효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며, 연내 시행이 유력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출처=APEC 2025 KOREA)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출처=APEC 2025 KOREA)

이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의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며 "협상 문안과 팩트 시트가 모두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발효 시점은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되는 달의 첫날로 소급 적용하도록 돼 있어 내달 1일이 될 전망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실무 협상에서 자동차 품목 관세를 15% 수준으로 낮추는 방향에 잠정 합의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아직 발동되지 않아 후속 조치가 지연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산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받아왔다. 반면 일본과 유럽연합(EU)산 차량에는 2.5%의 기본 관세가 적용돼 한국산 차량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미국이 일본과 유럽연합(EU)산 차량에는 15% 인하된 관세를 적용했지만, 한국산 차량에는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양국 대비 약 10%포인트의 격차가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을 두고 대체로 큰 틀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동차와 조선 등 주력 산업의 대미 수출 불확실성이 완화됐지만, 철강은 기존 50% 고율 관세가 유지돼 업종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 사옥.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 사옥.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이번 조치로 가장 큰 수혜를 입는 업계는 단연 자동차 및 부품업계다. 관세율이 일본·EU(15%) 수준으로 인하되면서 대미 수출 물량 확대와 함께 한국 완성차의 가격 경쟁력도 회복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 안도감을 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 타결에 이르기까지 헌신적으로 노력한 정부에 감사드린다"며 "현대차·기아는 앞으로도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 등으로 내실을 더 다지겠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관세 인하 효과로 현대차의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 이상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아 역시 2조원대 초반으로 예상됐던 영업이익이 2조5000억원 수준까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기아가 3분기에만 총 2조4500억원의 관세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관세 부담액도 내년부터 절반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번 관세 인하로 현대차그룹이 연간 약 4조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한국과 일본, EU의 자동차에 동일하게 15% 관세가 부과되면서,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누려왔던 2.5%포인트의 관세 우위가 사라졌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관세는 0%, 일본·독일산은 2.5%였으나, 이번 조정으로 출발선이 같아졌기 때문이다.

이재명(왼쪽 네 번째부터) 대통령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그룹)
이재명(왼쪽 네 번째부터) 대통령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그룹)

조선업계도 이번 협상 타결을 계기로 한미 간 협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양국의 조선 협력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한국과 미국이 함께 선박 건조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며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비롯해 한미 협력 프로젝트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한화그룹이 인수한 한화필리조선소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양국이 추진 중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HD현대와 삼성중공업도 미국 내 군수지원함 공동 건조와 정비(MRO) 협력 확대를 추진 중이다. 업계는 이번 협력 강화가 한미 산업 동맹의 새로운 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포항제철소 철강 공정. (사진제공=포스코)
포항제철소 철강 공정. (사진제공=포스코)

반면 철강·알루미늄 업종은 이번 합의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50% 관세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중소기업계는 이번 협상 타결을 환영하면서도 철강·알루미늄 부문에 대한 후속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3개월간 이어져 온 한미 관세 협상이 세부 합의에 이른 데 대해 환영한다"며 "대미 수출 중소기업들은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대미 투자와 수출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율 인하는 다행이지만, 철강·알루미늄 등은 여전히 50%의 고율 관세가 유지돼 관련 중소기업들이 대미 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후속 보완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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