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5.11.05 15:38

올해 12개 차종 1만2000대 할인…2023년보다 차종·차량·할인폭 50%↓
배경에는 미국발 관세 부담 작용…일각선 내수 경쟁 약화 한몫 분석도

현대차 '2025 코리아 세일 페스타' 참가 이미지.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 '2025 코리아 세일 페스타' 참가 이미지. (사진제공=현대차)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가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에 맞춰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의 할인 규모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4월부터 시행된 미국발 관세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실적 부담이 커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5일 뉴스웍스가 2023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3개년간 현대차의 코세페 세일 현황을 분석한 결과, 차종 수·대상 차량 수·할인 폭이 모두 2년 새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9일부터 열린 올해 코세페는 오는 16일까지 진행된다. 현대차는 승용과 RV 등 12개 차종, 총 1만2000여 대를 대상으로 할인 행사를 운영 중이다. 

제네시스 'GV80'. (사진제공=제네시스)
제네시스 'GV80'. (사진제공=제네시스)

주요 차종별 혜택은 ▲쏘나타·투싼 최대 100만원 ▲그랜저·싼타페 최대 200만원 ▲아이오닉9 최대 500만원이며, 제네시스는 ▲G80·GV70 최대 300만원 ▲GV80 최대 500만원이다. 

2023년에는 현대차가 승용·RV 21종, 상용 2종 등 총 23종 약 2만4500대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당시 ▲캐스퍼 최대 17% ▲코나 최대 200만원 ▲그랜저 최대 400만원 ▲제네시스 G80 최대 10% ▲파비스·마이티 각각 최대 500만~400만원 등 폭넓은 혜택이 제공됐다. 또 'EV 세일 페스타'와 병행해 ▲아이오닉5·6 최대 600만원 ▲코나EV 최대 400만원 등 전기차 중심의 할인이 강화됐다.

이듬해인 2024년에는 할인 차종이 24종으로 소폭 늘었지만, 대상 차량 수는 약 1만9000대로 전년 대비 22.4% 감소했다. 

현대차의 중형트럭 '2025 더 뉴 파비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의 중형트럭 '2025 더 뉴 파비스'. (사진제공=현대차)

당시 최대 할인 폭은 ▲파비스 1000만원 ▲아이오닉5·6·팰리세이드 500만원 ▲제네시스 브랜드 최대 7% ▲쏘나타·그랜저·싼타페 200만원 등으로, 중형트럭인 파비스를 제외하면 2023년보다 축소된 셈이다.

결국 2023년 23종에서 올해 12종으로 차종 수는 절반 이하로 줄었고, 대상 차량 수도 2만4500대에서 1만2000대로 줄며 2년 새 50% 이상 축소됐다. 할인 폭 역시 최대 600만~1000만원에서 올해 500만원 이하로 낮아졌다. 특히 올해는 기존 아이오닉5·6, 코나EV 등이 제외되고, 신모델인 '아이오닉9'만 할인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현대차는 할인 규모를 줄이는 대신 경품 이벤트를 강화했다. 차량 견적 상담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LG전자 77인치 올레드 AI TV(1명) ▲의류관리기 스타일러(4명) ▲고든밀러 세차 키트(1000명)를 제공하기로 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선적부두에 수출용 자동차들이 대기 중이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 울산공장 선적부두에 수출용 자동차들이 대기 중이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올해 현대차가 할인 폭을 줄일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미국발 관세 부담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3분기 관세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약 1조8212억원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분기(약 8280억원) 대비 두 배 이상 확대된 수준이다. 관세 부과 이전에 확보해 둔 재고 물량이 소진되면서 3분기에는 관세 부담이 실적에 직접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할인 폭을 줄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현대차는 지난해까지 글로벌 호황으로 높은 수익을 내면서 예전에는 할인을 크게 해도 이익이 남았다. 그러나 올해는 미국발 관세 부담이 계속 늘어나면서 할인 축소가 불가피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이 올해 승용차만 600만대 이상 수출하며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 현대차가 내수·수출 양쪽에서 모두 긴장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할인할 필요가 없는 구조'에 놓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기아가 국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다 보니 굳이 세일에 적극 나설 이유가 없다"며 "6개월 이상 누적되던 재고가 줄고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차종과 할인 폭을 줄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3년에는 전기차 재고 과잉이 문제였지만, 올해는 내연기관과 전기차 모두 안정적인 판매세를 보인다"며 "중국 BYD의 부진과 한국지엠·르노코리아·KG모빌리티 등 중견 3사의 저조한 실적으로 내수 경쟁이 약화한 것도 할인 축소의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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