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1.06 16:30
중형 7년, 대형·전기차 9년까지 운행…최대 45만km 제한
신규 차량 구매 비용 절감에 따른 렌트요금 인하 기대감↑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앞으로 렌터카의 사용 기한이 최대 9년까지 늘어나는 대신, 안전 확보를 위해 최대 주행거리가 제한될 예정이다. 차량 교체 주기 완화로 인한 비용 절감이 소비자 대여료 인하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토교통부는 5일 렌터카의 차령(사용 기한) 규제를 완화하고, 최대 운행 거리를 제한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다음 달 14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번 개정이 자동차 기술 발전에 따른 내구성과 안전성 향상과 중소업체의 경영 부담 완화, 소비자 편익 증대 등 민생 회복 효과를 고려한 것"이라며 "렌터카의 차령 규제 완화와 안전 문제 해소를 위해 주행거리 제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렌터카 사용 기한 연장과 차량 등록 기준 완화다. 중형 승용차의 사용 기한은 기존 5년에서 7년으로, 대형은 8년에서 9년으로 늘어난다. 전기차와 수소차 역시 최대 9년까지 운행이 가능해진다.
차량 충당 연한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확대된다. 그동안 대·폐차(차령이 만료되거나 운행 거리를 초과한 차량 등을 다른 차량으로 대체) 시 신차 출고 후 1년 이내 차량만 신규 등록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출고 후 2년 이내 차량도 렌터카로 등록할 수 있다.

국토부는 개정안을 통해 차량 교체 비용이 큰 중소 렌터카 업체들의 부담이 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국내 렌터카 업체의 97%(1154개사)가 중소기업으로, 제도 개선 효과가 이들 업계에 집중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차령 완화로 인한 신규 차량 구매 비용 경감이 소비자 대여료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신차의 평균 폐차 연령은 2000년 8.4년에서 2021년 15.6년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자동차 기술 발전과 정비 시스템 고도화로 내구성이 향상된 만큼, 렌터카 차령 완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온다.
다만 차량의 사용기간이 길어지면서 안전성과 품질 관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국토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차량별 최대 주행거리 제한 규정을 신설했다. 경형·소형 승용차는 25만km, 중형은 35만km, 대형 및 전기·수소차는 45만km를 초과하면 사용기한이 남아 있어도 렌터카로 운행할 수 없다.
배성호 국토부 모빌리티총괄과장은 "이번 여객자동차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관련 업계에 활력을 부여하는 소비자의 렌터카 이용 요금 절감과 함께 과도한 주행거리로 인한 안전 문제 우려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렌터카 업계는 이번 개정안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차량을 더 오래 운행할 수 있게 되면 잔존가치가 높아지고, 이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장기 렌트 요금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중소 렌터카 업체들의 부담이 줄면서 장기 렌트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차량 충당 연한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나면서 중소업체들이 2년 이내 중고차를 렌터카용으로 매입해 운용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이에 따라 초기 자본이 적은 소형 렌터카 업체들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중고차 렌트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음 달 입법예고 이후에는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규제영향평가 절차가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이르면 내년 초에서 3월 사이 제도 시행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비자 체감 혜택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차량 노후화에 따른 정비 비용 상승과 중고차 가치 하락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결과적으로 대여료 인하 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노후 차량 렌트 증가로 인해 안전관리 강화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의 평균 수명이 이미 10년을 넘는 만큼, 사용기한 9년은 과도하지 않다"면서도 "주행거리가 30만km를 넘으면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품들이 많아지는 만큼, 렌터카처럼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차량은 정기 검사와 주요 부품 교체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브레이크나 엔진 등 핵심 부품은 일정 주행거리 이상이면 이상 유무와 관계없이 교체하도록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