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1.13 20:00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정부 및 삼성전자·SK그룹·현대자동차그룹·네이버에 총 26만장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GB200)'을 공급한다고 밝히면서 '피지컬 인공지능(AI)'이 주목받고 있다. 뉴스웍스는 피지컬 AI의 정의와 구현 분야, 국내외 사례 등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더불어 제대로 된 피지컬 AI 구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한 AI 전문가들의 조언도 담는다.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네이버가 미국 엔비디아로부터 각각 5만~6만대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도입, 피지컬 AI를 기반으로 한 AI 팩토리 구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최근 엔비디아가 한국에 26만대의 GPU를 우선 공급하기로 하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3번째로 GPU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이런 가운데, 대규모 GPU 확보가 한국이 '피지컬 AI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내에서 중국·미국에 비해 뒤져 있는 피지컬 AI 활성화를 위해 어떤 해법이 필요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블랙웰 등 첨단 칩을 미국 외에는 누구도 갖지 못하게 하겠다"고 언급해 GPU 국내 공급이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엔비디아 GPU는 이미 국내 운송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GPU 공급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추경 때 GPU 예산을 확보해 이미 제품을 주문했다"면서 "현재 배를 타고 잘 오고 있다고 한다"고 밝혀 한 때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피지컬 AI를 위해 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는 8년 전부터 피지컬 AI 기술을 연구해 왔다면서 피지컬 AI 구축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5일 실적 발표 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우리는 개념이 나오기 전인 2017년부터 네이버 랩스를 설립해 피지컬 AI를 위한 기술을 선행 연구해 왔다"며 "이에 집중한 결과, 피지컬 AI 기술은 지금 글로벌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본사 건물인 1784를 설립한 후 실제 환경을 테스트 베드로 활용해 로봇이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자율 이동하고, 네이버 클라우드에서 실시간 제어되는 환경을 구축, 국제적 사례를 확보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다는 점,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풀 스텍 AI 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여러 제조업체에 맞춤형 클라우드를 여는 데 기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지금까지 피지컬 AI의 핵심 경쟁력이 소프트웨어 파워라고 판단에 관련 제품 개발에 주력해 왔다. 또 이는 다양한 제조사 로봇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표준화된 OS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GPU 도입을 통해 현실 공간과 디지털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차세대 피지컬 AI 플랫폼을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네이버클라우드의 디지털 트윈·로보틱스 등 차세대 기술 역량과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등 3D 시뮬레이션·로보스 플랫폼을 결합해 피지컬 AI 플랫폼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도 로봇을 통한 피지컬 AI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2대 주주였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콜옵션 행사로 3500억원을 투자, 35%의 지분율로 최대 주주에 올라섰다.
삼성전자에서 로봇 개발을 총괄하는 오준호 미래로봇추진단장은 최근 열린 '국제 로봇 심포지엄(ISR) 2025'에서 "삼성 입장에서는 휴머노이드는 새로운 도전이지만, 삼성은 기술 프로바이더(제공자)이자 커스터머(고객)로 풍부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며 “소프트웨어·로봇 손 등을 연구 중이고, 엔비디아 등 빅테크와도 협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액추에이터를 비롯한 휴머노이드 하드웨어를 개발 중"이라며 "핵심 부품까지 내재화하겠다"고 밝혀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위한 기술력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휴머노이드 시제품 출시에 대해 "곧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또 엔비디아의 GPU 도입을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도 로봇 계열사인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인간처럼 걷고 달리며, 복합 동작을 소화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상용화에 뛰어들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제조업의 미래는 사람과 기계의 협업에 있다"며 "그룹 매출의 20%를 로보틱스 분야에서 창출하겠다”며 로봇 사업을 그룹 핵심 성장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로보틱스 랩을 신설한 데 이어 2021년 로봇 업계의 '치트 키'로 평가되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약 1조원에 인수했다. 특히 그룹은 미국 내에서 로봇을 생산하기 위해 50억달러(약 7조2000억원)를 추가 투자하고, 올해 말 아틀라스를 조지아 신공장에 시범 투입할 계획이다.
이번 GPU 공급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LG전자도 엔비디아의 범용 휴머노이드 추론 모델 ‘아이작 GR 00T’를 기반으로 자체 피지컬 AI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한 학습용 데이터 생성·시뮬레이션 등에도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개발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재 피지컬 AI의 선도국은 중국이며, 미국이 바짝 추격하는 형국이다. 잠재력은 있지만, 경쟁에서 다소 뒤처진 한국이 열세를 극복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로봇에 GPU 지능을 넣어 학습한 데이터를 돌리면 높은 전력이 소모되는 게 큰 문제'라며 '저전력', '초저지연'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는 "네이버 본사에서 운영하는 커피 배달 로봇의 경우, 이동과 무선통신에만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동작시간이 길다"면서 "그러나 휴머노이드는 다르다. 단순 이동이 아닌 지능을 바탕으로 한 AI 연산에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따라서 저전력 AI 반도체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D램 등 비휘발성 메모리를 활용해 저전력 AI 반도체를 개발한다면 연산에 더 적은 전력을 소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피지컬 AI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양방향성을 온전히 확보해는 동시에 고신뢰성을 보장해야 한다.
방효창 두원공대 교수는 "유튜브의 경우 서버에서 데이터를 내려받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다. 대부분 구조가 업로드는 속도가 느리고, 다운로드 속도만 빠르다"면서 "이런 통신망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보안, 지연에 경로 제어를 잘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프런트단(엣지단)에서 서버까지 안 가고 망까지만 가서 다른 쪽하고 연결해주는 구조가 꼭 필요하다. 데이터 중앙서버에서 처리하고 오면 딜레이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운영체제에 해당하는 것을 AI 기반으로 자동화 오퍼레이션을 바로바로 처리해 주는 '지능형 연결망'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네트워크는 그런 구조가 아닌 데 AI 특성에 맞게 바꿔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I 모델이 경량화되는 것도 필수적이다. 피지컬 AI에 들어가는 AI 모델의 파라미터 수를 줄이는 것, 시냅스 수를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각 지역에 위치한 데이터센터를 연결해 주는 '분산처리 고속도로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AI 기업들은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에 멀티로 이어져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분산망 구조로 돼 있는 것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네트워크망 구축이 부족하다. 개별 기업이 하나의 데이터센터만 활용하게 된다. 일례로 네이버는 춘천·세종·광주에 데이터센터를 가지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3개가 분산되다 보니 이를 연결해주는 구축 과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통신사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 5G 단독 모드(SA)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5G SA는 5G 어드밴스로 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통신 당국이 5G SA로의 전면 전환을 정책 과제로 꺼내 들었다. 국내 통신 인프라는 5G 도입 이후 정체돼 있으며, 통신사들은 그동안 LTE 기지국을 5G와 함께 쓰는 비단독모드(NSA)에만 의존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