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광석 기자
  • 입력 2025.11.12 16:42

방사청, 14일 분과위서 수의계약 안건 상정 전망
국회 국방위 및 민간위원 상생안 마련 권고와 충돌

HD현대가 지난 5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전시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설계 모형. (사진=안광석 기자)
HD현대가 지난 5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전시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설계 모형. (사진=안광석 기자)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1년이 넘도록 표류 중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또 다시 보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발주처인 방위사업청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 소속 민간위원들 및 국회 국방위원회 등은 수의계약 형식보다는 주요 선도함 선정 후보인 HD현대와 한화오션 간 상생안 및 자유경쟁입찰 방안 마련을 촉구해 왔다. 하지만 방사청은 여전히 수의계약 방식을 주장하고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

1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오는 14일 분과위를 열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안건을 상정한다. 다만 관례대로 기본설계를 수행했던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다는 안건을 단독 상정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동안 국회 국방위와 분과위 소속 민간위원들은 방사청에 수차례 “상생안이나 경쟁입찰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방사청은 지난 3·4·8·9월 회의에 이어 이번에도 동일한 안건을 반복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의 입장은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까지 이어가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와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과거 HD현대중공업이 해군 기밀 유출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을 들어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해 왔다.

국방위 관계자는 “기밀유출 기업과 수의계약은 국민적 신뢰를 무너뜨린다”며 “대한민국 방산의 투명성은 절차적 정당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사청이 감사원 컨설팅이나 공정거래위원회 유권해석 같은 외부 검토도 진행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업계에서 나온다.

방사청은 지난 11월 7일과 10일 열린 민간위원 사전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전설명회 상황을 잘 아는 한 군사전문가는 “여전히 같은 자료, 같은 설명이었다”며 “방사청이 민간위원들이 지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듯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복수 방산업체로 지정하면서 제도적으로 경쟁입찰과 공동개발의 여지를 남긴 것이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방산업 특성상 영속성 확보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기본계약을 체결한 방산업체가 주도하는 수의계약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게 방사청 주장이다. 경쟁입찰로 노하우가 없는 업체가 간혹 선정되거나, 공동건조 방식이 되면 시간 및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또 이후에도 설계 변경 등으로 인한 사업 지연에 발주국가 등으로부터의 신뢰도 하락을 감내해야 한다.

이에 따라 미국·영국·프랑스 등 주요 군사 강국들도 첨단 함정 건조 사업에서 한국의 수의계약과 비슷한 형태인 ‘원 디자인 원 빌더(One Design One Builder)’ 방식을 채택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방사청이 공정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면 충분히 병행 추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석종건 방사청장도 지난 10월 국감에서 “법적으로 KDDX 1·2번함 동시 발주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방사청이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이번 분과위에서도 KDDX 관련 안건은 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책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미래 해군력의 방향을 결정짓는 순간에, ‘어디가 이익을 보느냐’만 따지는 곳이 대한민국의 국방기관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며 “KDDX는 단순한 조선 프로젝트가 아니라 대한민국 해군의 미래 전력 기반인데 방사청이 여전히 형식적 절차 반복에 머문다면, 해군력 강화라는 국가적 목표는 실현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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