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광석 기자
  • 입력 2025.11.14 18:49

14일 분과위서 수의계약 안건 상정했으나 반대 부딪혀
추후 논의 일정 미정…국가안보 시급한데 악순환 우려

HD현대가 지난 5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전시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설계 모형. (사진=안광석 기자)
HD현대가 지난 5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전시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설계 모형. (사진=안광석 기자)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유력 사업후보인 HD현대와 한화오션 간 갈등으로 1년 넘게 표류 중인 7조8000억원 규모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추진이 또 다시 보류됐다.

현재 KDDX 사업 방식으로 수의계약 및 자유경쟁입찰, 공동건조 등 세 가지 방안이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결국 이해관계자들 간 이견 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발주처인 방위사업청은 관례대로 기본설계 계약 업체(HD현대중공업)와의 수의계약을 주장한다. 반면,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 소속 민간위원들 및 국회 국방위원회는 자유경쟁입찰 및 공동건조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1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이날 오후 분과위를 열어 기본설계를 수행했던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안건을 상정했다. 그러나 민간위원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결국 주도 사업자 및 건조 방식을 결론내지 못했다.

통상 안건이 분과위를 통과하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주도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서 최종 확정된다. 방사청은 조속히 KDDX 주도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올해 분과위에서 여러 차례(3·4·8·9월) 상세설계 안건을 통과시키려 했으나 번번이 좌절됐다. 가장 최근 KDDX 안건이 심의된 지난 10월 30일과 11월 7일 분과위에서도 모두 결론을 내지 못하고 보류된 바 있다.

KDDX는 국가 안보상 서둘러야 하는 중요한 과제이나, 추후 언제 분과위가 다시 열릴 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방사청 측은 방산업 특성상 영속성 확보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그동안 관례대로 기본계약을 체결한 방산업체가 주도하는 수의계약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경쟁입찰로 노하우가 없는 업체가 간혹 선정되거나, 공동건조 방식이 되면 시간 및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이후에도 설계 변경 등으로 인한 사업 지연에 발주국가 등으로부터의 신뢰도 하락을 감내해야 한다.

이에 따라 미국·영국·프랑스 등 주요 군사 강국들도 첨단 함정 건조 사업에서 한국의 수의계약과 비슷한 형태인 ‘원 디자인 원 빌더(One Design One Builder)’ 방식을 채택 중이다.

이에 맞서 방사청 분과위 6명의 민간위원들과 국회 국방위, 그리고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과거 HD현대중공업이 해군 기밀 유출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을 들어 수의계약은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해 왔다. 미국이나 영국 등 군사강국의 경우 안보를 무너뜨리는 부정행위가 발견되면 선도 사업자 지위는 고사하고 입찰 자격도 주지 않고 처벌하기 때문이다.

국방위 관계자는 “기밀유출 기업과 수의계약은 국민적 신뢰를 무너뜨린다”며 “대한민국 방산의 투명성은 절차적 정당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사청이 기본설계 업체와 수의계약 체결이라는 관례를 고수하기 위해 감사원 컨설팅이나 공정거래위원회 유권해석 같은 외부 검토도 진행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업계에서 나온다.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복수 방산업체로 지정하면서 제도적으로 경쟁입찰과 공동개발의 여지를 남긴 것이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이에서도 경쟁입찰이 어려우면 공동건조도 가능은 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방사청이 공정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면 충분히 병행 추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석종건 방사청장도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법적으로 KDDX 1·2번함 동시 발주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책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미래 해군력의 방향을 결정짓는 순간에, ‘어디가 이익을 보느냐’만 따지는 곳이 대한민국의 국방기관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며 “KDDX는 단순한 조선 프로젝트가 아니라 대한민국 해군의 미래 전력 기반인데 방사청이 여전히 형식적 절차 반복에 머문다면, 해군력 강화라는 국가적 목표는 실현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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