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 오전 7시20분 알베르게를 떠났다. 고원지대 티네오는 아침 기온이 차다. 이제 산티아고까지는 257㎞, 한 열흘쯤 남있다. 즐거운 인생...6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국인 부부, 그들도 프랑스 바욘을 거쳐 이룬에서 걸어왔단다. 이것 저것 알아봤지만 그 중 제일 좋은 Buen Camino앱에 의지해 매일 잘 걷고 있다며 그 편리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들은 젊은이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는 것 같고 술도 안먹는단다. 반면 정보엔 매우 민감하다. 날씨, 지형, 알베르게, 호스텔 등의 다음 목적지 정보를 구석에 앉아 제일 먼저 상
모성(母性)을 상선약수(上善若水)로 비유했다. 끝없이 오직 사랑으로 감싸고 참으며 자식을 위해서라면 온갖 궂은 일 마다 않는 모성이 항도(恒道)와 같은 물의 속성을 닮았기 때문이다. 이런 본연의 모성을 상선약수라 하고, 이를 항도와 같다고 한다면 무위자연(無爲自然), 항도(恒道)와 같이 살라고 권고했던 노자의 세 가지 처세의 보물, 자검후(慈儉後)는 모성과 같이 무위한 사랑의 처세술이어야 한다.모성은 상선약수, 모성은 자검후, 또 모성은 다시 자검후, 상선약수로 순환반복하는 동의어가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모성, 물, 자검후의 속성
'똑똑'어두운밤움츠린 마음두드려요 '두근'빛나래로어둠속 성령안겨줘요 '감사'달빛천사축복에꽃님기쁨가득◇작품설명=밤하늘 달빛에 들떠있는 꽃님들의 수줍음을 표현하였습니다.
프리미티보 첫 밤을 알베르게 앞 공원에 친 텐트 속에서 비몽사몽 보냈다. 8시 반쯤 도착한 빌라 드 가르도(Villa de Gardo)알베르게에는 이미 여석이 없었고 그리하여 공원에 텐트를 친 것이다.잠을 설친 실제 이유는 청소년들에게 있다. 금요일 밤은 고등학생쯤 보이는 가르도 남녀 청소년 들에게도 불금인 게 분명하다. 텐트 앞에 어둠과 함께 하나 둘씩 모여들어 새벽 2시까지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괴성이 어우러졌던 불타는 금토요일이었기 때문이다.잠을 설쳐 힘든 8월 10일 아침, 텐트 두드리는 소리에 깨보니 알베르게에서 일하는 청년
8월 9일 오전 8시 알베르게를 나서 엊저녁 제대로 못 본 시내 중심부를 둘러본 후 가르도(Gardo)로 출발한다. 몸 상태 구우웃 ~날씨도 구우우웃~! 오늘도 즐겁게 또 하루를 살자. Town Hall을 지나자 나타나는 ‘CATEDRAL de San Salvador de Oviedo’. 그 위용과 첨탑의 장식적 다채로움이 호주 멜번 시티의 캐드럴, 그리고 파리에서 본 성당 노틀담의 첨탑을 많이 닮았다. 여기서부터 노르테 루트 해안길로 가거나 프리미티보 루트 그라도로 가든가 양자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이다. 그 중심에 오베이도 카테드
어젯밤은 올드타운에서 오다 말다하는 비룰 피하려 바(Bar)에 앉아 있다가, 옆자리에서 시드라를 마시던, 부부를 만나 합석하게 되었다. 7살 딸아이와 함께 저녁산책 겸 나왔다고 한다. 히훈에서 산다.영국 맨체스터가 고향이라는 45살 주부 샘(Sam)은 표정이 밝고 의사표현이 적극적이다. 자기도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이라고 소개 한다. 그에 비해 다소 수줍은 듯 표현하는 남편 마누(Manu)는 요가를 좋아하고 컴퓨터 관련 기술지원을 하고 있는 48살 스페인 남자라고 한다. 내가 휴대하고 있는 버나연료 가스통을 보며 자기도 2
원래 히혼에서 이틀쯤 쉬다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약 5㎞ 전 Deva Camping Site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니 마음이 변한다. 감정은 쉬고 싶은데 이성이 이끌거나 이성은 쉬어야 한다는 데 감정은 떠나고 싶어 한다. 축축한 데바? 히혼? 떨어지기 시작하는 비 때문이다. 오다 그쳤다 하는 빗 소리를 자장가 삼아 그냥 자자. 내일 또 해가 뜨려니…8월 7일 아침 해가 쨍 빛났다. 히혼 바닷가에 Camping Gijon이 하나 더 있다. 텐트 말리고 나서 오늘은 그곳으로 옮겨 가 원래 계획대로 하루종일 시내 관광을 하자. 걷는 도중
오늘은 8월 6일. 까미노 델 노르테를 걷는 길의 마지막 날이다. 25㎞ 정도 걸어 히혼(Hijon)에 도착하기 위해 아침 7시 알베르게 비야비시오사 호스텔을 나섰다. ‘만물에게 도움을 주고 다투지 않으며 남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하라, 상선약수(上善若水)'. 오늘의 화두다.히혼으로 빠지는 길을 묻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 가만히 다가와 오른쪽으로 가라고 일러준다. 휴가 일정 때문에 서쪽 끝 피스테라에서 남쪽으로 약 30㎞ 떨어진 멋진 곳으로 3일 정도 더 걸어가 거기서 버스 타고 빌바오에 간 뒤 체코로 돌아갈 것이라고
집 떠난 지 한 달이 지났다. 남은 기간은 60일 중 30일도 안 남았다. 생각해보니 그간 참 잘 살았네. 나머지 한 달도 즐겁게 걷고, 살며, 꿈꾸자, 박인기의 산티아고 몽유도!8월 5일 오전 10시 히혼(Gijon) 방향으로 향한다.강원도 옥시기(옥수수의 방언)는 이미 피서철이 지나면서 파장일 텐데 여긴 이제 여물기 시작한다.코룬가 시내로 향하는 뜨거운 언덕길에는 옥시기와 함께 사과가 특히 잘 자라는지 사과 과수원이 참 많다.그 사과의 단 맛을 지키려는 듯 과수원 집 대문기둥 장식품도 눈 부릅 뜬 부엉이다.시드라(Sidra)는
8월 4일 일요일 오전 8시 길을 나서며 지난 밤을 생각해본다. 사설 알베르게 레포소 Reposo del Andayon (www.reposodelandayon.com)에서 보낸 어제 밤을. 전혀 예상치 않았던 인연이었다. 약 9시간 동안 약 22㎞의 길을 걸어 찾아갔더니 첫 인상 느낌이 웬지? 너무 조용해서 긴장되었었다. 식탁에 10여명이 둘러 앉아 막 식사하려던 참이었던 것 같다. 여주인이 문 열고 나와 대뜸 "예약했느냐"고 물었다. 알베르게에 예약? 예약없이 왔다고 했더니 "마침 한 자리가 비어 괜찮다"며 안심시켰다.그러더니 나
더위 피해숨어든계곡의장쾌한 물소리에바람따라 물따라상쾌한 마음길열어줬다.쏴아~!파란마음하늘을 감싸고생명을노래했다.◇작품설명=무더운 여름 시원한 계곡물에서 뛰놀던 어릴적 모습을 표현하였습니다.
8월 3일 오전 11시 길을 나서는 모퉁이, 실속없이 몸뚱이만 굵은 캠핑사이트 '팜 트리'가 눈에 띈다. 아니, 실속없다는 내 표현은 잘못 된 것 같다. 그 팜 트리는 다양한 생명체를 그 몸 여기저기 무심하게 품고 있었는데...솔직히 내 실속있는 삶의 모습은 이웃을 품어 본 적이라도 있었던가? 눈에 보이는 모든 이웃이 다 인생길의 스승인데... 소위 선진국의 품격은 내가 느끼기에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인간적 관계를 형성해 나아가는 것 같다. 누구나 상대를 이해하고자 존중하는 기본적인 친절이 몸에 배어 있으니 말이다.P
8월 2일 금요일 오전 9시30분 플로르 알베르게를 떠났다.산길을 걷는데 왠지 익숙한 느낌이다. 우측에 밤나무 좌측으로 옥수수밭이 길게 늘어섰다.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프리미티보 까미노 원조길을 암시하 듯 높고 뾰죽한 산이 멀리 앞 길에 산맥까지 마련해 놓았다.산 들 바다, 여긴 분명 강원도 길이다. 강원도, 20여년을 살며 내게 제2의 고향이 되어버린 삼척, 태백, 정선...그 강원도 국도길을 참 무심하게 많이 오르고 내렸었지...가족과 떨어져 지내면 모든 길이 아름답고도 서글프다.순례길에서 처음 73세 미국 할아버지를 만났다.
침대를 지고 다니는 사람은 순례길에서 느긋하다. 백패커를 이르는 말이다. 엊저녁도 오후 6시 알베르게에 도착했지만 이미 빈 침대가 없었다.배낭을 올려 놓거나 스틱을 올려 자리 확보해놓고 모두 산골마을 하나밖에 없는 바로 나갔다.대체로 지자체가 운영하는 여관(municipal albergue)은 비교적 넓은 부대공간을 가지고 있다. 오늘 만난 잔디 마당처럼...적당한 곳에 자리 잡아 텐트 치고 잠시 쉬다보니 내 뒤로도 하나 둘씩 들어 온다. 모두 백패커들이다. 다음날 아침도 마찬가지다. 모두 일찍 떠난 자리, 느긋하게 샤워하고 아침
7월 30일 텐트에서 자고 7월 31일 오전 11시 출발했다. 까미노를 걷다보면, 길 위에 살다보면, 지금 내가 걷는 길이 내가 선택한 마이 웨이이고, 그래서 내가 사는 이 길이 곧 나의 순례길이 된다. 매일 다양한 모습으로 울림을 주던 프랑스, 미국, 스페인, 벨지움, 체코, 헝가리 사람들은 물론 풀냄새 나는 산소 숲길과 툭 터진 바다, 푸른하늘에 풀어놓은 솜사탕 구름과 불어오는 바람까지 모두 내 삶의 소중한 은인이 된다. 잊는다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살면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걷는 모든 길이 바로 내 삶을 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