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기의 산티아고 몽유도㉛] 바(Bar)에 순례객 들어오면 주민들이 자리 비켜줘
[박인기의 산티아고 몽유도㉛] 바(Bar)에 순례객 들어오면 주민들이 자리 비켜줘
  • 최승욱 기자
  • 승인 2019.08.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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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인기)

모성(母性)을 상선약수(上善若水)로 비유했다. 끝없이 오직 사랑으로 감싸고 참으며 자식을 위해서라면 온갖 궂은 일 마다 않는 모성이 항도(恒道)와 같은 물의 속성을 닮았기 때문이다. 이런 본연의 모성을 상선약수라 하고, 이를 항도와 같다고 한다면 무위자연(無爲自然), 항도(恒道)와 같이 살라고 권고했던 노자의 세 가지 처세의 보물, 자검후(慈儉後)는 모성과 같이 무위한 사랑의 처세술이어야 한다.

(사진=박인기)

모성은 상선약수, 모성은 자검후, 또 모성은 다시 자검후, 상선약수로 순환반복하는 동의어가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모성, 물, 자검후의 속성 세 가지를 하나로 은유하자면 생명(生命)이라고 바꿔 부를 수 있다. 왜냐하면 생명의 이치는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조화롭게 함께 어울리며 본성대로 살아가는 것, 즉 물과 자검후, 모성의 이치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생명으로 보지 않고 산업으로 풀면 그곳에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자의 길, 선생으로서의 길, 디자이너로서 걸었던 (내 삶의)길이 혹시 산업의 길은 아니었을까?

(사진=박인기)

사람은 걷고 살며 꿈꾸는 삶을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 온 사람의 삶이 곧 길이라고 본다. 삶의 길은 어떤 길이어야 할까? 지난 70년을 돌아 보면 자식의 길, 부부의 길, 부모의 길, 어른의 길을 걸으며 살아왔다. 때로 자갈 길, 돌 길, 모래 길, 아스팔트 길 그리고 걷기 좋은 흙 길이 있었다. 그 모든 길이 내가 걸어 온 내 삶의 길이었던 것이다.

(사진=박인기)

순례길에선 사랑이 보인다. 큰 도움을 주는 노란 화살표시를 집 벽에, 돌담 위에, 길바닥에 정성껏 그려 놓았다.

(사진=박인기)

큰 즐거움을 주는 크고 작은 예쁜 꽃들을 창문 위에 출입문 옆에 돌담길 따라서 심어 놓거나 화분에 담아 내어 놓았다.

(사진=박인기)

순례길에선 소박함이 보인다. 동네 언덕 혹은 동네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성당은 오랜 세월의 풍상을 그대로 간직한 질감으로 묵묵히 서있다. 허름하지만 깨끗히 쓸고 닦아놓은 농가 주택들, 대개 하나씩 갖추고 있는 오레오, 전통을 존중하며 쉼터로, 창고로, 빨래 건조대로 혹은 주차장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만나면 ‘부엔~ 까미노’ 거칠어진 손을 흔든다.

(사진=박인기)

순례길에선 모든 것이 겸손하다. 알베르게(Albergue)와 바(Bar)가 특히 그렇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알베르게는 서비스 개념의 숙소다. 5유로 정도에 숙식의 시설을 순례객에게 제공한다. 혹시 부족할 침대 수를 고려하여 빈 공터까지 부속공간으로 마련하고 있다. 텐트족을 위한 배려다. 사설 알베르게, 호스텔 또한 10~20 유로 내외, 페레그리노의 입장을고려하고 있다. 갈증 나거나 배가 고플 때쯤 꼭 나타나는 바의 커피, 맥주, 와인 값 또한 저렴하다. 한 번 왔다가는 뜨내기 손님이라고 홀대하지 않는다. 주민들의 쉼터일 바에 순례객이 들면 자리까지 비켜준다. 존중과 배려심이다.

(사진=박인기)

그리고 순례길에선 무엇보다 친절이 있다. 기본적으로 사랑, 검소, 겸손하지 않으면 친절할 수가 없다. 순례길이라고 특별히 요란 떨지 않고 길은 농로길, 마을길, 골목길... 그냥 사람들이 매일 살고 있는 생활길이다.

(사진=박인기)

말뚝도 없고 가드레일도 없다. 오로지 친절과 배려를 암시하는 돌 위의 화살표시, 나무기둥의 화살표시, 빛나는 별을 상징한 조가비 상징물만 없다면 순례길은 그냥 시골길이다.

그런데 이 길에는 친절과 배려가 넘친다.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을 위해 아무도 보이지 않는 빈 집 앞에, 빈 길 옆에 물도 떠다 놓고 음료수도 갖다놓고, 쉼의 의자, 화분의 기쁨, 편리한 화장실까지 제공한다. 이따금 만나면 ‘올라~ 부엔 까미노~’ 소박한 미소는 덤이다.

(사진=박인기)

내 길은 어떤가? 내가 살아오면서 만들어 낸 나의 길, 아니 내가 자금 살고 있는 내 삶의 길이 과연 이런 사랑 검소 겸손으로 울림을 주는 친절한 순례길이 될 수 있을까? 산다는 건, 걷는다는 건 뒤에 올 사람이 걸어 갈 흙길 낙엽 쌓인 순례길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디자이너의 길, 지식인의 길, 지도자의 길 등에서 우리의 길을 만들고 있다, 모두가 ‘행불언지교(行不言之敎), 처무위지사(處無爲之事)’, 말없이 행동으로 보여주고, 그리고 무욕(無欲), 무쟁(無爭), 무위(無爲)의 일을 도모하는 소위 울림을 줘야 하는 순례자의 길이어야 한다.

(사진=박인기)

흙길에는 먹성 좋은 소가 배설한 소똥도 많다. 또 가다보면 급하게 배설한 사럼똥도 보인다. 소똥과 사람똥, 어느 것이 더 더러울까? 소는 온종일 자연 목초지에서 풀을 뜯어 먹고 되새김질 하다 풀똥을 싼다. 그러나 사람똥은 간혹 냄새가 고약한 경우가 있다. 욕심 똥이다. 욕심 똥은 유위(有爲)가 지나쳐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이 싼 똥이다.

(사진=박인기)

그 똥은 도처에 많다. 오만불손한 정치가, 금은보화로 사치한 사업가, 신격으로 등천한 목회자 등 위선자들이 싸는 똥은 의외로 도처에 넘쳐난다. 모두 살아있는 곡물을 먹고 싼 똥이 아니라 과유불급, 돈, 명예, 권력을 탐하며 싼 죽은 똥이다. 특히 일본산 와규를 좋아하는 사람, 특히 한국산 한우만 찾는 사람의 똥은 대개 명예형, 재물형, 권력형, 죽은 똥이다. 그에 비해 소똥은 같은 똥이지만 풀로 다시 돌아 갈, 냄새조차 고향처럼 편안한 살아있는 생똥이다.

(사진=박인기)

오늘은 편안하게 Albergue de Peregnos Pinto에 일찍 들어왔다.

◇오늘의 산티아고 순례길=Salas, Albergue de Peregrinos de Salas→La Espina→El Pedregal→Tineo, Albergue de Peregrinos Mater Christi Tineo 22㎞, 34,575걸음, 8시간 20분 (까미노 참고용 : Salas→Tineo 22.3㎞, 6시간00분) 282㎞ to Santiago!

*편집자 주=박인기는 강원대학교 멀티디자인학과에서 디자인을 가르치다가 정년 퇴임한 교수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제작부, 애드케이 종합광고대행사 등에서 직장생활을 한뒤 대학 강단에 섰다. 강원대 철학과에서 동양철학 박사학위과정도 수료했다. 대학 시절부터 산악부 활동에 심취했던 그는 올해 70살이 되자 비로소 세상으로부터 한결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그동안 꾸준히 산악부 OB들과 종종 산을 찾아 마음을 비우곤 하던 그는 지난 겨울엔 여름 호주 ‘The Prom’에서 4박 5일 백패킹을 했다. 이번엔 60일 동안 숙박을 겸한 산티아고 백패킹에 도전한다. 내년 겨울엔 호주에서 6박 7일간 ‘Overland Track’에서 백패킹하기로 이미 예약까지 마쳤다. 즐겁게 80살까지 세상 트레킹하는 것이 '걷는 삶', '꿈꾸는 삶'의 소망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꿈꿀 수 있고 살 수 있으면 그게 모두 산이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그는 7월 6일 13시20분 대한항공 여객기로 인천공항에서 프랑스 파리로 출발했다. 뉴스웍스 독자들도 그와 여정을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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