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3.13 08:59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제공=GS리테일)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제공=GS리테일)

#한꼬집: 꼬집는 행위를 연상케 하는 ‘꼬집’은 소금과 설탕, 후추 등의 양념을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 끝으로 집을 만한 분량을 일컫습니다. 손가락 끝의 양념이 음식 맛을 돋우는 것처럼, 유통업계에서 불거진 이슈를 한꼬집 양념을 넣어 집중 조명합니다.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국내 편의점 업계 1위인 GS리테일을 이끄는 허연수 대표이사 부회장이 오는 21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냉가슴’을 앓고 있습니다. 그동안 5000억원대 이상을 들여 직접 투자에 나선 수십 곳의 기업이 실적 침체에서 허우적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 손실액이 갈수록 불어날 조짐이라 2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10.0%)이 어떠한 목소리를 낼 것인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GS리테일은 올해 주총에서 사내‧사외이사 선임을 비롯해 정관 일부 변경, 임원들의 보수 한도 승인 등을 안건으로 올린 상태입니다. 국민연금은 최근 의결권 행사에서 임원 보수 관련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시한폭탄’ 된 3000억 요기요 투자

GS리테일이 대단위 투자에 나선 시기는 지난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투자를 주도한 허 부회장은 GS리테일이 편의점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른 통합 커머스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겠다며 수천억원대의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2021년부터 부동산을 제외한 GS리테일의 투자액은 약 5400억원대로 집계됩니다.

하지만, 허 부회장의 투자는 첫발부터 크게 헛디디고 마는데요. 투자의 중심에 선 ‘퀵커머스(즉시 배송)’ 업체마다 실적 악화에 신음하면서 지금까지 ‘헛물’만 켠 상황입니다.

우선 2021년 2월에 이뤄진 배달대행업체 메쉬코리아는 투자금 508억원이 전액 상각된 상황입니다. 메쉬코리아는 한때 기업가치 1조원의 스타트업을 일컫는 ‘유니콘’으로 평가받았지만, 단 한 번도 수익을 내지 못했죠. 영업손실은 2021년 368억원에서 2022년 518억원으로 더욱 커졌으며, 시장에서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700억원대까지 불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메쉬코리아는 지난해 2월, 발행주식 총수를 2000만주에서 3000만주로 유상증자해 hy(옛 한국야쿠르트)에게 넘기는 고육지책에 나섭니다. 당시 GS리테일은 hy를 최대주주(66.7%)에 앉히는 유상증자 안건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져 투자 실패를 간접 인정하기에 이릅니다.

문제는 메쉬코리아보다 투자 규모가 6배 가까이 큰 ‘요기요’인데요. GS리테일은 2021년 8월 사모펀드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와 컨소시엄을 꾸리고 배달앱 요기요 운영사인 위대한상상을 인수했습니다. 30%의 지분 확보에 2400억원을, 증자에 600억원을 투입하며 총 3000억원대를 베팅했죠.

배달앱 요기요 운영사인 위대한상상의 전준희 대표. (사진제공=위대한상상)
배달앱 요기요 운영사인 위대한상상의 전준희 대표. (사진제공=위대한상상)

요기요 인수 당시만 해도 배달앱 운영사들은 코로나 특수에 들떴습니다. 국내 배달앱 1위인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코로나 잭팟’을 그대로 시현합니다. 2021년 마케팅 출혈경쟁 등으로 757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2022년 4240억원 흑자를 달성하는 상전벽해의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GS리테일도 이러한 기대감을 안았고, 3000억원대의 요기요 투자가 마치 ‘푼돈’으로 보였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허 부회장의 ‘달콤한 상상’은 1년을 가지 못하는데요. 위대한상상은 2021년 343억원의 영업손실에서 2022년 860억원, 지난해 1~3분기 누적 526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합니다. 우아한형제들이 코로나 특수를 한껏 누리고 있을 때 되레 적자 규모를 늘린 것이죠.

설상가상 올해 외식 경기 침체와 맞물린 배달음식 시장의 뚜렷한 하락세,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쿠팡이츠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맞물렸습니다. 탈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서 GS리테일의 요기요 지분가치의 평가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까지 요기요 지분가치 평가손실은 1170억원입니다.

(사진제공=카카오모빌리티)
(사진제공=카카오모빌리티)

◆잇따른 악재 ‘마이너스의 손’ 오명

허 부회장의 투자 실패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650억원의 투자를 집행한 카카오모빌리티는 2022년 순손실 277억원, 지난해 1~3분기 누적 순손실 122억원으로 집계됩니다. 더욱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카카오모빌리티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가장 높은 단계의 제재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한때 1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하며 기업공개(IPO) 가능성을 높였지만, IPO는 고사하고 기업 존폐를 걱정하는 처지입니다. GS리테일 역시 투자금 증식은커녕 수백억원대를 허공에 날릴 상황인 것이죠.

최근에는 IMM프라이빗에쿼티가 펫프렌즈의 경영권 매각을 위해 주관사 선정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GS리테일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펫프렌즈의 지분율은 IMM 65.8%, GS리테일 30%입니다. GS리테일은 펫프렌즈에 375억원을 투입했고, IMM은 2021년 7월 인수 당시 GS리테일 측에 3년 뒤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계획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2013년 8월 160억원을 들여 인수한 디자인 전문 쇼핑몰 텐바이텐은 지난해 말 20억원의 헐값에 매각됐습니다. 텐바이텐에 운영자금 용도로 빌려준 100억원을 비롯해 매각 손실이 200억원대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2022년에 사업을 철수한 뷰티전문점 ‘랄라블라’도 경쟁사 CJ올리브영의 시장 장악력에 전혀 힘을 쓰지 못한 흑역사로 남았죠.

(출처=펫프렌즈 홈페이지)
(출처=펫프렌즈 홈페이지)

이 밖에 쿠캣(550억원), 당근마켓(200억원), 무신사(91억원), 팀프레시(20억원) 등 GS리테일이 투자한 항목들도 투자 실패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GS리테일의 지난해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투자를 단행한 벤처기업은 총 24개로 기재됩니다. 본지 자체 조사에서 24개의 벤처기업(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재무제표 열람 가능한 기업) 중 2022년 순손실(별도 기준)을 낸 곳은 ▲프레시지(-1869억원) ▲팀프레시(-466억원) ▲카카오모빌리티(-277억원) ▲쿠캣(-159억원) ▲펫프렌즈(-153억원) ▲무신사(-70억원) ▲바램시스템(-37억원) 등입니다.

반면, 같은 기준 순이익을 거둔 곳은 ▲뉴온(113억원) ▲레페리 (2억원) 등에 불과합니다.

기업 투자 외에 부동산 투자도 암울한 실정인데요. GS리테일은 지난 2019년 서울시 강남구 수서동에 위치한 ‘수서로즈데일빌딩’에 7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부동산 펀드를 통한 투자가 이뤄졌고, 지분 7.5%를 확보했습니다. 이 빌딩은 새 주인을 좀처럼 찾지 못하면서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언제 이뤄질지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입니다.

비슷한 시기 50억원을 출자한 서울시 중랑구 상봉동에 소재한 주상복합건물 ‘상봉듀오트리스 리테일’도 엑시트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2022년 70억원을 투자한 ‘양주 광적물류센터’ 개발사업은 자금 조달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사가 잠정 중단된 상태입니다.

편의점 GS25 매장 내부 모습. (사진제공=GS리테일)
편의점 GS25 매장 내부 모습. (사진제공=GS리테일)

◆34.4% 소액주주 ‘반기’…“주가 하락 책임져라”

허 부회장의 ‘문어발 투자 실패’는 GS리테일의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데요. 2020년 1월 주당 4만1000원의 시세를 형성하던 회사 주가는 이달 11일 종가 기준으로 2만1700원을 기록했습니다. 주가가 3년여 만에 반토막이 났고, 2015년 7만원대에 근접하던 것과 비교하면 시총이 3분의 1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죠.

네이버 종목토론실 등 GS리테일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소액주주로 추정되는 이들이 올해 주총에서 회사 안건을 반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소액주주들은 지난 10년 동안 주가 하락이 극심한 마당에 회사가 원하는 사항을 승인해 줄 이유가 없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허 부회장 등 오너가의 경영 참여를 배제해야 한다는 원성도 갈수록 높아지는 실정입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GS리테일 소액주주 비율은 34.4%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GS리테일의 핵심 수익원인 편의점 사업까지 고전할 것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향후 회사의 주가 반등 가능성을 옅어지게 하는 악재입니다.

GS리테일 편의점 사업부는 지난해 8조1674억원의 매출로 전년 대비 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091억원으로 4.6% 내려앉았습니다. 영업이익은 2020년 10.6% 감소, 2021년 6.6% 감소, 2022년 2.4% 증가로 나타납니다.

반면, 경쟁사인 BGF리테일의 2021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5% 증가, 2022년 26.4% 증가했죠. 이와 비교하면 GS리테일의 편의점사업 경쟁력 저하를 간접 투영하고 있습니다.

GS리테일 최근 5년 주가 추이. (출처=구글 증권차트)
GS리테일 최근 5년 주가 추이. (출처=구글 증권차트)

GS리테일의 국내 점포수 증가도 정체돼 해외 시장 개척이 절실하지만, ‘만년 적자’를 내고 있는 베트남법인과 같이 글로벌 진출마저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GS리테일의 베트남 법인 순손실액은 ▲2018년 20억원 ▲2019년 34억원 ▲2020년 60억원 ▲2021년 97억원 ▲2022년 88억원으로 흑자 전환이 요원합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GS리테일의 유통사업 이익 전망은 상향 조정하지만, 비유통 사업 이익 전망은 하향 조정폭이 크다”고 진단하며 이러한 전후 배경을 주가 악재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편, GS리테일의 저조한 경영 성과에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지 주목됩니다. 국민연금은 경영 성과가 좋지 않지만, 이사보수한도를 그대로 유지한 상장사에 반대표를 행사한 전력이 있습니다. 올해 GS리테일은 주총에서 사내‧사외이사 선임, 정관 일부 변경, 임원 보수 한도 승인 등을 안건으로 올렸습니다. 허 부회장의 2022년 보수는 17억8800만원으로 전년 16억6400만원보다 1억2400만원을 더 받았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허 부회장의 경영 리스크가 도마 위에 오른 지는 어제오늘이 아니다”라며 “수많은 경영 실패 사례에도 불구하고 올해 신년사를 통해 100년 기업의 성장을 역설하는 등 오너가의 일방통행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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