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1.31 19:02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출처=더본코리아 홈페이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출처=더본코리아 홈페이지)

#한꼬집: 꼬집는 행위를 연상케 하는 ‘꼬집’은 소금과 설탕, 후추 등의 양념을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 끝으로 집을 만한 분량을 일컫습니다. 손가락 끝의 양념이 음식 맛을 돋우는 것처럼, 유통업계에서 불거진 이슈를 한꼬집 양념을 넣어 집중 조명합니다.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더본코리아가 기업공개(IPO)에 나선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습니다. 더본코리아는 인기 연예인에 버금갈 정도로 대중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백종원 씨가 대표로 있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입니다. 지난 1994년 설립돼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았는데요.

회사는 2012년까지 공시 의무를 적용받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백 대표가 방송 활동을 통해 국민적 명성을 얻으면서 상승궤도에 올라탑니다. 시장에서는 백 대표의 높은 인지도와 회사 실적이 좋은 흐름을 타고 있어 IPO 입성이 무난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다만, 지금까지 주식 시장에 등장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마다 ‘흑역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고 있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더본코리아가 주식 시장에서 원하는 몸값을 받기가 어려울 수 있으며, 입성 이후에도 지속 생존을 고민해야 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됩니다.

◆무상증자에 액면분할까지…IPO 추진 본격화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올해 상반기 중 한국거래소 코스피 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입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상장 공동 주관사로 선정해놓은 상태인데요. 지난해 실적이 오는 4월 공개되면 이를 바탕으로 상장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달 11일에는 주주들을 대상으로 회사 주식 수를 3배 늘리는 무상증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혀 IPO를 위한 사전작업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무상증자는 1주당 2주를 지급하는 내용인데요. 이에 따라 신주는 76만4402주로 늘어났고, 기존 38만2201주를 더해 전체 주식 수가 114만6603주로 기존보다 3배 증가하게 됩니다.

지난 26일에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주식 1주를 10주로 나누는 10대 1 액면분할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주당 액면가 5000원을 500원으로 책정해 1주를 10주로 분할하는 내용입니다. 액면분할 대상의 주식을 확인하는 구주권 제출 기간이 내달 26일이기에, 그 전에 액면분할을 끝마칠 것으로 보입니다. 무상증자와 액면분할까지 이뤄지면 회사 주식 수는 기본보다 30배 늘어나게 됩니다.

더본코리아가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은 거래 활성화를 위한 포석인 동시에 한국거래소 상장 심사 요건인 주식 분산요건을 충족하기 위함입니다. 회사는 76.79%의 지분을 보유한 백 대표가 최대 주주로, 21.09%를 보유한 강석원 전무가 2대 주주로 확인됩니다. 외부 자본 수혈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백 대표 지분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2대 주주인 강 전무는 백 대표의 대학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더본코리아는 2018년 IPO를 추진했지만, 그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 이상 추락하면서 IPO 추진을 잠정 연기한 바 있습니다. 이번 IPO 재추진은 최근 몇 년간 회사 실적이 급상승함에 따라 지금이 상장 적기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백 대표는 지난 2022년 언론 인터뷰를 통해 “회사 설립 30주년을 맞는 2024년에 상장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더본코리아 한식 브랜드인 '새마을식당'과 '본가' 매장 모습. (출처=더본코리아 홈페이지)
더본코리아 한식 브랜드인 '새마을식당'과 '본가' 매장 모습. (출처=더본코리아 홈페이지)

◆실적 우상향이지만…다 브랜드 전략 ‘양날의 검’

더본코리아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2020년부터 실적 상승이 두드러집니다. 2020년 매출은 1507억원, 2021년은 1941억원, 2022년에는 282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3억원, 195억원, 258억원으로 해마다 수익이 두 배 이상 불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매출 3000억원을 거뜬히 돌파하고 영업이익도 비슷한 추이를 이어가지 않았겠냐는 관측입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백 대표의 종횡무진 활약이 회사 홍보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등 ‘후광 효과’가 적지 않았다는 시각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에 따르면, 더본코리아의 실적을 견인하는 브랜드는 저가 커피 브랜드 ‘빽다방’입니다. 2020년 가맹점 수가 721개에서 2022년 1228개로 2년 사이 70.3% 증가했습니다.

예능 방송을 통해 브랜드 간접 홍보가 이뤄진 돈가스전문점 ‘연돈볼카츠’도 2021년 가맹점 수가 4개에 불과했지만 2022년 68개로 폭증했습니다. 백 대표는 최근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연돈볼카츠를 비롯한 ‘빽보이피자’, ‘백스비어’ 등의 홍보 콘텐츠를 올리며 스타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전체 브랜드 25개에서 실적을 견인하는 브랜드는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더본코리아의 상징과 같은 ‘새마을식당’의 경우, 2020년 116개에서 2022년 109개로 줄어들었습니다. 같은 기간 전통 브랜드인 ‘한신포차’는 140개에서 129개, ‘본가’도 31개에서 25개로 가맹점 수가 떨어졌습니다. 이 밖에 ‘백종원의 원조쌈밥집’은 25개에서 16개, ‘돌배기집’은 42개에서 23개로 내려섰습니다.

더본코리아는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중 다(多) 브랜드 전략으로 유명합니다. 2016년에는 35개의 브랜드를 영위하다 절반가량인 17개 브랜드의 가맹사업을 자진 취소한 바 있는데요. 지난해도 ‘해물떡찜0410’, ‘백스비빔밥’, ‘대한국밥’, ‘원키친’ 등 4개 브랜드의 정보공개서 등록을 자진 취소하는 등 브랜드 철수와 공개가 활발합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러한 전략이 주식 시장에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일한 업종이라면 다 브랜드로 인한 물류 시너지 등 여러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면 더본코리아는 한식을 비롯해 중식·양식·분식·주점·커피 등 업종을 넘나드는 흔치 않은 다 브랜드 전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물류 체계화가 쉽지 않을 수 있고, 가맹점들에 대한 전문적 서비스 제공에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며 “주식 시장에 상장된 외식 프랜차이즈마다 극심한 변동성으로 인해 평가절하되는 실정에서 더본코리아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히든카드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백 대표는 과거 다 브랜드 전략이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일부 비판에 대해 언론 인터뷰에서 “다 브랜드 전략을 문어발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브랜드를 많이 만드는 건 한 브랜드의 시장성이 떨어지거나 점주가 싫증을 냈을 때 옮겨 탈 브랜드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한 바 있습니다. 전통 브랜드를 고수하기보다 유행에 따라 브랜드를 내고 없애는 전략이 생동감을 부여한다는 해석입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608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출처=백종원 유튜브 채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608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출처=백종원 유튜브 채널)

◆‘흑역사’ 점철된 외식 프랜차이즈…롤모델 가능할까

그동안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는 주식 시장에서 ‘골칫거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직상장 내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우회상장한 업체가 총 6개(태창파로스‧할리스에프앤비‧MP대산‧해마로푸드‧디딤이앤에프‧교촌에프앤비)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현재까지 시장에 남아있는 건 3개 업체뿐이며, 직상장에 성공한 곳은 교촌에프앤비가 유일할 정도로 상장예비심사 문턱을 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2007년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중 첫 상장에 성공한 태창파로스는 ‘쪼끼쪼끼’ 등의 주점 브랜드를 앞세워 파로스이앤아이와의 흡수합병 방식으로 우회상장했습니다. 상장 이후 김서기 전 태창파로스 대표의 횡령·배임 사건, 경영권 분쟁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다 2015년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됩니다. 태창파로스의 이러한 선례는 주식 시장 도전을 꿈꾸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 커다란 짐을 남겼다는 평가인데요.

문제는 주식 시장 입성에 성공한 후발주자들도 태창파로스와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는 겁니다. 2008년 할리스에프앤비는 엔터테인먼트 업체 유니버셜씨엠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우회상장했지만, 2009년 5월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고 자발적 철수를 단행합니다. 납득이 쉽지 않은 이유로 1년 만에 주식시장에서 손을 털어 시장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비난이 쇄도했죠.

2009년에는 피자 브랜드 ‘미스터피자’를 앞세운 MP대산(전 MPK)이 반도체 장비업체 메모리앤테스팅과 합병해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했습니다. MP대산은 2016년 정우현 전 회장의 경비원 폭행사건을 비롯해 횡령·배임, 가맹점 갑질 논란 등 각종 오너리스크가 터지면서 수습 불가능할 지경까지 가고 맙니다. 이후 3년 넘게 거래 정지가 되는 불명예를 안았고, 최근의 주가는 200원대로 ‘동전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라기보다 육류 납품 업체에 가까울 정도로 주력 사업이 바뀐 상황입니다.

해마로푸드의 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는 2016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지만 2019년 사모펀드인 케이엘앤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2022년 자진 상장폐지했습니다. 시장가로 기업가치가 매겨지는 주식 시장 특성에 ‘엑시트(투자금 회수)’ 부담이 가중되자, 자진상장폐지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여기에 가맹점주에게 주요 정보를 숨기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까지 이어졌습니다.

지난 2020년 교촌에프앤비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주식시장 직상장에 성공했다. (사진제공=교촌에프앤비)
지난 2020년 교촌에프앤비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주식시장 직상장에 성공했다. (사진제공=교촌에프앤비)

이 밖에 2017년 ‘연안식당’, ‘마포갈매기’, ‘공화춘’ 등의 다 브랜드를 보유한 디딤이앤에프는 한화ACPC와 스팩 합병하면서 코스닥 시장에 우회상장했습니다. 디딤이앤에프 역시 적자 지속과 경영권을 위한 법적 분쟁, 위조 전환사채 유통 사건 등 각종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상장업체인 교촌에프앤비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2020년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중 유일하게 직상장에 성공했으며, 공모가 1만2300원으로 나름 흥행 발판을 놓았죠. 현재는 실적 악화로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지만, 상장 기간이 오래되지 않아 아직 평가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결국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대다수가 부정적 사례들을 쌓아오면서 더본코리아의 몸값은 기대치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립니다. 더본코리아는 2018년 상장 추진 당시 몸값 3000억원을 예상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현 상태에서 기업가치 산정은 3000억원대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전망치를 200억원으로 잡고, 주식 시장의 유일한 비교 대상인 교촌에프앤비의 지난해 실적 예상치 주가수익비율(PER) 10.9배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2000억원대 수준이 전망됩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백 대표가 기업가치와 상관없이 IPO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갈 것인지, 상장에 성공한 이후 외식 프랜차이즈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어떻게 불식시킬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라며 “더본코리아가 주식 시장에 안착한다면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의 롤모델이라는 선순환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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