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08.31 14:34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창업주. (사진제공=교촌에프앤비)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창업주. (사진제공=교촌에프앤비)

#한꼬집: 꼬집는 행위를 연상케 하는 ‘꼬집’은 소금과 설탕, 후추 등의 양념을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 끝으로 집을 만한 분량을 일컫습니다. 손가락 끝의 양념이 음식 맛을 돋우는 것처럼, 유통업계의 관심 있는 현상을 한꼬집 양념을 넣어 집중 조명합니다.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치킨 프랜차이즈인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 주가가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2020년 11월 자본시장에 첫발을 디딜 당시, 코스피 시장 역대 최고 공모 청약 경쟁률(1318대 1)을 자랑했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날개 잃은 추락’이란 말이 절로 나오는데요. 상장 첫날 1조원에 육박한 거래량과 2만9450원의 주가는 현재 8310원(30일 장마감 기준)을 기록하며 무려 71.5%나 폭락했습니다.

더욱이 주가가 3분의 1 이상 줄어드는 과정에서 반등 과정이 거의 없었다는 점은 교촌에프앤비가 처한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줍니다. 업계 안팎에선 시장의 냉랭함을 계속 해소하지 못한다면, 교촌에프앤비가 외식 프랜차이즈의 자본시장 추가 입성을 막는 ‘훼방꾼’이 될 것이란 우려마저 제기하고 있습니다.

상장 이후 교촌에프앤비 주가 추이. (사진=구글 주식차트 캡처)
상장 이후 교촌에프앤비 주가 추이. (사진=구글 주식차트 캡처)

◆3만원→8000원대 추락…냉혹한 시장 평가

교촌에프앤비는 국내 몇 안 되는 외식 프랜차이즈 상장사입니다. 그동안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자본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했는데요. 상장 가능성이 거론된 업체들은 기업공개(IPO)를 알아서 손사래 쳤고, 기업공개를 원하던 업체들은 사업 확장성과 지속성에 대한 의문, 빈번한 오너리스크 등으로 저평가를 받기 일쑤였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이러한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직상장 1호’라는 위업을 이뤄냈습니다. 1991년 창립 이후 30여 년 동안 지속적인 성장을 일궈낸 점, 자체적인 소스 제조 인프라 구축, 시장 트렌드에 걸맞은 가정간편식(HMR) 출시 등이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와 다를 것이란 믿음을 심어준 것이죠.

하지만 교촌에프앤비는 이러한 믿음에 부합하지 못했습니다. 상장 연도인 2020년 매출은 4358억원, 2021년 4934억원, 지난해 4988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시장 기대치와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특히 같은 시기 영업이익은 각각 285억원, 279억원, 28억원으로 하향세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져 ‘빨간불’이 들어왔는데요. 교촌에프앤비 측은 지난해 영업이익 급감을 두고 생닭 등 원가 인상분을 본사가 떠안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교촌에프앤비의 매출원가는 2020년 3556억원에서 2021년 4086억원, 지난해 4302억원으로 꾸준히 늘어 원가 부담이 수익성 ‘원흉’이라는 해명이 언뜻 설득력을 가집니다.

다만 원가 부담만이 수익성 하락의 전부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8개의 자회사 중 대다수 자회사가 실적 부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죠. 비에이치앤바이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57억원으로 전년 94억원보다 39.3% 하락했고, 케이앤피푸드도 같은 기간 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전년 27억원 대비 67.9% 떨어졌습니다.

야심 차게 추진한 해외 시장 진출도 지지부진합니다. 미국 법인은 지난해 5억원의 영업적자로 적자 규모를 3배 가까이 키웠고, 지난해부터 실적이 집계된 프랑스 법인 역시 2800만원의 영업적자로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지난 2020년 출시한 교촌치킨 신메뉴 '교촌 신화'는 지난해 단종 수순을 밟았다. (사진제공=교촌에프앤비)
지난 2020년 출시한 교촌치킨 신메뉴 '교촌 신화'는 지난해 단종 수순을 밟았다. (사진제공=교촌에프앤비)

◆연구개발비 '반토막'…잇따른 '신메뉴 참패'

신규 가맹점 수가 정체에 가까운 점도 시장의 냉혹한 판단을 거들고 있습니다. 교촌치킨의 가맹점 수는 2020년 1269개, 2021년 1337개, 지난해 1365개를 기록했습니다. 2021년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배달 시장의 급성장에 힘입어 신규 가맹점 수가 68개 늘었지만, 같은 기간 BBQ치킨 442개, bhc치킨 370개 늘어난 것과 비교할 때 적은 숫자입니다. 지난해는 28개 매장 확대에만 그쳐 가맹점 정체 현상이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과거 교촌치킨을 수식하던 폐점률 0%의 ‘교촌불패’ 홍보전략도 무색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2개 매장이 폐점하며 달라진 기류를 확인할 수 있고,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매장을 팔고 싶다는 양도 게시글이 쏟아집니다. 과거 교촌치킨 매장의 권리금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지만, 이마저 옛말이 돼버린 실정입니다.

일각에서는 교촌치킨의 ‘신메뉴 참패’가 어려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교촌치킨은 지난 2017년 ‘교촌 허니 오리지날’ 이후 10년 만에 신제품 ‘교촌 라이스세트’를 선보이며 흥행에 공을 들였지만, 이 제품은 판매 부진을 거듭하다 지난해 단종되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2020년 TV 광고 등 적잖은 마케팅 비용을 투입한 ‘교촌 신화’ 역시 지난해 조용히 사라졌죠. ‘교촌치즈트러플순살’, ‘교촌리얼치킨버거’, ‘교촌발사믹치킨’ 등 판매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단종 수순을 밟은 신메뉴들도 즐비합니다.

달리 보면 교촌치킨의 대표 메뉴인 ‘허니 시리즈’의 인기가 막강하다고 볼 수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외식 프랜차이즈의 쇠락 요인 중에 하나가 인기 신메뉴의 부재라고 단언합니다. 공교롭게도 경쟁 업체들은 신메뉴로 큰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bhc치킨은 최근 출시한 신메뉴 ‘마법클’이 출시 한 달 만에 50만개를 판매했다며 ‘뿌링클’에 이은 대표 메뉴가 될 것이라 자신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연구개발(R&D)비 추이인데요. 2020년 25억원이던 연구개발비는 2021년 23억원, 지난해 13억원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최근 3년 동안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0.57%에서 0.46%, 0.26% 비중입니다. 신제품에 대한 교촌에프앤비의 의지가 어떤지 충분히 짐작하고 남는 대목입니다.

악재가 겹겹이 쌓이다 보니 판교 신사옥 준공도 투자자들에게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교촌은 상장 이듬해인 2021년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연면적 1만4011㎡(약 4200평)에 지하 4층, 지상 11층 규모의 신사옥을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신사옥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당초 계획보다 준공이 늦춰지고 있는데요. 신사옥에 투입된 예산은 공사비용 증액에 217억원에서 237억원으로 늘어나기까지 했습니다. 투자자들이 ‘빈 곳간’을 더욱 축내고 있다고 비난해도 마땅히 반박할 거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 2021년 9월 2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맘스터치 본사의 원재료 공급 중단으로 영업이 중단된 서울 동작구 맘스터치 상도역점을 조사차 방문했다. (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
지난 2021년 9월 2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맘스터치 본사의 원재료 공급 중단으로 영업이 중단된 서울 동작구 맘스터치 상도역점을 조사차 방문했다. (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

◆갑질 논란에 사퇴한 창업주 복귀…위기 해법은 '치킨값 인상'

위기감이 엄습한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12월 권원강 회장의 복귀라는 승부수를 꺼내 들었습니다. 권 회장은 2019년 회사에 근무하던 친인척이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던 사실이 알려지자, 갑질논란을 책임지겠다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었죠.

자본시장에서는 권 회장이 사퇴 3년 9개월 만에 재등장하자 우려보다 기대감이 크다는 반응이었는데요. 권 회장이 ‘제2의 교촌 신화’를 만들어 줄 것이란 희망에 주가가 잠시 반등세를 보이기도 했죠.

하지만 권 회장은 올해 4월 교촌치킨 메뉴 가격을 500원에서 최대 3000원까지 올리는 ‘패착’에 가까운 수읽기를 보여줬습니다. 가격 인상 소식이 알려진 뒤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교촌 불매운동’까지 벌일 정도로 반감이 이만저만 아니었던 것이죠.

교촌에프앤비는 그동안 가격 인상을 자제해 왔지만, 원가 부담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치킨업계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대단위 가격 인상이라며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긴 치킨 인플레이션이라고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여기에 ‘치킨 오마카세’를 앞세운 플래그십 매장 ‘교촌필방’도 권 회장의 실패작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최근 서울 이태원동에 문을 연 교촌팔방은 1인당 5만9000원의 오마카세 코스 요리를 주력으로 내세웠지만, 오마카세 메뉴는 오픈 한 달여 만인 지난달 말에 자취를 감췄습니다. 해당 메뉴를 먹어본 일부 소비자들에게서 기대치 이하라는 평가가 나오자, 메뉴를 단종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권 회장은 최근 세 번째 위기 타개책으로 ‘치면(치킨+라면)’을 제시했는데요. 치킨 소스로 버무린 라면인 ‘교촌 레드시크릿 볶음면’, ‘교촌 블랙시크릿 볶음면’ 2종을 새롭게 출시하면서 교촌치킨과 함께 즐기는 ‘치면’ 트렌드를 제시하겠다는 포부입니다. 시장 반응이 어떨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상장 이후 교촌에프앤비의 부진한 모습이 외식업계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입니다. 앞서 지난해 5월 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의 최대주주인 한국에프앤비홀딩스는 코스닥 시장에서 자진 상장폐지에 나서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줬습니다. 회사 측은 자진 상폐 이유에 대해 가맹점들의 매출 타격을 줄이고 내실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일부 가맹점주는 공시 의무를 피하고 정보공개를 하지 않으려는 외식 프랜차이즈들의 구태의연한 태도라며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교촌에프앤비가 자본시장에서 맘스터치의 전철을 밟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단순 상장폐지에 끝나지 않고 업계에 막강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 자명합니다. 권 회장이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자본시장 진출에 ‘디딤돌’이 되겠다는 사명감을 가진다면, 쇄신 작업을 더는 늦출 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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