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1.06.07 05:2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1층 로비 북카페, 5층 문화대학 설치·운영…"금융·문화 어우러진 지역 커뮤니티 역할 톡톡"

지난 1일 뉴스웍스와 인터뷰한 김중옥 성남제일새마을금고 이사장. (사진=전다윗 기자)
지난 1일 뉴스웍스와 인터뷰한 김중옥 성남제일새마을금고 이사장. (사진=전다윗 기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이것들이 제 보물입니다."

가리킨 손가락 끝엔 손바닥만한 수첩이 줄지어 서 있었다. 20권 가까이 애지중지해온 것이 역력한 수첩들의 면면은 저마다 달랐다. 표지에 적힌 연도들이 흘러간 시간을 짐작하게 했다. 오른쪽에 놓인 수첩은 꼬질꼬질 낡아 보였지만 왼쪽으로 갈수록 어린 티가 났다.  

지난 1일 만난 김중옥(60) 성남제일새마을금고 이사장이 늘어놓은 수첩 안에는 온갖 문구들이 빼곡했다. 책을 읽다 인상 깊은 문장을 만나면 한 줄, 두 줄 메모하던 습관이 어느덧 15년을 넘겼다. 1년에 책을 20권 이상 읽는 독서광인 그의 '기록 수첩'은 연륜에 정비례해 매년 늘어났다. 

이러한 메모 습관은 리더로서의 책임감에서 비롯됐다. 김 이사장은 "리더가 방향을 잘못 잡으면 구성원들은 물론, 새마음금고를 믿고 거래하는 고객들까지도 피해를 입게 된다"며 "책을 읽는 것은 선인들의 지혜를 빌려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통해 판단의 오류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무책임자로 재직하면서 생긴 그의 습관은 이사장을 맡게 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성남제일새마을금고는 본점과 지점 9개소로 구성됐다. 근무 직원수는 총 83명이다. 거래자 수는 10만명에 육박하며, 보유 자산은 1조 5000억원에 달한다. 김 이사장은 "성남제일새마을금고 구성원과 고객들을 생각하면 메모를 그만둘 수 없다"고 전했다. 

최근 김 이사장은 자신의 보물을 아들에게 전했다. 수첩의 내용을 전부 복사한 뒤 책으로 만들어 전달했다. 서른을 앞둔 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었다. 김 이사장은 "인생을 살며 (기록 수첩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아들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최근 선물했다"고 밝혔다.

김중옥 성남제일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약 15년간 꾸준히 인상깊은 글귀를 기록한 수첩들. 김 이사장은 "이 수첩들이 나의 보물"이라고 했다. (사진=전다윗 기자)
김중옥 성남제일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약 15년간 꾸준히 인상 깊은 글귀를 기록한 수첩들. 김 이사장은 "이 수첩들이 나의 보물"이라고 했다. (사진=전다윗 기자)

리더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한 김 이사장이 제시한 성남제일새마을금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성남제일새마을금고가 단순히 은행에 머물면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언제든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고,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봤다.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역할에도 게을러선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 이사장은 "과거 실무책임자로 근무할 당시 금고의 실적 향상과 수익에 중점을 두고 일을 진행했다. 물론 이사장인 지금도 그 부분을 간과하진 않지만, 이와 더불어 금고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을 더 고민하게 됐다. 우리가 가진 선한 영향력으로 지역사회에 어떤 좋은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생각한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살펴본 성남제일새마을금고의 모습은 일반적인 은행과 사뭇 달랐다. 방문하자마자 보이는 1층 로비엔 북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김 이사장은 "고객들이 대기하는 동안 이용할 수 있도록 북카페를 마련했다. 지역주민들이 건전한 여가 선용의 기회와 풍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길 바라며 만들었다. 이를 통해 우리 금고가 단순한 금융기관을 넘어 지식정보 창조의 공간, 주민들이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는 소통의 공간, 지역과 함께 미래를 꿈꾸는 성장의 공간으로 발돋움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금고 5층엔 에어로빅, 색소폰, 탁구, 법률상담 등 다양한 문화 수업을 제공하는 문화대학을 출범했다. 고객들은 수업당 5000원만 내면 양질의 교육을 석 달 동안 받을 수 있다. 성남제일새마을금고는 문화대학을 위해 5층 임대 수익부터 포기했다. 금고 관계자에 따르면 임대료, 강사비, 시설 투자비 등을 합하면 연간 약 6000만원가량이 문화대학 사업에 투입된다.

김 이사장은 "'회원의 행복이 우리 금고 모두의 발전'이란 저의 경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라며 "이를 통해 성남제일새마을금고는 금융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지역 문화 커뮤니티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김중옥 성남제일새마을금고 이사장. (사진제공=성남제일새마을금고)
김중옥 성남제일새마을금고 이사장. (사진제공=성남제일새마을금고)

지역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김 이사장이 취임한 첫해인 지난 2019년엔 사회공헌활동의 성과를 인정받아 '지역사회 우수금고'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이사장 취임 후 시간 채우기식의 형식적 봉사를 지양하겠다고 결심했다. 구성원들이 봉사를 하며 진정한 보람과 울림을 느끼길 바랐다. 그래서 단체 봉사활동 대신 지역사회 복지관과 연계한 소규모 봉사활동을 많이 했다. 처음엔 직원들이 조금 낯설어했지만 참여 횟수가 늘어날수록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것이 보였다"며 "봉사활동에 참여한 한 직원은 '남을 도우려 참여한 봉사활동에서 오히려 도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직원들의 삶에 좋은 영양분이 된 것 같아 기쁘고, 이것이 봉사활동이 주는 참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회고했다.  

물론 이러한 노력들은 '밑지는 장사'가 아니었다. 베풀어 온 선한 영향력은 고스란히 금고에 상생의 효과로 되돌아왔다. 김 이사장 취임 전인 지난 2018년 1조 1400억원 수준에 머물던 금고 보유 자산은 지난해 1조 5000억원을 넘겼고, 같은 기간 당기 순이익은 약 56억원 늘어나 창립 이래 최대 성과를 거뒀다. 거래 고객수도 지난 2018년 약 9만 6000명에서 2020년 약 10만 3000명으로 7000명가량 증가했다. 

김 이사장은 "지역사회와 가장 가까운 금융기관으로서 고객과 함께 울고 웃으며 지역사회의 어려운 부분을 찾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곧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꿈꾸는 이상적인 새마을금고의 모습은 (지역 주민들이) 태어나서부터 생명이 다할 때까지 새마을금고의 향기 속에서 행복하게 살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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