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09.03 12:0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한글 자음 형태 '한글 건축 디자인 창작품' 승화…우영우 드라마, '현실 불가능 편견' 깨는 게 중요"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청각장애를 딛고 일어나서 사회적 성취를 이룬 사람 중에서 심승현 한서대학교 항공인프라시스템학과 건축전공 교수(55)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좀더 특별해 보이는 점이 있다. 심 교수는 "청각장애를 가진 대학교수로서 청각장애인이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편견을 가진 비장애인들을 만날 때면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솟구친다"며 "장애인은 늘 도와야 한다는 비장애인의 편견을 깨고, 조금만 도와주면 비장애인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장애인도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장애인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교수가 아니라 비장애인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장애인 대학교수로서 20년 넘게 재직함으로서 검증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뉴스웍스는 8월 29일 '청각장애를 넘어 행복을 찾은 스토리'의 제1탄을 게재한 바 있다. 첫 회가 평범한 가정의 청각장애 학생들과 그들을 뒷바라지한 어머니의 삶에 대한 조망이었다면 두 번째 이야기는 청각장애를 넘어 '한글 자음을 모티브로 건축 디자인에 응용한 색다른 건축 디자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심 교수의 특별한 삶을 조망해봤다. 아래는 지난 1일 한서대학교의 심승현 교수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심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청각장애인으로서 수화를 배웠다는 것이 특이하다.
"장애인들에게 조금만 도움을 주면 도움을 받은 사람은 사회 속에서 다른 비장애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조금 귀한 능력에 해답만 도와주면 컴퓨터 능력이라든지 아니면 기타 다른 능력으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데 문제는 선입견이다. 청각장애인이면 소통이 불안정할텐데 뭔가 좀 불안하지 않느냐는 선입견이 문제일 뿐이다.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우영우'라고 하는 드라마가 나왔는데, 이에 대해 신문 기사에서 표현된 것을 보면 현실 세계속에는 없는 것이고 오로지 드라마 속에만 있는 것으로 치부하더라. 뭔 얘기냐 하면 나처럼 청각장애인이면서도 대학 교수를 하고 있는 사람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다 보니까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미있는 일들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게 안타까웠다.
청각장애인인 내가 나보다 심한 청각장애인들을 돕고자 시도한 적이 있었다. 일이 아닌 봉사활동으로 하려고 맘을 먹은 일이었다. 그 첫걸음으로 벌써 20여 년이 지난 일이지만 청각장애인과 일반 사람들의 사이의 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수화를 배운 적이 있다. 그 전에는 배워 본 일이 없었지만 수화를 배우는 동안 신이 났다. 그간 내가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하는 근본을 알고자 했었고, 이 일을 하기 위해서 나의 쓰임새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조차 들었다.
하지만 수화를 배운 후에 청각장애인들과 실생활에서 접해보니 내가 하기보다는 잘 듣는 일반 사람들이 수화를 배워서 그 가운데에 서서 소통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확신이 서더라. 그 이후 다른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에 빠졌고 그 결과 장애가 있든 없든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장애인이 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해서 방향을 바꿨다. 내가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상태에서 대학교수를 하고 있는데 비장애인들에게도 '너도 잘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겠다고 결심했다."

-A사의 인공와우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나.
"나의 부모님이 나를 유치원에 보냈던 시절의 얘기다. 부모님이 뒤에서 불러도 내가 대답이 없더란다. 부모님은 그런 일로 인해 내가 잘 안들리는 청각장애 상태임을 알게 됐고 그래서 나는 당시에 왼쪽 귀만 보청기를 하게됐다. 실제로 보청기를 사용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무렵부터다. 지난 2012년에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이비인후과에서 A사의 제품으로 오른쪽 귀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았고, 현재도 A사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왼쪽 귀는 P보청기를 사용 중이다."
-청각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무슨 얘기인가.
"청각장애인은 보청기, 인공와우를 장착하기만 했다고 해서 청각장애가 100%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보청기나 인공와우로 들리는 소리를 글자와 맞추는 것과 그 소리를 어떻게 발음을 하는 지에 대해 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듣기 훈련, 발음 훈련 등을 꾸준히 해왔다. 정말이지 수년 혹은 수십년에 걸쳐 피나는 노력을 해왔다. 열심히 노력해서 발음 구분도 하게 된 것이지 처음부터 저절로 얻어진 게 아니다. 사실 이러한 과정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남아 있다."

-외국산 인공와우 업체는 A사, B사, C사 등이 유명한데 특별히 A사 제품을 선택한 이유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방수 문제' 때문이었다. 물놀이장에서 사용해도 괜찮더라. 헤드피스까지 방수가 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A/S가 만족스러워서 A사 제품을 택하게 됐다. A사의 경우에는 혹시라도 제품에 고장이 생기면 무슨 공장에 가져가서 수리를 해서 주는 게 아니라 아예 새 제품으로 교환을 해주는 시스템이어서 그게 맘에 들었다. A사의 경우, 기본 품질보증 기간이 완료된 후에도 계속해서 추가로 A/S 계약이 가능하다.
또 한가지 장점이라면, A사 제품은 세월이 흐른 만큼 제품이 상당히 많이 업그레이드 됐다는 점이다. 보청기의 경우, 처음에는 '박스형'이었다가 안경에 걸어서 쓰는 '귀걸이형'으로 바뀌었고 나중에는 귀 안쪽으로 쏙 들어가는 식으로 계속해서 편하게 착용할 수 있도록 진화해간다는 점이다. 게다가 출력이 확실히 필요할 경우 매핑을 통해 조정이 가능하게 제품이 점점 더 좋아졌다."

-블로그와 이메일 주소에 사용하는 'lolihu'에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나.
"대학 때 나는 누군가 내게 가훈을 물어본다면 답을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었다. 하나의 낱말로 던져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었다.
또한 건축 설계를 전공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누군가가 졸업 후에 입사하기를 꿈꾸는 유명한 사무실'을 소유한 건축가가 되는 꿈을 갖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건축을 전공한 사람이면 내 사무실이 있다면 그 이름을 뭐라할까 하며 그 이름을 지어보려고 많은 시간을 보내곤 한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 이름에는 누구나 그렇듯이 나만의 철학이 담겨져야 했다. 또한 영어로도 잘 바꿔서 표현될 수 있어야 했다.
나는 이러한 생각들에서 낱말을 찾고자 했는데 한글을 자음, 모음으로 분해해 이름을 짓는 것에 자연스럽게 다가갔다. 그래서 나온 것이 '사르므으'이다. 나의 그간 기억을 되돌아보면 한글에 의한 놀이는 이것이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르므으'는 삶, 사랑, 사람의 자모음을 해체한 후에 다시 합쳐서 만든 나만의 낱말이다. '사르므으'는 내가 주체가 되는 삶 속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사랑을 가지고 살겠다는 선언적인 낱말이다. 영어로는 부르기 좋게 단어를 선정해 lolihu (love, life, human)로 지은 것이다."

-'한글 자음'을 모티브로 해서 건축 디자인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아까 얘기했드시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조금이라도 더 잘 듣기 위해 어릴 때부터 듣기 훈련, 발음 훈련 등을 수년에서 수십년에 걸쳐 피나는 노력을 해오는 과정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내겐 항상 스트레스이기만 했던 '한글에서의 발음'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결국 이것이 내 건축 디자인 작품의 원동력이 됐다. 결국 '한글 자음의 형태'에 주목하게 됐고, 이것을 나의 전공인 건축디자인과 연결시킨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이 받아왔던 고통을 통해 영감을 떠올렸고 이를 '한글 자음 건축 디자인 창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라고 볼 수있다. 이렇게 자기의 단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발상을 전환시킨 측면은 청각장애인들 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를 갖고 있는 장애인들 그리고 비장애인들에게도 매우 유익한 교육적 측면으로 보여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장애인에 대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제 장애를 갖고 있는 것보다 장애를 바라보는 환경에 있어서 어떤 인식이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장애가 있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의 부모도 누군가에게 뭔가 부탁을 해야 되고 그 가족들도 모두다 하나가 돼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 속에서 나같은 장애인이 대학에서 교육자로 살고 있다면 뭔가 작은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일단은 나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마 장애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다. 결론적으로 우영우 같은 드라마는 드라마니까 가능하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그런 사회의 편견을 깨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사회속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좀 더 고치려고만 한다면, 변호사인데 좋은 봉사를 많이 하고 있구나라는 식으로 생각해선 곤란하다. 그냥 평범한 사회인으로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봉사하고 있는 것 뿐인데 다만 그 과정에서 장애가 보인다고 해서 편견을 갖지 말고 그냥 그 자체로 아름다운 행보로 이해해주면 좀더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