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종훈 기자
  • 입력 2023.06.20 05:3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1분기 호실적 배경은 금리상승…재무정보 제때 반영해 신뢰성 높아질 것"

국내 보험업계가 어수선하다.

새로운 국제보험회계 제도인 IFRS17 도입 이후, 올 1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지만 시장이 이를 신뢰하지 않아서다. 또 IFRS17은 특성 상 실적 산출의 큰 틀만 정해주고 나머지는 보험사 각자 판단에 맡기는데 그 판단이 너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유럽 보험업계는 예상한 범위 내 실적을 거두며 IFRS17 도입 연착륙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의의 사태에 대비해 IFRS17 전문인력 배치에도 공을 들인 노력도 한몫을 했다.

보험사 재무제표 투명성을 제고하고 국내와 글로벌 보험사 간 비교가능성을 높이는 게 IFRS17의 목표인데 이를 놓고 보면, 국내 보험업계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모양새다.

더군다나 이와 같은 문제는 보험사 등 공급자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보험사를 이용하는 소비자나 감독당국의 입장에서도 중요하다.

실적은 회사 주가에 영향을 끼치는 기본 요소이자 회사 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회계 관행으로 실적 그 자체를 믿을 수 없다면 보험업계 더 나아가 국내 자본시장은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IFRS17 시행이 반년 가깝게 지난 지금, 회계 전문가와의 대담을 통해 보험회계 제도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정준희 대구대학교 교수가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대구대학교)
정준희 대구대학교 교수가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대구대학교)

[뉴스웍스=백종훈 기자] IFRS17이라는 새로운 보험회계 제도를 똑같이 적용하고도 국내 보험업계와 해외 보험업계의 온도는 확연히 달랐다.

국내 보험업계는 IFRS17 적용 후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지만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이익 부풀리기 아니냐'는 의혹에 시달렸다. IFRS17 도입의 주체인 금융당국마저 우왕좌왕 했다.

반면 유럽 등 해외 보험업계는 IFRS17 적용 후에도 예상한 실적을 오차 범위 내에서 거두며 토대를 차근차근 다지는 모습을 보였다. 

-IFRS17이라는 똑같은 제도 하에서 한국과 유럽이 이처럼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유럽이 이미 IFRS17 도입 전부터 많은 준비를 해왔다. 

지난 2019년에 IFRS17 도입을 위한 법적승인을 결정한 후 IFRS17에 대한 영향평가 등을 수행했다. 

특히 Solvency2(유럽에서 201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시가평가 기반의 보험사 지급여력제도) 도입을 통해 IFRS 17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나아가 영국, 독일, 네덜란드와 같은 국가는 보험사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에 이와 관련된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들을 한국보다 많이 두고 있다. 

IFRS17과 관련된 정보도 많고 이를 분석할 전문가도 많은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보험업종이 국내 산업에서 그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보니 보험산업 회계전문가 및 재무분석가(애널리스트) 등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한국 보험사의 문제라기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국내 보험산업계의 구조적 문제로 보여진다."

-IFRS17 도입 전과 후로 국내 보험업계에 나타난 변화는.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게 됐다. 현금주의가 아니라 발생주의에 기반해 부채와 손익을 인식하게 됐다.

또한 충격 시나리오 방식을 적용해 순자산을 재평가하는 등 보험사 회계처리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구체적으로는 보험부채의 가치와 자본 변동성은 확대될 것이고 상품 포트폴리오 및 손익관리 방식에 변화가 예상된다. 이를 통해 경영성과 및 재무상태 등이 큰 폭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IFRS17 도입의 가장 큰 장점은 보험사의 재무제표 투명성이 올라가고 보험사 이익에 대한 이해가능성 또한 높아진다는 것이다. 

국내 보험사와 글로벌 보험사간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단점은 보험사 입장에서 IFRS17 도입을 위한 시스템 구축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재무제표가 외부환경 변수에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어 안전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국내 보험사들이 올 1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까닭은.

"IFRS17이 기존의 보험회계기준인 IFRS4와 차이가 나는 부분은 자산 뿐만 아니라 부채도 시가평가 한다는 사실이다. 

IFRS4하에서는 금리가 상승하면 가지고 있는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고 부채는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금리상승기에 IFRS17을 적용할 경우 자산의 가치와 부채의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게 된다. 금리상승으로 내가 가진 자산의 가치도 하락하지만 갚아야 할 돈도 같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과거 IFRS4에 비해 실적이 높게 잡힌 것이다.  

금리상승기에 IFRS17을 적용해서 역대급 실적 달성이 가능했다고 본다. 만약 금리하락기에 IFRS17을 적용했다면 반대의 상황이 생겼을 것이다. "

-호실적이 결국 IFRS17을 이용한 이익 부풀리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호실적의 배경은 금리상승이다. 반대로 말하면 금리하락 시기에는 실적이 악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IFRS17의 장점은 재무정보를 적시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IFRS17을 통해 보험업계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재무상태 및 손익이 금리에 크게 영향을 받다 보니 보험회계 재무전문가가 부족한 한국에서는 예측가능성 및 안정성 측면이 해외보다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아쉽다. 

신뢰성과 안정성을 모두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험회계 전문가를 육성해 자본시장에 유용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금융당국은 IFRS17 계리적 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도 도입 이후에 마련했다. 

"IFRS17 가이드라인은 보험사가 원하는 측면도 존재한다. 

IFRS17은 원칙 중심의 회계이다. 그만큼 기업의 재량적 판단을 존중해 유용한 회계정보를 자본시장에 제공해주는 것을 지향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유용한 정보 제공보다는 금융당국의 규제에 움직임을 맞추려는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보험사 입장에서는 스스로 판단을 내리기보다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것이 회계부정 및 각종 논란에 대한 이슈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일 수 있다. 

다만 이는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보험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회계정책에 전반에 대한 문제로 봐야 하는 것이다. 

요컨대 IFRS17 취지에 맞게 기업들의 재량권을 존중해주고 판단을 시장에서 받게 하는 선진 자본주의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보험사들이 소위 '보장성 상품'의 출시에만 치중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사 역시 이익추구 집단인 기업이기 때문에 금리상승기에는 일시적으로 계약서비스마진에 도움을 주는 보장성 보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IFRS17이 정착되고 금리가 하락한다면 한쪽으로 치우친 상품 출시와 관련된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CSM 산출에 도움을 주는 단기납 상품 판매를 금융당국이 자제시키는 부분은 우려스럽다. 

보험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볼 때 공적인 요소가 있기에 이를 어느 정도 통제하려는 정책은 이해된다. 

그러나 이를 강제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시장으로 하여금 반발을 가지게 할 수 있다. 패널티를 적용하는 방식이 아닌 세금감면 해택, 보조금 지급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보험사의 의사결정을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 보험업계 2분기 실적 전망은. 

"보험업계의 2분기 실적 역시 금리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고금리가 유지되면 2분기 실적도 이번 1분기 실적과 비슷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IFRS17 하에서의 비지니스의 관건은 '전문성 확보'라고 생각한다. IFRS17은 국내 보험사와 글로벌 보험사 간의 직접적 비교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계리적 가정에 있어서 보험사 재량권이 커지기 때문에 보험, 회계, 계리 등의 전문성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옥석 가리기'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국내 보험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보험 관련 전문성을 키우고 이에 대한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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