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4.18 17:58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수년 동안 남매 갈등이 불거져왔던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이 또 다른 분쟁으로 이어졌다.
고(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네 자녀 중 ‘캐스팅보터’ 역할을 했던 장녀 구미현 씨가 현 아워홈 수장인 막내 여동생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과 충돌하며,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의 편으로 돌아선 것이다. 구미현 씨는 3년 전 구지은 부회장 손을 들어주며 구본성 전 부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한 장본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 마곡동 아워홈 본사에서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네 자녀의 표대결이 이뤄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주총은 구지은 부회장과 나머지 주주의 대리인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 아워홈 지분은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 38.56% ▲막내 구지은 부회장 20.67% ▲차녀 구명진 씨 19.60% ▲장녀 구미현 씨 19.28% 비중으로 나뉘어 있다. 네 자녀가 전체 지분의 98%를 차지해 지분에 따른 의결권 향방이 수시로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의 합산 지분은 57.84%로 절반을 넘는다.
이번 주총에서는 구미현 씨와 그의 남편 이영열 전 한양대 의대 교수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통과됐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이를 제안했고, 표 대결에 부치면서 안건이 통과됐다.
오는 6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구지은 부회장은 자신과 함께 차녀 구명진 씨를 포함한 10여 명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올렸지만,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 반대로 무산됐다. 구지은 부회장의 임기는 오는 6월까지다.
또한 구본성 전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배당 한도를 회사의 제안(60억원, 배당률 52.6%)보다 세 배 이상인 200억원으로 높이는 안건과 자신의 아들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제안했지만, 부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횡령·배임 혐의 관련 감사를 진행했던 현 감사의 재선임 안건 반대는 가결됐다.
이번 주총으로 아워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세 자매와 장남 간의 대결에서 장남·장녀와 차녀·삼녀의 대결 구도로 전환됐다.
구미현 씨는 지난 2017년 전문경영인 선임과 관련해 구지은 부회장과 뜻을 같이했다. 이후 구본성 전 부회장이 지난 2021년 6월 보복 운전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자 대표이사 해임안에 찬성했다. 하지만, 이듬해 구본성 전 부회장과 공동 협약을 체결하며 주총 안건을 공동 행사하기로 태도를 바꿨다.
아워홈은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 미충족과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주총을 다시 열 것으로 관측된다. 자본금 10억원 이상의 기업은 최소 3인 이상의 사내이사를 확보해야 한다. 이번 주총에서는 구미현 씨와 그의 남편만 사내이사로 확정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구지은 부회장이 이사회에서 퇴출당하면서 향후 아워홈 경영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총이 다시 열려 구지은 부회장이 사내이사에 재선임되지 않는다면 6월 이후에는 부회장직을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구본성 전 부회장이 다시 자리에 올라올 가능성도 높지만, 임직원들의 반대 기류와 이를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구지은 부회장의 반발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최근 5년간 4남매의 배당금은 1432억원에 달한다. 장남이 552억원, 현재 아워홈을 이끄는 구지은 부회장이 295억원, 구명진 씨 280억원, 구미현 씨 276억원으로 나타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