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5.31 13:37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아워홈을 이끌어 왔던 구지은 부회장이 물러난다. 경영권 방어에 실패하면서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언니인 구미현 씨가 아워홈 경영을 좌지우지하게 된 것이다. 특히 구본성 전 부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사모펀드에 매각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아워홈 매각 과정이 또다른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31일 아워홈에 따르면, 이날 임시주주총회에서 구지은 대표이사 부회장의 사내이사직 연임안 통과가 무위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구지은 부회장은 내달 3일까지인 임기를 끝으로 경영권을 내려놓는다.
아워홈 지분은 창업주인 고(故) 구자학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 98.11%를 보유하고 있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로 지분이 가장 많으며, 장녀인 구미현씨 19.28%, 차녀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 19.6%, 막내 구지은 부회장이 20.67%를 갖고 있다.
구지은 부회장은 구본성 전 부회장과 지난 2016년부터 갈등을 빚어왔다. 장녀와 차녀가 오빠와 막내 중 누구 편을 드느냐에 따라 경영권 소유가 뒤바뀌는 구조였으며, 구미현 씨는 오빠와 막내를 오가며 경영권 ‘캐스팅보터’ 역할을 도맡았다. 이날 임시주총에서 구미현 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의 편을 들면서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권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구미현씨의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만들어 자신의 지분과 구미현 씨의 지분을 합한 57.84%로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들의 지분이 50% 과반을 넘겨 단순 지분 매각이 아닌, 아워홈의 경영권을 파는 것이다.

구지은 부회장은 임시주총이 열리기 직전까지 구미현 씨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워홈의 배당 가능금액 5331억원을 활용해 전체 지분의 61%인 1401만9520주 안에서 자사주를 사들이는 내용의 안건을 올렸다. 하지만, 구미현 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구본성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으로 관측된다. 앞서 구미현 씨는 전날 아워홈 대표이사직에 오르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임시주총에서는 남매 중 구지은 부회장만 의장으로 참석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는 대리인이 참석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자신의 아들인 구재모 씨와 측근 인사로 알려진 황광일 전 아워홈 중국남경법인장의 사내이사 선임, 구본성 전 부회장 본인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비롯해 이사보수 한도, 감사보수 한도의 안건을 올렸다. 안건 4개 중 구재모 씨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과 이사보수 한도 안건만 가결됐다.
아워홈 사내이사는 모두 3명까지 선임될 수 있으며,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구미현 씨와 그의 남편인 이영렬 씨가 사내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남은 한 자리를 구재모 씨가 차지한 것이다. 이사보수 한도는 80억원으로 이전과 동일한 수준이다. 내달 3일 구지은 부회장의 대표이사 임기가 끝나면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이사회를 소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아워홈 노조는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회사 성장에 전혀 관심이 없고 경영에 무지한 구미현, 이영열 부부는 사내이사에서 즉시 사퇴하고 대주주에서 물러나라”며 “아워홈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오너들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관련 업계에서는 노조 반발이 거세지면 아워홈 매각 추진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구미현·명진·지은 세 자매가 지난 2021년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기로 한 협약이 깨지면서 구미현 씨가 1000억원대의 위약금을 물 수도 있다. 위약금 소송전이 반외 갈등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랫동안 이어진 남매 분쟁이 파국으로 끝나면서 향후 아워홈에 대한 시장 평판이 최악에 이를 수 있다”며 “단체급식과 컨세션, 식자재유통 등은 대부분 외부 수주 경쟁에 좌우되고 있기 때문에, 아워홈이 수주 경쟁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안정적인 일감으로 평가받는 범LG가 단체급식 물량마저 전량 회수된다면 아워홈의 시장 가치가 얼마나 추락할지 가늠하기 힘들다”며 “시장에서도 아워홈의 이러한 태생적 한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비싼 값을 쳐줄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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