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5.28 15:54

"N수생 증가·이공계 이탈 등 부작용 우려…순기능 작용 논의 절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사진=원성훈 기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마무리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관련해 "대법원 결정을 기다리자는 의대 교수들의 주장을 존중하자"는 입장을 내놨다.

조 교육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로 다른 입장과 이해관계를 살피고 조율해 보다 성숙한 대안을 마련하는 지혜가 절실한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24일 의대 증원을 담은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심의해 승인했다. 이에 따라 서울 소재 8개 의대를 제외한 32개 의대에서 정원이 1509명 증가하면서 내년도 의대 정원은 총 4567명이 됐다.

오는 30일 2025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이 발표되고, 각 대학이 31일까지 대학별 모집요강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표하면 27년 만의 증원 절차는 마무리된다.

다만 의료계는 현재 의대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대법원에 제기한 재항고 1건과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한 즉시항고 3건에 대한 결정을 30일 이내에 내려줄 것을 사법부에 촉구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전날 32개 대학 총장에게 "3개의 고등법원 항고심과 1개의 대법원 재항고심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대학 입시요강 발표를 중지해 달라"고 요청하며 "대법원에서 불리한 결정이 나오더라도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입시 요강 발표에 앞서 대법원 결정을 기다리고 이를 존중하자는 의대 교수들의 발언은 의료 대란 속에서 의료계와 정부 사이에 접점을 만들어 낸 긍정적 발표"라며 "대법원 재항고심 결정은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대법원이 입시를 앞둔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고려해 평상시 보다 신속하게 결정을 내린다면 긴 의료대란의 출구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 학교와 사회는 아주 다양한 이들이 모인 공동체로, 입장과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무작정 배척한다면 학교와 사회는 공동체로 성립할 수 없다"며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자세는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시민이 공존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의대 증원을 둘러싼 논쟁 역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서로 존중하고 역지사지하며 토론하는 가운데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의대 증원에 따른 N수생 증가와 이공계 학생 이탈 문제도 지적했다. 조 교육감은 "극단적인 의대 쏠림 현상이 바로 잡히지 않는다면 의대 정원 확대는 다양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청소년과 청년 세대가 이공계를 기피하고 의대로 쏠리면서 대학과 산업계에선 위기감을 호소하곤 했다. 다시 이공계 분야에서 학생 이탈이 대규모로 벌어진다면 한국의 선진국 진입을 가능하게 했던 과학기술 연구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N수생 증가는 입시 경쟁 강화로 이어진다. 학령인구는 줄어드는데 대입 수험생은 계속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수능 출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친다. 재학생, 대학생, 대학원생, 직장인 등 지적 배경과 수준이 천차만별인 수험생이 같은 시험을 치른다면 평가의 본래 취지에 걸맞은 문항을 출제하기 어렵고, 오로지 변별만을 위한 문항이 출제될 위험이 있어 사교육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은 "너도나도 의대로만 쏠리는 사회 분위기에서는 교육이 바로 서기 어렵다. 훗날의 역사가들이 의대 정원을 둘러싼 이번 갈등이 더 나은 교육으로 향하는 계기였다고 기록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바람을 드러내며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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