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6.08 12:05

[뉴스웍스=장세은 인턴기자] 지난 2012년부터 2030세대에게 각광 받는 서울 성수동이 10년 넘게 서울 핵심 상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요구에 부응한 팝업스토어 유치와 차별성을 갖춘 외식매장들의 장기간 운영이 그 비결이다. 하지만, 팝업스토어 비용이 꾸준히 치솟으면서 '젠트리피케이션' 폐해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성수동에 각종 팝업스토어가 꾸준히 열리고 있다. 농심은 오는 23일까지 성수동에 대표 제품 ‘새우깡’을 주제로 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농심 관계자는 “사전예약 진행 35분 만에 19일치 온라인 방문 예약 일정이 차버렸다”고 설명했다.
팝업스토어에 그치지 않고 초대형 매장을 차리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성수동에 새로운 콘셉트를 적용한 매장 '뉴리테일 스토어(가칭)'를 국내 최대 규모로 조성할 예정이다. 해당 매장은 1444㎡(437평) 규모로, 기존 국내 최대 규모인 명동타운점 1157㎡(350평)보다 크다. 성수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날로 늘어나자 외국인을 통한 해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성수동의 외국인 유입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비씨카드가 지난 2월 발표한 소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성수동 인근 외국인 카드 결제 금액은 2019년과 비교해 973% 증가했다. 뷰티와 패션, 음식 등 다양한 분야의 팝업스토어가 열리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입소문이 난 것이다.
문제는 성수동 인기가 치솟으면서 기존 상인들이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동네를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 자료에서 지난해 3분기 성수동의 월평균 임대료는 3.3㎡당 24만545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만7160원보다 38.5% 높아졌다. 2018년과 비교하면 5년 만에 임대료가 2~3배 증가했다.
더욱이 팝업스토어 비용도 갈수록 치솟고 있어 성수동 팝업스토어가 대기업 전유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적당한 규모의 팝업스토어를 성수동에서 운영하려면 일주일에 적어도 5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며 "적지 않은 비용에 단독 운영이 쉽지 않아 다른 업체와 협업 팝업스토어를 꾸리는 방식으로 비용 부담을 낮추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폐해를 맛본 경리단길처럼, 성수동도 비슷한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태원 상권의 경리단길은 한때 이국적인 분위기의 식당과 카페들이 즐비하게 입점하면서 서울의 주요 관광 코스로 떠올랐다. 다만, 지나친 임대료 상승으로 차별성을 지닌 매장들이 하나둘씩 떠나가 반짝 인기에 그친 상권으로 전락했다.
성동구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 밝힌 바 있다. 앞서 성동구청은 2018년 서울숲길, 방송대길, 상원길 등 성수역 일대를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했다. 해당 지역에서 건물을 신축·증축할 시 임대료 안정 이행협약 체결을 전제로 용적률을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또한 지역 고유의 개성을 지킬 수 있도록 프랜차이즈의 신규 입점을 제한하고, 일시 사용 임대차계약(팝업 스토어)에 대한 임대료 상한 규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달 성수동에서만 일주일 평균 20개 이상의 팝업스토어가 열릴 정도로 연일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임대료가 이미 적정 수준을 뛰어 넘었다"며 "장기적으로 이러한 현상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 지역인 경리단길의 실패를 답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