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4.06.21 14:23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최근 금융권이 연체율 관리에 나서면서 고신용자까지 대출을 옥죄고 있다. 개인 신용점수가 900점을 넣어도 이제는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신규 취급한 일반신용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26.2점(KCB 기준)으로 올해 1월 923점보다 3.2점 상승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평균 924.7점을 기록하며 시중은행과 동일한 문턱을 뒀다.

사실 신용점수 800점 이상은 대출을 받는 데 어려움이 없다. 다만, 한도가 적어지고 금리가 높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중저신용자 입장에선 달라진다. 금융권이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해주면서 당장 생활비 마련도 힘든 상황이다.

서민들의 자금줄로 불리는 저축은행 역시 저신용자에게 제공하는 중금리 대출을 줄였다. 올해 1분기 신용점수 501~600점 이하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민간 중금리 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은 11곳으로 지난해보다 6곳 줄었다.

이처럼 대출 허들을 높이면 중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밖의 대부업이나 불법사금융을 찾을 수밖에 없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새롭게 이동한 저신용자는 전년보다 2만명 늘어난 최대 9만1000여 명으로 집계된다.

금융권에 외면받은 중저신용자들이 늘어나면서 급전 창구로 불리는 카드론 잔액도 지난 4월 말 기준 전년보다 7.3% 증가한 39조9644억원으로 4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카드론 연체율은 지난 2월 말 기준 3.4%를 기록하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오는 7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DRS)'를 확대 적용키로 발표하면서 대출한도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두 달 동안 10조원이 불어난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스트레스 DRS 확대 카드를 꺼냈다.

금융권 곳곳에서 울리는 경고음을 무시한 채 대출 장벽만 높이 쌓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장마철 쏟아지는 폭우에 제방이 붕괴하면서 일대에 엄청난 재산피해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처럼 빠르게 늘어나는 가계대출은 당국과 금융권이 쌓아 올린 제방을 넘어 금융권 전체를 덮칠 수 있다.

정부와 금융권은 제방을 높이기 보다 새로운 물길을 터 주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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