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6.26 14:42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최근 더워진 날씨만큼 활기를 되찾던 기업공개(IPO)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소식이 전해졌다. 상장을 코앞에 뒀던 클라우드 컴퓨팅 전문 기업 이노그리드의 코스닥 입성이 무산된 것.
한국거래소는 이노그리드가 최대주주 관련 분쟁 가능성을 숨겼다고 보고 상장 승인 결과를 불허했다. 거래소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전례가 없었단 점을 감안하면 제법 충격적인 뉴스였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개미들은 다행히 주식이 배정되기 전이라 손해를 보진 않았다. 다만 이 사태를 지켜본 투자자들이라면 '파두' 사건이 떠올랐을 법하다.
파두는 지난해 연 매출 약 1200억원을 전망하며 코스닥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2~3분기 동안 4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낸 파두는 '뻥튀기 상장' 논란에 휩싸였다. 투자자들은 제대로 된 실적 정보를 내놓지 않았다며 집단 소송에 들어갔다.
주주들의 불만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파두의 상장과 공모가 산정 과정에 관여한 증권사에도 화살이 돌아갔다.
투자자들은 실사에 나섰던 주관 증권사가 이미 2~3분기 파두의 매출이 급격하게 감소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기업 상장을 공동으로 주관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이노그리드 상장의 주관사이기도 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이미 한 차례 예방주사를 맞고도 같은 실수를 반복했단 불신이 들 수 있는 셈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파두와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주관사의 실사 책임을 강화했다. 금감원은 기업실사 항목과 방법, 검증 절차를 규정하고 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는 주관사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증권사는 투자 가치 판단에 중요 요소가 될 예비 상장 기업의 실적과 앞으로의 예상 실적, 지배구조 등 세부 사항을 자세히 살펴보는 게 본연의 업무다. 한국투자증권은 업무를 소홀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국 누구의 책임도 특정하지 못한 채 이번 사태도 어영부영 넘어가는 분위기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IPO 시장은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니다. 이미 시장에선 파두와 이노그리드의 사례가 달아올랐던 IPO 시장의 열기를 냉각시킬까 우려한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제도를 탓하기보다 금융당국과 증권사, 상장기업 모두 노력과 책임을 통해 신뢰를 되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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