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7.25 15:06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31년 전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고 말했다. 삼성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 회장의 이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국내 증시에서는 코스닥이 모든 것을 바꿔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직전 거래일인 7월 24일 코스닥은 814.25포인트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간을 되돌려 2007년 코스닥 지수의 연중 최고치를 확인해 보면 828.22포인트였다. 현재 지수와 차이가 없거나 당시보다 되레 후퇴한 셈이다.
같은 기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2007년 1만3000포인트였던 나스닥 지수가 1만8000포인트까지 5000포인트가량 뛰어올랐단 점을 감안하면 코스닥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아무 변화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07년 100조원 규모였던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은 현재 404조원 수준으로 약 4배 늘었다. 같은 기간 상장사 수 역시 1023개사에서 1739개사로 716개(69.6%)나 증가했다.
문제는 성장의 정체다. 상장사와 시총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몸집은 커졌지만, 지수가 따라와 주질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의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웃 나라 일본의 사례를 보면 벤처기업이 주로 속한 도쿄증권거래소 '그로스'의 상장사는 588개뿐이다.
상장된 기업이 많다고 무조건 좋다고 볼 순 없다. 시총은 늘어날 수 있지만, 주식의 평균 가치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 위주로 구성된 코스닥의 특성상 '파두' 사태와 같이 기술특례 상장 허들이 낮아 너도나도 상장에 뛰어든다는 비판은 늘 있어 왔다.
이른바 '좀비 기업'들과 같은 부실사들의 경우 증권사들조차 기업 재무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단 하나도 내놓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이 같은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니다. 올해 상반기 금융시장의 최대 이슈였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자본시장 밸류업 프로그램이 그 대표적 예일 것이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에게 밸류업이란 너무 먼 이야기였다.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는 3.9% 상승한 반면 코스닥은 6% 넘게 하락했다.
특히 코스닥 상장사 중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은 에프앤가이드와 콜마홀딩스는 밸류업 공시 시점보다 오히려 주가가 떨어졌다. 반대편 코스피 시장에서 금융주들이 밸류업 수혜주로 꼽히며 훨훨 날고 있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결국 근본적으로 코스닥 '지수' 성장을 위해선 상장을 위한 허들을 더 높이고, 상장 폐지를 위한 절차를 더욱 간소화해 좀비기업을 빠르게 퇴출할 필요성이 커 보인다. 아울러 코스닥 상장사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소외되지 않도록 정부와 당국이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천 걸음을 가도 만 걸음을 걸어도 난 언제나 제자리걸음"
가수 김종국의 노래 '제자리 걸음'에 나오는 가사 중 일부다. 이건희 회장의 말처럼 현재에 안주하며 변화를 두려워한다면 코스닥의 성장은 영원히 '제자리 걸음'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