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8.30 06:00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블랙웰 기반의 AI 가속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차세대 AI GPU인 '루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출처=엔비디아 홈페이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블랙웰 기반의 AI 가속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차세대 AI GPU인 '루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출처=엔비디아 홈페이지)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2분기 실적을 내놓은 엔비디아가 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 생산 지연을 사실상 인정했지만, 예상보다 빠른 4분기에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외신들은 블랙웰 출시를 올해 3분기에서 내년 1분기로 늦출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30일 관련 업계는 블랙웰 출시 지연에 대해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제품 공급에 거의 차질이 없을 것으로, 퀄테스트 중인 삼성전자는 오히려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블랙웰의 디자인에서 작은 오류가 발생했고 현재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콜렛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분기에 블랙웰 칩 샘플을 출하했는데, 제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제품을 일부 변경했다"며 "향후 블랙웰 칩에서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는 또 이날 자사주 500억달러(약 66조7650억원)어치를 매입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회계연도 기준으로는 4분기가 11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인 만큼, 블랙웰 출시는 내년 1월까지 늦춰질 수도 있다. 

엔비디아의 GPU 'H-100'. (출처=엔비디아 홈페이지)
엔비디아의 GPU 'H-100'. (출처=엔비디아 홈페이지)

◆블랙웰 출시 지연…HBM3E 대응에 시간을 번 것

블랙웰 칩 출시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SK하이닉스는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블랙웰 칩 출시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HBM3E를 공급 시기는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출시 지연이 사업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경우, 블랙웰 출시 지연으로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서 HBM3E 퀄테스트를 진행 중인데, 언제 테스트에서 통과될지 아직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퀄테스트 통과가 다소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로서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블랙웰 출시가 지연되면서 HBM3E  공급이 늦어지는 것은 전체 반도체 시장 상황을 볼 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엔비디아. (사진제공=디디타컴퍼니)
엔비디아. (사진제공=디디타컴퍼니)

◆증권가 "AI 버블론 우려 키워" vs "수요 충분, 긍정적 업황 유지"

증권사들은 엔비디아의 하반기 전망에 대해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엔비디아의 실적이 ‘AI 버블론’에 대한 우려를 더 키운다고 보고 있다. 지난 6월 세쿼이아캐피털이 공개한 ‘AI의 6000억달러 문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AI 버블론'이 시작됐다. 보고서에는 빅테크가 AI 투자 비용을 거둬들이려면 올해 적어도 6000억달러의 매출을 올려야 하지만, 실제 예상되는 AI 매출은 1000억달러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신영증권은 엔비디아에 대해 투자자의 눈높이가 높아졌으며 '4분기 실적의 불확실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매출액은 시장 기대치인 318억5000만달러 대비 소폭 상회했으나 매출 총이익률은 시장 기대치(75.5%) 대비 소폭 하회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엔비디아의 연간 매출총이익률 컨센서스는 76.0%인데,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려면 4분기 매출총이익률은 76.4%를 기록해야 한다"며 "하반기 전망이 과도하게 높아진 투자자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박준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주가 하락은 차세대 AI 칩 '블랙웰' 생산 지연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었다는 점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실적 서프라이즈 폭이 다시 한번 좁아진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는 못했지만, AI 사업의 본질이 거의 훼손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9월 초 대만에서는 세미콘 타이완 행사가 진행될 예정인데, TSMC·삼성·하이닉스·엔비디아·AMD 등 주요 반도체 인사들이 참여할 예정"이라며 "공식화된 것은 아니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이 자리에 참석해 기술 설명을 진행할 가능성 높아 시장 우려가 해소될 전망"으로 내다봤다. 

디올투자증권도 엔비디아에 대해 하반기 반도체 업종 주가는 매크로 영향으로 변동성이 전망되지만, 내년에는 양호한 AI 수요를 기반으로 긍정적인 업황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HBM의 타이트한 공급 상황을 감안할 때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HBM 출하 확대는 기존대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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