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9.10 13:00

동원그룹, 계열사·재단 홍보 지주사 도맡아
공정위 "거래 이득 관계가 사안의 쟁점 될 것"

동원그룹 서울 양재동 본사 전경. (사진제공=동원그룹)
동원그룹 서울 양재동 본사 전경. (사진제공=동원그룹)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동원그룹이 지주사와 계열사 등의 홍보를 일임하면서 '불법파견'과 '부당행위계산부인'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뉴스웍스 취재를 종합하면, 동원그룹은 계열사 동원F&B, 동원홈푸드, 동원시스템즈, 동원건설산업 등의 홍보를 지주사인 동원산업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룹의 장학사업을 담당하는 동원육영재단도 함께 홍보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홍보업무 일임이 불법파견과 부당행위계산부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불법파견에 대한 포괄적인 해석을 내놓고 업체들의 파견 형식을 면밀히 살펴보는 중이다.

공정위는 최근 A업체가 불법파견을 저질렀다며 수백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공정위가 불법파견으로 규정한 중점 사항은 특정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한 인력 파견이라는 점, 파견 직원의 인건비를 특정 계열사가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 관계자는 "본사로부터 인력 지원을 받은 계열사가 인건비를 지불하지 않고 본사가 이를 담당하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거래가 상대방에게 확실히 유리한 조건으로 이뤄졌는지가 쟁점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룹 계열사 홍보업무의 일임도 이러한 유불리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며 "사실관계를 좀 더 들여다봐야 면밀한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해당 사안의 조사 가능성을 암시했다.

일각에서는 세무와 관련된 부당행위계산부인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견해다. 세법 중에 하나인 부당행위계산부인은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부당하게 조세를 감소시키는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동원그룹이 인건비 감축 등을 목적으로 계열사 홍보를 일임시켰다면, 조세의 부당한 감소를 유발한 의혹을 받을 수 있다. 이에 해당한다면 국세청은 부당행위계산의 주체에게 부당 감소 부분을 물릴 수 있으며 과징금 부과도 가능하다.

전민재 법무법인 트리니티 변호사는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과 같은 세무 리스크는 기업들에게 부담스러운 항목"이라며 "설령 인력 공용에 대한 비용 분담을 하지 않는 기업이라도 해당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만들어 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사안은 기업 법무팀과 재무팀 등 내부만 알 수 있는 사실이기에 심층 조사 없이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며 "결국은 지원을 받은 계열사가 일한 대가를 충분히 지불했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동원그룹이 스마트항만 사업으로 추진한 '동원글로벌터미널' 전경. (사진제공=동원그룹)
동원그룹이 스마트항만 사업으로 추진한 '동원글로벌터미널' 전경. (사진제공=동원그룹)

업계 안팎에서도 동원그룹의 대응 방식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대행사를 통해 홍보업무를 위탁하거나, 별도의 홍보팀을 꾸려 홍보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정상적이라는 시각이다.

풀무원의 경우 대행사를 통해 풀무원푸드앤컬처, 풀무원샘물, 풀무원녹즙, 올가홀푸드 등 여러 계열사의 홍보를 맡기고 있다. 롯데그룹은 계열사마다 홍보조직을 구성해 홍보업무를 소화하고 있으며, 장학재단 사업을 영위하는 롯데재단도 홍보 전문인력을 두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예민한 사안이기에 계열사마다 홍보팀을 두거나 홍보대행사를 쓰는 것이 상식적"이라며 "동원그룹의 경우 이러한 홍보 일임 체계로 지난 수년 동안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인건비 절감 효과를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 동원그룹 관계자는 "동원산업은 동원그룹의 지주사로 소속 계열사의 홍보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그 대가로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 등의 형태로 서비스 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공정위로부터 불법파견, 부당행위계산부인 등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공정위는 최근 동원F&B가 대리점과의 거래 과정에서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금지사항으로 규정된 불공정거래행위가 있었는지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올해 3월 하도급 대금 500만원 깎아 계약을 체결한 동원로엑스에 과징금 18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국세청도 지난 4~5월에 각각 동원홈푸드 본사와 동원로엑스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동원건설산업과 동원산업도 교차세무조사를 받는 등 규제당국의 압박이 이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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