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9.19 08:0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25일 총파업, 은행원 욕심 아닌 사회문제 해결 취지
은행원 출산율 10년새 63% 감소…삶의 여유 있어야 가정과 일 양립 가능해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오는 25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는 2년 만에 총파업에 나서게 된다. 올해는 주 4.5일제, 영업시간 정상화를 목표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만, 급여가 높은 은행원이 파업에 나서는 것에 대해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주5일제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다. 당시에도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착됐다"며 "주4일제는 현재 해외에서도, 국내 기업과 지자체에서도 시범 도입 중이다. 단순히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게 아니라 시대적으로 바뀌고 있는 사회 전환에 맞추자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형선 위원장과 일문일답이다.
-올해 임단협 협의 과정을 간략히 설명해 달라.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지난 4월 대표교섭단 상견례를 시작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7월 24일 4차 대표단 교섭에서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8월 6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최종 결렬됐다.
이에 금융노조는 전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95%의 찬성으로 오는 9월 25일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2년 만에 총파업에 나선다. 2년 전과 올해 총파업은 어떻게 다른가.
"우리의 요구조건은 실질임금 인상, 주 36시간 4.5일제 도입, 영업시간 정상화, 사회공헌기금 조성, 본사 이전 계획 통지의무 및 본점 이전 또는 폐지 시 노동조합과 합의하자는 것이다.
실질임금의 경우 지난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은 5.2% 올랐지만, 은행원 급여는 2%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은행을 제외한 금융 및 보험업권은 3.9%, 전산업은 4.2% 임금이 올랐다.
은행원 급여 수준이 높다지만 아직도 저임금 직군이 많은 상황이다.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합당한 대우를 받고자 하는 것이다.
주 4.5일제 도입에 대해선 정부가 추구하는 저출생 정책과 결을 같이한다. 은행원도 가정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출산과 육아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취지다.
특히 이번에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단순히 노사 합의만으로 이 문제를 뒤로 미루면 2년 뒤 정권 교체 시기와 겹쳐 실행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와 관련해 디딤돌을 마련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오전 9시 30분 출근 명분으로 은행원 출산율을 거론했다. 실제 영업점 직원들의 상황을 설명해 달라.
"현재 영업점 개점 시간에 맞추기 위해 은행원은 최소 30분, 최대 1시간 먼저 지점에 출근해야 한다. 수도권 출근시간을 감안하면 오전 7시 전에는 집에서 나와야 돼 자녀를 돌볼 시간이 없다.
선배 은행원들의 육아 사정이 팍팍하니 젊은 은행원도 결혼과 출산 계획을 뒤로 미루는 추세다.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주요 은행의 출산 현황을 점검한 결과 10년 새 은행원 출산율은 2014년 2688명에서 2023년 996명으로 감소했다.
감소율로 계산하면 63% 줄었는데 대한민국 출생아 수는 그동안 43% 줄었다. 은행산업 종사자의 출산율이 더 떨어지는데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30분은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은행원에게 30분은 가정과 삶에 여유를 주는 시간이다.
또 우리는 퇴근 시간까지 줄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은행 폐점 후 잔업으로 밤늦게 근무하는 은행원이 태반이다. 또 점심시간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도 부지기수다.
이에 대한 문제도 해결해야 하지만 노사가 공감대를 갖고 하루 빨리 합의점을 도달할 수 있는게 오전 영업시간만이라도 30분 뒤로 늦추게 현실적이란 판단이다"
-최근 10년 동안 금융노조는 3번의 총파업을 진행했다. 당시에도 은행원이 자리를 비웠지만 소비자가 금융서비스를 받는데 무리가 없었다. 파업 의미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단순히 우리의 요구 조건을 약속받기 위해 고객 불편을 초래하면서까지 파업을 진행하는 건 아니다.
실제 고객들도 금융IT 발전으로 인해 피해가 크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금융노조는 과거 주 5일제 전환에 있어 선봉장 역할을 한 만큼 주 4.5일제 대전환에서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나섰다.
주 4일제 논의는 정부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지만, 실행까지 더딜 수 있다. 또 제조업계 역시 근무시간 단축이 급여에 미치는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먼저 제기하기 힘든 상황이다. 현재 대기업에서 노사가 일부 합의하고 있지만 이 역시 사회적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결국 사회적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해결 방안을 도출할 수 있는 조직은 금융노조뿐이다.
저출생, 집값 문제,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선 주 4일제 도입이 시급하다. 삶의 여유가 있어야 안정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갑갑한 사회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은행의 변화로 일부 소비자가 불편할 수 있지만 영향이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지점 방문 고객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기업고객 역시 미리 은행 업무시간에 맞춰 자금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그만큼 금융시스템이 선진화돼 있고 주 4일제를 시행하기 좋은 환경은 마련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