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4.09.19 15:56

영풍·MBK, 고려아연 공개매수 간담회 개최
노조·지자체·정치권 모두 매수 반대 뜻 모아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자간담회'에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자간담회'에서 김광일(가운데)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영풍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재무 건전성 회복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식이라며 강력한 법적 조치를 통해 경영권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 취임 후 무분별한 투자로 부채 증가와 수익성 하락을 겪고 있다"며 "경영권 방어 목적의 과도한 자사주 매입 등으로 재무 건전성이 훼손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부채 규모가 최윤범 회장이 취임한 해인 2019년 410억원에서 약 5년 후인 올해 상반기 1조4110억원으로 34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 연결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6.8%로 2019년(12%) 대비 5.2%포인트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현금 여력 역시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MBK 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순 현금 규모가 2019년 2조5000억원에서 올해 말에는 440억원의 순 부채로 전환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거나 본업과 무관한 투자들이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2019년 이래 고려아연의 38개 투자 건 중 30개의 기업이 2021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누적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누적 당기순손실 금액만 5297억원에 달한다.

MBK파트너스는 "대리인 문제로 훼손되고 있는 고려아연의 기업·주주 가치 개선을 위해 우선 이사회의 감독 기능과 전문 경영진의 경영관리가 조화롭게 작동하는 선진 거버넌스 및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공개매수가 적대적이며 악의적인 M&A라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경영권을 지키고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앞서 13일 공시를 통해 이번 공개매수가 아무런 사전 협의나 논의 없이 진행한 ‘기업사냥꾼의 적대적·약탈적 M&A’로, 당사의 기업가치와 글로벌 시장 경쟁력이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려아연은 "당사 경영권 인수한 뒤 해외 자본에 재매각하는 경우에는 국가 기간산업 및 이차전지 소재 관련 핵심 기술과 역량이 해외로 유출될 것"이라고 우려를 밝혔었다.

이에 대해 김 부회장은 일각에서 자신들을 '중국계 자본'으로 '마타도어(모략선전)'하고 있다며 관련 의혹도 적극 해명했다. 김 부회장은 "2005년 한국에서 자본시장 프라이빗에쿼티(PE) 산업을 일구기 위해 법을 만들었고 MBK파트너스가 1세대"라며 "중국 자본 비중이 5%도 채 안 되는 한국 토종 사모펀드"라고 강조했다.

이날 고려아연 노조도 경영권 분쟁에 가세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노조 조합원 70여명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공개매수를 반대하는 항의 집회를 열었다. 

노조 측은 성명서를 통해 "50년간 근로자들의 피땀과 헌신으로 일군 고려아연을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매수하려고 한다"며 "MBK파트너스는 즉각적인 공개매수 철회를 선언하고 정부는 국가기간산업 핵심인 고려아연을 해외로 팔아넘길 우려가 있는 이번 공개매수에 적극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지자체와 정치권도 양사의 경영권 분쟁에 본격 참전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도시 울산과 고락을 함께해 온 고려아연이 해외로 인수 합병될 위기에 처했다"며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본격 전개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MBK파트너스의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선정된 것'에 문제를 제기했던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도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우리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사모펀드에 돈을 맡기는 것은 책임 투자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이번 국감에서 MBK 파트너스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과 MBK 파트너스의 잇따른 논란이 ESG 원칙에 문제가 없는지 집중적으로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영풍과 주요 관계사 영풍정밀이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3시 7분 기준 영풍은 전 거래일 대비 11만5000원(29.79%) 뛴 50만1000원에 거래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 영풍정밀도 3650원(29.97%) 상승한 1만5830원에 거래되며 지난 13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 상한가다. 고려아연 역시 전날보다 4만2000원(6.31%) 오른 70만8000원에 거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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