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4.11.04 17:27

저원가성 예금 시중은행 대비 턱없이 낮아 경쟁력↓
금리 높은 중금채 비중 57%…자금조달 개선 필요

(사진제공=IBK기업은행)
(사진제공=IBK기업은행)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기업은행이 최근 지자체 도·시금고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부산시·광주시·대구시 등 금고 유치에 도전했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사실 지자체 금고 유치경쟁에서 농협은행과 해당 지역은행을 이기긴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행이 도전을 이어가는 이유는 나름 이유가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이 확보한 지자체 금고는 수원시가 유일하다.

기업은행은 수원시금고를 2026년까지 맡는다. 일반·특별회계와 연간 3조5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운용한다.

수원시만으로도 적지 않은 예산을 맡게 됐지만 절박한 심정은 따로 있다. 지자체 금고 계약만으로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할 수 있어 자금조달 부문에서 숨통을 틀 수 있다.

현재 기업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잔액은 83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국민은행이 150조원, 신한은행 132조원, 우리은행 122조원인 상황은 감안하면 절반 수준인 셈이다.

저원가성 예금을 많이 확보하면 대출금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즉, 기업은행은 자금조달 부문에서 매년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기업은행은 매년 중금채 발행으로 자금조달을 부족분을 채우고 있다. 경쟁은행이 예적금 등 수신상품으로 자금조달하는 만큼 기업은행 역시 중금채로 자금을 보충하고 있다. 단, 중금채 비중이 늘고 있어 고민거리다.

기업은행의 중금채 비중은 지난해 3분기 56.8%에서 올해 57.7%로 1% 가까이 상승했다. 잔액 규모만 올해 172조원에 달하며 저원가 예금 잔액의 2배다.

중금채는 기업은행 입장에선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부채다. 발행금리가 현재 3.27%에 달해 이자비용이 상당하다.

결국 이와 같은 자금조달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선 시금고 유치가 해답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자금조달 해결만을 위해 시금고 유치에 나선 것도 아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확대가 대업이다. 지역 시금고를 유치하면 다시 지역 내 중소기업에 재투자해 선순환 역할도 할 수 있다.

실제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2024년도 지역재투자 평가를 실시한 결과 기업은행은 최우수 등급을 따냈다.

최우수 등급 명단에는 하나은행, IM뱅크, 기업은행, 농협은행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지역별 최우수 등급 숫자는 기업은행이 8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농협은행이 7곳, 하나은행 5곳, IM뱅크 2곳으로 집계됐다.

기업은행이 시금고 도전장을 내민 부산·대구·광주시를 포함해 대전·울산·강원·충북·경남·제주 지역에서도 최우수 등급을 받은 만큼 지역 내 중소기업 대출 공급에 제 역할 충분히 해내고 있단 증거다.

김성태 기업은행장도 올해 국감에서 시금고 입찰에 도전한 배경에 대해 "중소기업에 양질의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금고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김 은행장은 향후 시금고 입찰 참여 시 지방은행과 경쟁은 피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역 국회의원들 역시 기업은행의 절박한 상황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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