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4.11.20 08:29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전기차 화재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포가 사그라지지 않고 증폭됐다. 지난 8월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건이 채 잊히기도 전에, 이달 14일 충남 아산과 경기 용인에서 각각 발생한 벤츠와 현대차의 전기차 화재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 벤츠 EQC400과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에는 국내산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산 배터리가 탑재된 만큼 더 이상 중국산 배터리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화재로 인해 배터리 자체의 안전성이 아닌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의 중요성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BMS는 배터리의 온도, 전압, 충전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과충전·과방전·과열을 방지하는 핵심 시스템이다. 해당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배터리 성능 저하뿐 아니라 심각한 경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BMS는 단순한 모니터링 장치를 넘어 ‘배터리의 뇌’로 불린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화재 이후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에 대한 불안이 사그라지지 않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기차 점검 서비스 강화, 생애주기 지원 프로그램, BMS 기술 적용, 이상 징후 알림 등 다양한 안전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이번 화재 사고로 BMS가 차량 주행 중은 물론, 주차 중에도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일 국회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제조사·차량별 BMS 작동 현황'에 따르면 주요 제조사들이 판매한 전기차 중 일부에서 주차 중 BMS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와 KGM, 르노, 한국지엠, 스텔란티스 등 23개 차종에서 이러한 문제가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여러 제조사에서 문제 발생 시 차주에게 이상 징후를 안내하는 문자 서비스 등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현대차 아이오닉EV ▲기아 레이(2011~2017년 모델) ▲KGM 코란도 이모션 ▲르노 SM3 Z.E를 포함한 29건이다. 이는 BMS가 안전을 책임질 핵심 장치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배터리 안전성이 곧 소비자들의 안전과 직결된다. 이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완성차 업계와 배터리 제조사가 협력해 보다 정교한 BMS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완성차 업계와 배터리 제조사 모두 이번 사고를 교훈 삼아 BMS를 더욱 고도화해야만 전기차에 대한 공포를 줄이고,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라는 터널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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