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1.28 20:21
경찰 "BMS 손상으로 확인 불가...관리소장 등 4명 검찰 송치"
벤츠 "피해 분석 끝나면 책임 다할 것...보상 규모 밝힐 수 없어"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지난 8월 인천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의 원인이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8일 '청라 벤츠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배터리 팩 내부의 전기적 요인과 외부 충격 가능성을 조사했으나, 정확한 원인을 단정할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앞서 지난 8월 화재 직후 전담팀을 꾸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배터리 관리 장치(BMS)와 배터리 팩 감정을 의뢰하는 등 원인 규명에 나섰다.
국과수는 감정을 통해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 팩 아래쪽에 외부 충격이 가해져 손상이 발생해 불이 났을 가능성과 배터리 팩 내부의 '절연 파괴' 과정에서 발생한 전기적 발열로 발화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찰은 일부 차량 전문가들도 외부 충격으로 전기차 배터리 셀이 손상돼 불이 났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밝혔으나, 배터리 관리시스템(BMS)이 완전히 불에 타 정확한 화재 원인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차량 제조사인 벤츠 측과 차량 소유주를 상대로도 조사했지만 차량 결함 등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경찰 측은 설명했다.
이 화재로 주민 23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 다치고, 차량 87대가 불에 탔다. 차량 783대가 그을리고 아파트 내부에 분진까지 가득 차면서 주민들은 피난 생활을 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재산피해액만 수백억원대로 추산됐다.
경찰은 화재 당시 준비작동식밸브 연동 정지 버튼을 눌러 스프링클러 작동을 임의로 막은 혐의를 받는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및 야간 근무자 등 4명을 업무상과실치상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이들은 평소 화재 발생 시 대응 교육이나 훈련을 하지 않는 등 화재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 입주민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소방시설 작동에도 문제가 없었지만, 화재 발생 후 미흡한 조치로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벤츠코리아 측은 "이번 사고로 영향을 받은 주민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한다"면서 "피해 분석이 완료되는 대로 신속히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향후 보상 주체와 규모에 대해선 "지금으로서는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를 통상적인 화재 상황에서 소방시설이 정상 작동할 것이라는 가정이 깨지면서 피해가 확대된 사안이라 책임을 제조사에만 돌리기 어렵다고 봤다. 그럼에도 제조사의 화재 예방 노력과 사전 경보 시스템 개발의 필요성이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화재에서 제조사의 책임이 일부 인정되지만, 피해가 확대된 원인은 주차장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은 점"이라며 "제조사에 모든 책임을 묻기는 어렵고, 검찰 조사와 법원 판결을 통해 법적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제조사가 화재 확산 방지와 관련된 열폭주 지연 시스템이나 경보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마련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누리꾼 사이에서는 조사 결과를 두고 제조사인 벤츠의 책임이 빠졌다는 점을 비판하는 의견이 제기됐다. 스프링클러를 비활성화한 아파트 관리소장의 과실을 문제 삼는 주장도 맞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