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12.25 08:00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내달 20일 트럼프 정부 출범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속 고환율이 중첩되면서 경영영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재계는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으로 불확실성이 크게 고조되면서 대응 방안을 마련하며 한해를 분주히 보냈다. 

올해 재계 총수들은 인공지능(AI) 사업에 사활을 걸기 위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단 만남을 가졌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구광모 LG그룹 회장 모두 사법 리스크에 휩싸여 재판을 받았으며, 최 회장은 이혼소송 2심에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과 20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져 위기 상황에 놓였다.

주요 그룹은 글로벌 경제 위기로 불안감이 고조되자 지난 5~6월경 원포인트 인사를 진행하는 등 '핀셋' 인사에 나서기도 했다. 

여의도 한국거래소 내 전광판이 원달러 환율 1439.90원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뉴스웍스 DB)
여의도 한국거래소 내 전광판이 원달러 환율 1439.90원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뉴스웍스 DB)

◆탄핵 정국 속 환율 1450원대 치솟아…투자 축소 불가피 

재계는 탄핵 정국으로 인해 1450원 정도까지 치솟은 고환율 때문에 내년 사업 계획을 변경해야 할지, 회사별로 면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탄핵안 가결이 기업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돌아가는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고환율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여,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올해 재계를 결산하면 내년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가장 크다. 환율이 가장 큰 문제로 당초 1350원에서 기업들이 사업 계획을 세웠을 텐데 1450원까지 환율이 치솟으면서 사업 계획을 수정하거나 투자를 축소해야 하는 등 고통을 받을 것"이라며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와 준비가 올해뿐 아니라 내년까지 재계의 명암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환율은 탄핵 정국 맞으면서 인상 폭이 더 커졌다. 환율은 수출 기업과 수입 기업에 똑같은 위기 상황이 될 것으로 본다. 수입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큰 부담이 되고, 수출 기업은 단기간은 좋아지겠지만, 원자재 수입을 해야 하다 보니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재계 총수들은 또 올해 AI 분야에서 신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빅테크 업체 CEO들과 잇달아 만나면서 협력 방안에 대해 적극 모색했다. 이들은 빠르게 재편되는 AI 생태계에 발맞춰 신사업 기회를 물색한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4월 엔비디아와 만남을 시작으로 TSMC·오픈AI·MS·아마존·인텔 등 리더들을 만나며 AI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최 회장은 SK그룹 경영전략 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해 "지금 미국에서는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AI 바람이 거세다"며 "그룹 역량을 활용한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하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6월 11일(현지시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서부 팔로 알토에 위치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자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 6월 11일(현지시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서부 팔로 알토에 위치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자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6월 미국 동·서부를 가로지르는 2주간의 출장길에 올라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자택에서 단독 미팅을 갖고, AI 등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또 시애틀 아마존 본사를 방문해 앤디 재시 아마존 CEO를 만났다. 이 회장과 재시 CEO는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 사업 전망에 대해 공유하며 협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박주근 대표는 "재계에서 가장 큰 현상은 AI로 인한 기업 간 명암이 분명해졌다는 것인데, AI와 관련된 기업들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 사이에 명암이 명백하게 나뉘어졌다"며 "이러한 현상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재계 총수들은 법정을 드나들며 재판을 받는 등 '사법 리스크' 문제도 불거졌다. 특히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이혼소송 2심에서 최태원 회장에게 거액의 재산분할 결정이 내려진 후 소송은 상고심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번 재판에서 재산분할 규모가 큰 폭으로 축소될지, 기존 수준이 유지될지 '초미의 관심사'다. 

최 회장은 23일 노 관장과의 이혼소송 확정증명 신청서에 더해 소 취하서를 제출했는데, 그가 소 취하서를 제출한 것 역시 노 관장과 이혼을 확정하되, 상고심에서 재산 분할 및 위자료 액수에 대해서만 본격적으로 다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재용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2심 판결이 내년 2월 3일 오후 2시에 내려진다. 1심처럼 무죄 판결이 내려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특히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까지 고려하면 9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루빨리 해소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또 어머니 김영식 여사, 여동생 구연경 및 구연수 씨 사이의 상속 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며, 세무 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100억원대 상속세 불복 행정소송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SK 등 주요 그룹들은 기업의 위기 상황에 봉착함에 따라 해결책을 찾기 위해 소수 정예 인원만을 선발하는 핀셋 인사를 연중에 단행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DS) 사업에서 크게 고전하면서 지난 5월 전영현 부회장을 반도체 수장으로 임명했으며,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을 신임 수석부회장에 선임했다. 

주요 그룹은 연말 인사에서 '대규모 혁신'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인사 규모는 예상치를 밑돌아 '안정적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인사는 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DS부문에서 일부 자리만 변경돼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이번 인사에서 한진만 DS부문 미주 총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파운드리사업부장을 맡았다. 전영현 부회장은 대표이사로 내정돼 한종희 부회장과 2인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했으며, 전 부회장이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직해 HBM 사업 부활을 꾀한다.

SK그룹은 지난해 전면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과 달리, 이번 인사는 소폭에 그쳤다. 당초 부회장 승진에 예상됐던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승진은 이뤄지지 않았다. 또 LG그룹도 조주완 LG전자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킬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승진은 없었다. 안정적인 소폭 인사 속에서 새 얼굴로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을 임명했으며, ABC(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에서 신규 임원을 발탁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삼성전자 위기론'이 큰 파장을 일으킨 것도 주요 이슈"라며 "올해는 고려아연 경영원 분쟁 이슈도 매우 컸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 전경.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전경.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반도체 1위' 등극…영업이익 2배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AI 반도체 90% 이상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독점에 가깝게 공급하면서 '반도체 시장 최강자'로 급부상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DS부문의 두 배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40%에 달해, 증권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급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는 HBM3E에서 엔비디아의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겼으며,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TSMC와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면서 '위기론'이 확산됐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SK하이닉스가 HBM 사업을 잘해서 전체 SK를 먹여 살리는 상황이다. 이 추세라면 SK하이닉스는 내년 HBM4 시장도 리딩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뒤늦게 따라오는 형태로, 상반기까지는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이어 "삼성전자가 하반기에 치고 올라올 수 있는데, 양산성 검증을 누가 더 빨리하느냐에 따라 승자가 결정될 것"이라며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에서 큰 차이를 보임에 따라 인사 폭에도 차이를 보였다. 삼성전자의 인사 폭은 소폭에 그쳤지만, SK하이닉스는 임원 승진자를 30명 넘게 배출하며,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SK하이닉스가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삼성전자에서 SK하이닉스로 이직하는 인원들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올해 구직자들이 뽑은 직장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반면, 그간 '꿈의 직장'으로 꼽혔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2위에서 6위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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