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1.03 11:18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의료 대란이 결국 해를 넘겼다.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 새로 뽑힐 의료계 리더가 의정 갈등 해결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작년 2월 6일 보건복지부는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의사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제주대 의대가 신설됐던 1998년 이후 27년여 만에 의대 증원이다.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고, 전공의는 2월 20일부터 병원을 떠나기 시작했다. 의대생도 학교를 떠났다. 이후 2000명보다는 축소된 1497명 규모로 증원이 결정된 가운데 지난달 수시 등록이 마감됐고, 정시모집 원서접수도 이날(3일)로 종료된다.
입시 절차 중단이 사실상 어려워진 가운데 전공의와 의대생 이탈은 현재 진행형이다. 의료계에서 유일한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수장을 뽑는 선거를 실시하고 있다.
5명이 입후보한 제43대 의협 회장 선거는 내일까지 전자투표로 진행된다. 이르면 4일 밤 회장이 선출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7~8일 득표 1·2위를 대상으로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늦어도 8일에는 회장이 선출된다.
이번 선거는 작년 5월 취임한 임현택 전 회장이 11월 탄핵된 데 따른 보궐선거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저지에 실패한 가운데 잇따른 막말과 실언 논란으로 임 전 회장은 반 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부는 작년 내내 '의료계 단일창구에서 공통된 목소리를 모아달라'고 요청하며 의협을 협상 대상에서 수시로 배제했다. 의협이 '단일창구는 의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전공의와 의대생이 당시 의협 집행부를 불신하면서 의료계 내에서도 갈등이 발생했다.
임 전 회장이 탄핵된 뒤에 꾸려진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에는 전공의 등이 참여했고, 12월에는 비대위 주도로 의료계 전 직역이 모여 '하나로 결집해 의료농단을 저지하자'는데 공감하면서 의협도 대표성을 찾고 있다.
그간 색안경을 끼고 의사들을 바라보던 국민들도 비상계엄 포고령에 적힌 '전공의 처단' 문구를 본 뒤 같이 분노해주고 있다.
잠깐이면 설이고, 설을 지나면 의료대란이 꼬박 1년이 된다. 새롭게 선출된 의협 회장은 빠르게 방침을 정하고, 협의에 나서야 한다.
대통령, 국무총리 연속 탄핵으로 정부의 처지가 풍전등화라고 강짜를 놓진 말아야 한다. 정부가 사과하면 용서를 하고, 현명한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지혜를 짜며, 의료계 의견을 통일시킬 수 있는 리더가 뽑히길 기대한다. 이제는 해결을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