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5.03.11 18:00

EV4, 모델3보다 최대 1720만원↓…가격 경쟁서 우위
전문가 "홍보·판매 전략이 브랜드 파워 극복의 핵심"

기아의 첫 전동화 세단 '더 기아 EV4'. (사진제공=기아)
기아의 첫 전동화 세단 '더 기아 EV4'. (사진제공=기아)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기아가 첫 전동화 세단 '더 기아 EV4'를 출시하며 국내 전기차 세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동급 경쟁 모델인 테슬라의 '모델3'보다 최대 1000만원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선 가운데, 소비자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기아는 최근 EV4의 사양과 가격을 공개하고 오늘(11일)부터 국내 계약을 시작한다. EV4는 지난달 스페인 타라고나에서 열린 '2025 기아 EV 데이'에서 내장 디자인과 세부 사양이 공개된 모델로, 전기차 대중화를 목표로 한 기아의 전동화 세단이다.

EV4의 가격은 트림별로 4192만~5219만원에 책정됐다. 반면 테슬라 모델3는 5199만~6939만원이다. 기본 모델 간 가격 차이는 1000만원, 최상위 트림의 경우 1720만원까지 벌어진다.

기아는 전기차 세제혜택과 정부·지자체 보조금(서울 기준)을 고려하면 EV4의 실제 구매 가격이 스탠다드 모델 3400만원대, 롱레인지 모델 3800만원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 '모델3'. (출처=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 '모델3'. (출처=테슬라 홈페이지)

반면, 환경부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3 RWD(후륜구동) 국고 보조금은 183만원, 롱레인지 AWD(사륜구동) 모델은 202만원으로 책정됐다. 서울시 보조금(60만원)을 포함하면 최대 262만원의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EV4는 전기차 세제혜택을 고려해도 모델3보다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평가된다. 

두 모델의 제원을 비교하면 크기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출력·토크·전비·주행거리 등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배터리 용량은 두 차량 모두 80kWh 이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했다. 하지만 1회 충전 주행거리에서는 EV4 롱레인지 모델이 533km로, 모델3 롱레인지 AWD(488km)보다 길어 동급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전비(연비)도 EV4가 5.8km/kWh, 모델3 롱레인지가 5.5km/kWh로 EV4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출력·토크·가속 성능에서는 모델3가 확실한 강점을 보였다.

배터리 충전 속도는 비교 기준이 다르지만,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EV4는 350kW급 초급속 충전기로 10→80% 충전에 약 31분이 소요된다. 모델3는 테슬라 슈퍼차저를 이용 시 80%까지 약 25분이 걸려 충전 속도에서는 모델3가 더 빠르다.

모델3는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술과 강력한 자율주행 보조 기능이 강점이다. EV4 역시 기아 최초로 원격 OTA 기능을 탑재해 차량 개선이 가능하다. EV4는 다양한 편의 사양과 경쟁력 있는 가격을 갖춰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아 'EV4'와 테슬라 '모델3'의 제원 비교표. (표=정현준 기자)
기아 'EV4'와 테슬라 '모델3'의 제원 비교표. (표=정현준 기자)

전문가들은 EV4가 다양한 편의 기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만큼,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테슬라의 브랜드파워와 성능 차이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권은경 한국모빌리티산업협회 실장은 "전기차 시장이 이제는 얼리어답터 중심에서 대중화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차량 구매 시 가장 고민하는 요소는 여전히 가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EV4가 모델3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됐고, 동급 대비 편의장치와 사양도 잘 갖췄다"며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도 "EV4의 사양을 보면, 테슬라보다 출력과 토크, 가속 성능에서는 다소 밀리지만, 가격과 주행거리는 우위에 있다"며 "전기차를 직접 경험해 본 소비자라면 EV4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기본적으로 가속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필요 이상의 성능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특히 전기 택시 운전자들 사이에서도 가속력이 너무 강하면 뒷좌석 탑승객이 멀미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전기차를 경험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어, 테슬라의 가속 성능에 더 높은 점수를 줄 가능성이 크다"며 "EV4의 퍼포먼스가 일상 주행에서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홍보 전략을 펴지 않으면, 테슬라에 참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현대차 '아이오닉6'의 사례를 들며, EV4가 택시로 많이 판매될 경우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아이오닉6는 택시 모델로 대량 판매되면서 희소성이 사라지고, 소비자들이 '하차감'에서 거부감을 느끼게 됐다"며 "EV4 역시 일정 수준 이상 택시로 판매된다면 소비자들이 외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EV4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모델3의 강력한 대항마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결국 소비자들이 '성능'과 '가성비' 중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따라 선택이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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