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4.03 17:57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에서 반도체 품목이 제외됐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지만, 자동차·철강처럼 조만간 품목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백악관은 2일(현지시간) 반도체가 상호관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배경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산업별 관세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국내 반도체 업체의 대미 수출 비중은 7.5%로 중국(32.8%), 홍콩(18.4%), 대만(15.2%)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국뿐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반도체를 제조하고 있는 만큼,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

반도체 업체 한 관계자는 "반도체가 상호관세 폼목에서 제외돼, 다행이기는 하기만,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언제 바뀔지 몰라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며 "향후 어떻게 바뀔지 몰라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업체 관계자 역시 "아직 상황이 불확실하다 보니 논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조만간 반도체 품목에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품목이 상호관세에서 제외된 것은 더 심사숙고한 뒤 결정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투자 유치를 위해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이 미국 현지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경우 유예할 수도 있다"며 "단,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미국 내 빅테크 기업을 고객으로 더 확보한다면 미국 투자를 더 해야 할 이유가 있지만, 실익이 없다면 추가 투자를 더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반도체 품목에 대해 관세를 부과함에 있어 부정적인 여론이 많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한발 후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관세 못지않게 주목되는 사안은 보조금 재협상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지원되는 보조금을 재협상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한 상황이어서,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체들은 보조금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봐야 알 수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전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은 바이든 대통령 재직 당시 미국 상무부와 반도체 보조금 지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미 상무부와 지난해 말 47억4500만달러(약 6조9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 2030년까지 370억달러(약 54조1600억원) 이상의 금액을 투자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미 상무부와 최대 4억5800만달러(약 6600억원)의 보조금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6600억원)를 투자해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산업별 관세를 피하고자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지만, 새로 공장을 지으면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나 완공되고, 비용도 많이 들어 이를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대규모 투자가 관세 폭탄의 방패막이 될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최근 미국 반도체 시장에 1000억달러(약 146조3700억원) 이상을 추가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대만에 32%라는 높은 관세율을 부과, TSMC의 통큰 투자가 상호관세 부과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