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광석 기자
  • 입력 2025.04.03 11:56

현대차그룹 10조 피해, 한국지엠 존폐 위험
철강도 美·EU 동시 관세 위협…경쟁력 '흔들'

평택항에서 선적 대기 중인 수출용 차량들. (사진=뉴스1)
평택항에서 선적 대기 중인 수출용 차량들. (사진=뉴스1)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25% 관세 부과가 3일부터 발효되면서 국내 자동차 및 철강 수출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한국에 모든 수입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 부과하기로 했다.

단, 자동차와 철강 부문은 상호관세 대상에서 벗어나면서 자동차와 철강 부문에 매겨진 25%를 합해 총 50%라는 '관세 폭탄' 상황은 면하게 됐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관세 없이 수출해 온 만큼, 25%의 관세만으로도 큰 피해가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한국의 자동차 생산 대수는 413만대다. 이 가운데 수출 물량은 278만대로 67%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수출 물량 중에서도 미국 수출 대수는 143만대로 절반이 넘는다. 143만대 중 101만대는 현대자동차·기아가, 41만대는 한국지엠이 수출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수출용 자동차에 25% 관세가 적용되면 올해 전체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63억5000만달러(약 9조2000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KB증권 분석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 대수는 지난해보다 6.3% 줄어든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91만1000대를, 기아는 79만5000대 총 170만6000대(현지 생산 포함) 팔았다. 이 가운데 57%인 101만5005대(현대차 63만7638대·기아 37만7367대)가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됐다.

iM증권은 25% 관세 부과 시 현대차·기아 부담은 현대차 5조7000억원, 기아 4조원 등 총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지엠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판매한 49만대 중 83%인 41만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트레일블레이저 등 주력 모델이 관세로 미국 현지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 철수설이 현실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한 근로자가 출선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한 근로자가 출선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철강 부문도 관세 후폭풍을 피할 수 없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철강 수출량은 2835만411톤이다. 이 가운데 미국 수출량은 280만톤으로 전체의 10% 비중을 차지한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연합(EU)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심각한 것은 한국의 철강 수출 비중이 가장 큰 EU도 미국발 관세 영향으로 한국 초과 수출 물량에 대해 25% 관세를 물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한국 철강사들은 EU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물량이 최대 14% 줄어들게 된다.

현대제철은 미국 철강 관세 대응 차원에서 현지 전기로 제철소 건립을 위해 총 8조5000억원의 비용을 책정한 상태다. 포스코도 미국에 상공정 투자를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경제안보전략태스크포스(TF) 회의를 소집해 자동차 등 미 정부 관세 부과로 영향을 받을 업종과 기업에 대한 긴급 지원대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조속히 마련할 것을 지시한 상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31조원을 들여 미국 현지화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수년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동안 관세 피해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정부와 기업이 함께 피해 최소화 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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