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4.14 15:45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한 관세 정책'에 전 세계 스마트폰·PC·반도체 업계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스마트폰·노트북 등 20개 품목을 상호 관세 부과 품목에서 제외했다가 13일 다시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반도체 등 품목에도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다음 주 중 반도체 상호관세에 대해 발표할 것"이라며 "철강·자동차들 관세가 완전히 시행 중이다. 반도체에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체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업종에 대한 개별 관세율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보여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도 반도체, 스마트폰 등 광범위한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 면제에 대해 "이는 일시적"이라며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업종에 대한 상호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우선 스마트폰 업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마트폰, 노트북PC, 반도체 제조 장비 등 20개 품목을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안도했지만,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하면서 큰 혼란에 빠졌다.
삼성전자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스마트폰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스마트폰 상호관세 대상 제외를 발표했지만,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발표한다고 전해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반도체, 스마트폰, 노트북PC 등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가 부과된다고 발표한 상황이어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중국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관세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서, 어떻게 될지 속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플래그십 제품을 생산하지 않아 중국에만 고가의 상호관세를 부과해도 애플처럼 큰 피해를 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베트남 지역에서 46%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후 생산시설을 인도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유예함에 따라 잠시 보류하고 있다.
LG전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PC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겠다고 발표한 데에 대해 안도하고 있다"며 "그러나 PC 등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에 대한 입장을 열어놔, 추후 발표를 지켜볼 방침"이라고 전했다.

국내 업체들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 것은 애플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애플이 상호관세로 인해 큰 피해를 볼 것이며, 아이폰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에 대한 면세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연성'을 언급한 것도 애플의 스마트폰에 대해 관세 완화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폭넓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애플의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면제·유예한 전례가 있다.
애플은 중국 생산을 제외한 나머지 분량은 인도·베트남·브라질 등 다른 국가에서 제조하고 있지만 물량이 많지 않다. 애플은 현재 아이폰 생산량의 8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20%를 인도에서 생산하고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 등은 당초 예정대로 상호 관세가 부과되면 최고가 제품인 '아이폰16 프로맥스'뿐 아니라 하위 모델까지도 가격이 모두 두 배 이상 뛸 것으로 전망했다. 씨넷은 "대중국 관세가 전면 반영될 경우, 아이폰16 프로맥스(1TB)는 현재 1599달러(232만원)에서 약 3598달러(522만원)로 인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아이폰에 기존대로 145%의 관세가 적용되고 나머지 국가에는 10%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으로 수입되는 아이폰에는 131.50%의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폰16 프로맥스의 미국 내 출고가 1199달러(약 174만원)에 해당 관세를 부과하면 가격이 2775달러(약 402만원)로 껑충 뛰게 된다.
중국에 고액의 상호관세 부과에 애플은 인도 생산을 늘리면서 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지난 3월 기준 최근 12개월 동안 인도에서 220억달러(약 31조원) 상당의 아이폰을 조립했다고 보도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인도 생산량을 60% 늘린 것이다.
애플은 지난달부터 상호 관세를 피하고자 아이폰 약 150만개, 600톤 분량을 화물 제트기에 실어 인도에서 미국으로 긴급 공수하고 있다.
애플은 인도에서 생산량을 늘리고 있으며 상당 물량을 인도로 생산기지 전환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인도 생산 확대는 코로나19의 봉쇄 조치로 중국 공장이 심각한 생산 차질을 빚었을 때부터 추진해 왔던 바이며,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얼마의 상호관세를 부과할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와 별개로 펜타닐 등 마약 대응을 이유로 중국에 부과한 '10%+10%'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본 반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제조 스마트폰에 대한 20% 관세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보도해 어느 정도의 중국 관세가 부과될지에 대해서도 입장이 모호하다. 스마트폰에 대한 상호관세가 확정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로 물가가 급등할 것을 우려해 사전에 애플의 아이폰 등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소비자 신용카드 사용 데이터를 분석한 어니스트애널리틱스의 자료에서 이달 5일 기준 애플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지출이 직전 4주 토요일 평균 대비 3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 업계도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반도체 품목에 대한 관세를 확정할 것으로 보여,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정해진 상호관세를 유예하는 등 변화무쌍한 행보를 보여, 반도체에 대한 관세가 부과되어도 이 조치가 유예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매일매일 달려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반도체 품목에 대한 관세를 부과했다고 해도 다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관세 협상은 국가와 국가의 협상이어서 이를 긴장된 상황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반도체 품목에 대한 상호관세를 발표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발표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우선 오락가락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발표를 지켜본다는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