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성민 기자
  • 입력 2025.04.18 06:00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토스증권 커뮤니티는 리딩방 같다"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가 '토스증권처럼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내놓은 답이다. 

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업계는 '리테일 1위' 자리를 위협하는 토스증권을 견제한 취지로 해석했다.

그러나 최근 거래시스템이 멈춰버리는 전산 오류가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게 된 키움증권은 '리테일 강자'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진 모양새가 됐다. 

키움증권은 이달 3일과 4일 이틀 연속 주식 거래가 먹통이 되는 초유의 전산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주말(5~6일) 동안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고,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점검하기도 했다. 

평소 키움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영웅문S#'을 사용한다는 투자자 이 모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매도 주문을 넣었는데,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손실이 발생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엄 대표는 예상하지 못한 거래 먹통 사태에 "고객 여러분의 불편과 심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보다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시스템 전반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개선을 진행하겠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키움증권은 투자자 피해 보상을 위한 후속 조치도 내놨다. 지난 11일까지 전산 장애에 따른 피해 사례를 접수받은 뒤, 순차적으로 보상을 진행 중이다. 피해를 본 고객에게 신세계 상품권이나 현금 보상을 지급하고,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국내주식 수수료를 면제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조치에도 고객들의 원성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리테일 강자로 분류되는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점유율이 18%로 토스증권(19%)과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일파만파 커지자, 수수료 면제 이벤트조차 피해 보상을 늦추는 '꼼수 대응'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번 전산 장애로 피해를 입었다는 한 투자자는 "정작 피해를 본 사람들은 외면한 채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피해자 모임 중 대다수가 다른 증권사로 이미 갈아탄 상태"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전산장애 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 출범과 함께 증시 변동성 확대로 전산 장애에 대한 위험성은 한층 더 커진 모습이다.

각 증권사 별 전산 시스템 점검에 대한 중요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025년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금융권 내 IT 사고는 시장 신뢰를 저해하는 주된 요인"이라며 "보다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2025프로야구 정규시즌 키움히어로즈는 슈퍼스타 이정후에 이어 주전 내야수 김혜성까지 미국으로 떠나보면서 당장 눈 앞의 '성적'보다 '육성'에 초점을 맞춰 팀을 운영하고 있다. 

키움증권이 잃어버린 고객의 신뢰를 되찾으려면 리테일 경쟁자들을 향한 '견제구'보다 눈 앞의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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