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5.04.24 10:40

대통령 권한대행 시정연설 '46년만'…"사퇴하라" 고성도
오늘 저녁 한미 2+2 통상협의…"상호 윈윈 합의점 모색 총력"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공동취재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공동취재단)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4일 "정부는 12조2000억원 규모의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해 지난 21일 국회에 제출했다"며 "국민에게 든든한 힘이 되고 우리 경제의 회복과 도약에 소중한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조속히 심의·의결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대행은 이날 국회서 '추경' 관련 시정연설을 통해 "이번 추경안은 재해·재난 대응, 통상 및 인공지능(AI) 지원, 민생 안정의 세 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현장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 효과성이 높은 필수 사업을 위주로 선별해 편성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회 시정연설은 1979년 최규하 대행 이후 46년 만이다. 한 대행이 연설을 시작하자 '사퇴하라'는 의원들의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 대행이 시정연설을 마친 뒤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권한대행이 해야할 일과 하지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하라"고 지적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정부가 마련한 추경안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재해·재난 대응 분야에 3조2000억원을 반영했다. 초대형, 초고속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의 신속한 복구를 위해 재해대책비를 기존 5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 수준으로 3배 대폭 보강한다.

이재민의 온전한 일상 회복을 위해 신축 임대주택 1000호와 주택 복구용 저리 자금을 공급하고, 산불로 완전히 소실된 마을을 복구하기 위한 특별재생사업을 추진한다. 산불 피해 복구로 인해 재정 여력이 부족해진 지자체에 대한 재정 보강을 위해 20000억원의 지방채도 인수한다.

(자료제공=기획재정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통상 위기 및 기술 패권 경쟁 대응에는 4조4000억원을 편성했다. 한 대행은 "미국의 관세 조치 등으로 인한 수출 기업의 유동성 경색을 방지하기 위해 정책 금융기관에 1조5000억원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해 대출, 보증, 보험 등 특별자금 25조원이 필요한 곳에 공급되도록 할 것"이라며 "관세 피해 우려 기업의 애로 해소를 위해 대체시장 발굴, 수출 물류 등을 지원하는 수출 바우처는 기존 약 3000개사에서 약 8000개사로 확대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우리 시간으로 오늘 저녁 9시 한미 양국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2+2통상협의를 갖는다. 우리측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측은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각각 참석한다.

한 대행은 "지금 이 시각에도 세계 수십여개 국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추진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도 가능한 한 신속하게 협상에 돌입하고 충분한 협의 시간을 확보해 유예기간 내에 국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정부는 국익이 최우선이라는 원칙 아래 무역균형, 조선, LNG 3대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합의점을 모색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관련 정책지원도 강화한다. AI의 연산과 학습에 필수적인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연내 1만장 확보한다. 특히 우수한 민간 AI 기업들로 구성된 'AI 국가대표 정예팀'을 선발해 챗GPT와 같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LLM(대규모 언어 모델) 개발에 나선다. GPU, 데이터 등 연구자원을 집중 지원하는 '월드베스트 LLM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AI 분야 성장 동력 강화를 위해 AI 분야의 석박사급 인재는 당초 계획 대비 2배 확대된 총 3300여명을 양성하고, AI 분야 유망 중소·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AI 혁신펀드는 9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대폭 확대한다.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경쟁력 제고에도 나선다. 반도체 거점 조성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망 지중화 비용 중 기업 부담분의 70%를 지원한다. 반도체 설비 투자 저리대출에 2000억원을 추가 출자해 프로그램 공급 규모를 17조원에서 20조원으로 확대한다. 첨단전략산업 관련 공급망 안정 품목을 생산하는 소재·부품·장비 중소·중견기업의 신규 입지 및 설비 투자 등에 대한 보조금도 신설한다.

(자료제공=기획재정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민생 안정에는 4조3000억원을 반영했다. 먼저 연매출 3억원 이하 소상공인이 공과금, 보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최대 50만원 한도의 '부담경감 크레딧'을 신규 지원한다. 소상공인의 자금 조달 지원을 위해 융자·보증 등 정책자금 2조5000억원을 확충하고 중신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6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한 1000만원 한도의 신용카드를 발급한다.

영세 사업자의 매출 기반 확충을 위한 지원도 병행한다. 연매출 30억원 이하 점포에서 사용한 카드 소비 증가분의 20%를 온누리 상품권으로 환급해 추가 소비가 전통시장, 영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이뤄지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또 저소득 청년·대학생, 최저신용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 맞춤형 정책자금을 2000억원 수준 추가 공급하고 체불된 임금을 국가가 대지급하는 인원도 1만명 확대해 근로자 생계를 보호한다.

정부는 세계잉여금 및 기금 자체 자금 등 가용재원 4조1000억원과 8조1000억원 규모의 국채 발행을 통해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 대행은 "위기 대응에는 정책의 내용만큼이나 이를 추진하는 타이밍이 너무도 중요하다"며 "정부 재정이라는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이들에게 닿아야 할 시점은 바로 지금"이라고 말했다.

특히 "산불 피해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에게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이 간절하고, 글로벌 경쟁이라는 거센 파도 속에서 우리 산업과 기업이 좌초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며 "하루하루 힘겨워지는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의 삶의 무게를 덜어줄 실질적인 지원이 당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조속히 심의·의결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정부도 국회 심의과정에서 의원들의 합리적인 대안을 적극 검토하면서 국회 심의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집행계획을 철저히 마련해 추경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즉시 현장에 온기가 빠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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