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5.06.23 18:00

이란 의회 美 공습 맞서 봉쇄 결의…장기화땐 배럴당 130달러 돌파 예상

이란 호르무즈 해협. (출처=구글지도)
이란 호르무즈 해협. (출처=구글지도)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최근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자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이 해협이 실제로 봉쇄되면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여름 성수기를 앞둔 항공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23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이날 오후 3시 43분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은 전 거래일 대비 1.41% 오른 배럴당 74.88달러, 브렌트유 9월물은 1.32% 상승한 76.48달러에 거래됐다. 

이란 의회는 22일(현지시간) 자국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습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30%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로, 실제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약 18만원)를 돌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통합 대한항공 CI 도장이 적용된 대한항공 항공기가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계류장에서 대기 중이다. (사진=정현준 기자)
통합 대한항공 CI 도장이 적용된 대한항공 항공기가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계류장에서 대기 중이다. (사진=정현준 기자)

항공업계는 즉각적인 비용 압박에 직면했다. 연료비는 항공사 운영비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항목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연간 약 3100만 배럴의 항공유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가 변화에 대비해 연간 예상 유류 소모량 일부에 대해 헷지를 시행하는 등 위험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가 상승은 항공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항공권에는 유가에 연동되는 유류할증료가 포함되는데, 이는 싱가포르 항공유(MOPS) 가격을 기준으로 과거 2개월간의 평균값을 적용한 뒤 1개월의 고지 기간을 거쳐 반영된다.

현재 7월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인 MOPS 평균값은 갤런당 188.62센트로, 총 33단계 중 4단계에 해당하는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유가 급등세는 8월부터 할증료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언급했지만 실제로 실행한 적은 없다. 무역의 90% 이상을 해상에 의존하는 이란에도 해협 봉쇄는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단기적으로 사태가 진정되면 유가도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유가가 추가로 오르고, 고환율까지 겹치면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항공기 구매, 공항 사용료, 유류비 등 주요 비용이 모두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8.7원 오른 1384.3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공=제주항공)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공=제주항공)

특히 저비용항공사(LCC) 업계는 1분기 고환율·고유가로 이미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바 있는데, 3분기 실적 개선에 다시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전문가들도 항공업계의 비용 환경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세혁 LS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급등은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비용 압박이 커질 것"이라며 "7월 유류할증료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팬데믹 이후 운임이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들어 당장 탑승률 하락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규왕 한서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국내 경기 침체와 유류비 상승이 겹치면 항공권 가격 인상에 따른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동남아 지역의 코로나 재유행, 중동 정세 불안까지 겹쳐 항공업계가 성수기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항로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항로 우회로 항공유 부담이 커졌지만, 이란 상공을 지나는 노선은 적어 직접적인 항로 차질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항공은 홍해 사태 이후 텔아비브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현재는 두바이 노선만 유지 중이다. LCC 업계 역시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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