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7.05 14:00
美관세정책 여파에 1~6월 신규 수주 전년比 줄어
빅3 "수익성 우선 전략 때문"…통상 하반기 성수기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호황기를 탄 조선업계가 올해 상반기 수주 부문에서 주춤하는 모양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물동량이 위축되면서 선박 발주도 줄었기 때문이다. 불황 사이클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고정비가 많이 드는 조선업 특성상 당장의 실적보다는 다량의 신규 수주로 충분한 수주잔량을 확보해 둬야 하는 만큼, 하반기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
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조선·HD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105억달러(총 76척)를 수주했다. 올해 수주목표 180억5000만달러 대비 58.2%를 달성한 만큼 양호한 수준이다.
다만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상반기에는 121척을 수주했다. 수주액은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올해 수주량으로만 따지면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37.2% 줄어든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인 98억달러의 26.5%에 불과한 26억달러(18척) 수주에 그쳤다. 전년(50억달러)과 비교해서도 절반가량으로 감소했다. 한화오션의 경우, 6월 통계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5월까지 총 14척과 30억달러의 수주고를 올렸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해 상반기 총 27척 53억3000만달러를 수주했다. 올해 수주 목표는 공개하지 않았다.
조선 빅3의 상반기 수주가 줄어든 것은 올 초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로 글로벌 운임이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해상운송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7일 기준 1861.51을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오는 8월까지 중국과의 관세전쟁 휴전 효과로 한때는 2000을 웃돌았으나, 시한이 임박하면서 다시 추락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1~6월 전 세계 누계 수주는 1938만CGT(647척)로 전년 동기보다 54% 감소했다. 이중 한국은 전년보다 33% 줄어든 487만CGT(113척)를 수주에 그쳤다.
남은 일감을 뜻하는 글로벌 수주잔량은 6월 말 기준 1억6374만CGT다. 이는 전월 대비 158만CGT 줄어든 것이다. 한국 수주잔량은 3542만CGT로 전월 대비로는 89만CGT,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318만CGT 감소했다.

물론 현재 국내 조선 빅3 수주잔량을 고려하면, 당장 2~3년은 큰 타격은 없다. 다만 현재의 수주 감소 기조가 이어진다면 호황 사이클은 추후 3년 정도로 일찍 저물고, 2010년대와 비슷한 재무 악화 상황에 시달릴 수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하반기에 대형 수주가 몰리는 업종 특성상 아직은 시황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며 "일시적으로 수주가 줄어든 것도 저가수주보다는 수익성 추구 등 조선사별 전략 차원이다. 고객들이 발주를 안 해서가 아니다"고 말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상반기 수주 포트폴리오는 주로 중대형 컨테이너선(44척) LNG 이중연료 추진 선박 등 고부가가치 및 친환경 선박 비중이 높아졌다. 삼성중공업도 상선 부문보다는 고부가가치 품목이 많은 해양설비에 집중하고 있다. 하반기 수주가 기대되는 모잠비크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설비(FLNG)는 25억달러, 미국 델핀(Delfin) 프로젝트는 15억달러에 달한다.
복수의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 필리조선소를 운영해 존스법을 우회한 한화오션은 하반기 미국 LNG 수출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LNG운반선은 물론, 해양 부문에서도 30억달러 규모의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수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선 빅3 모두 카타르 2차 LNG 프로젝트에도 참여 중인 만큼, 이 부문에서도 수주가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