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7.29 13:00
주주 보호 상법 개정 및 법인세 인상 필요성은 공감
美관세 겹친 상황에 투자 및 고용 위축 가능성 제기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품목관세를 필두로 국내에서도 상법개정 및 법인세 인상 등이 추진되면서 기업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발 관세 위협은 이미 수출기업들의 실적 악화를 야기 중인 데다,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나 세수 확보 노력도 자칫 기업 투자 및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는 29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24%에서 25%로 상향하는 내용의 2026년도 세제개편안 등을 논의했다. 앞서 윤석열 전 정부는 지난 2022년 최고세율 25%를 24%로 인하했는데, 이를 25%로 원상복구하겠다는 내용이다.
당정은 법인세와 마찬가지로 윤 전 정부 당시 이른바 '부자 감세' 비판을 받았던 상장주식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다시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0.18%로 복원될 전망이다.
당정은 이날 거론한 세제개편안을 추후 세부 논의를 거쳐 오는 31일 발표할 방침이다.

기업들이 우려하는 것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자체보다는 불투명한 대내외 경영환경에 따른 겹악재다. 대부분의 한국기업들은 수출과 제조업이 주력인데 지난 3월부터 본격화 된 미국 관세 인상분 적용으로 해당 부문들의 지표가 좋지 않다. 이달 국내 제조업 기업심리 지수(CBSI)는 두 달 연속 악화했다. 자동차를 비롯해 석유정제·코크스,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에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피해가 심각한 부문은 지난 3월부터 25% 품목관세가 적용된 자동차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예로 들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조6000억원 줄었다. 현대차와 기아의 관세 부담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 규모는 각각 8282억원, 기아는 7860억원이다.
한국과 미국이 마지막 관세협상을 벌이는 오는 31일 이후에도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율을 유지하면, 현대차·기아의 연간 영업이익은 9조원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이재명 정부의 이사 충실 의무 확대 및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도 기업에는 신규 투자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 물론 코스피 지수가 연일 상한가를 갱신 중이고, 일반주주 보호 및 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로 평가받는다.
다만, 경영계는 수십년간 대주주 중심 책임경영으로 버텨온 한국 기업 특성을 고려해 달라는 입장이다. 일반 주주들의 이의 제기가 폭넓게 가능해지면 체질 개선을 위한 경영활동이 봉쇄되고, 신규 투자 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상은 복합적으로 기업에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인상하면 해당 과세표준 구간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그만큼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는데 이익 규모가 큰 대기업일수록 증가액이 커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법인세 최고세율 1%포인트 인상 시 기업 투자와 고용에 단기적으로 각각 0.46%, 0.13%의 감소 효과가, 장기적으로는 투자가 2.56%, 취업자 수가 0.75%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제단체 및 일부 전문가들은 법인세 인상이 세수 확보가 목적이라고 한다면 세율 N% 인상보다는 기업별 실적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내외 경영환경 불투명성 확대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실적 부진을 겪는 상황에 세율을 인상하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세수가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선진국이 기업 투자 유치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 인하 정책을 유지 중이라는 것도 이들이 내세우는 근거다.
미국은 트럼프 1기 정부 시절 35%에 달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1%로 인하했고, 바이든 전 정부 때도 비슷한 세율을 유지했다. 영국은 2011년부터 28%였던 최고세율을 단계적으로 낮춰 20%까지 인하했고, 프랑스도 2018년부터 법인세율을 33.3%에서 25%로 단계적으로 인하했다. 아일랜드 역시 12.5%의 초저 법인세율을 유지해 애플과 구글 등의 유럽 본사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10대 그룹 한 고위관계자는 "전 정부 감세에 따른 재정 건전성 및 조세 형평성 확보 취지는 이해하지만, 미국발 관세 문제와 소액주주 권익을 확대한 상법 개정이 추진되는 상황이어서 기업으로서는 타이밍이 좋지 않다"며 "좀 더 시간을 둬 현장 의견을 반영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10대 그룹 고위관계자 역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법인세율도 바뀌는 등 정책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결과적으로 장기 투자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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