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8.15 11:14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이재명 대통령아 15일, 북한 체제를 인정하고 흡수통일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그는 또한 어떠한 형태의 적대행위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은 "이제는 오래된 냉전적 대립과 사고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한반도의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정부 동안 완전히 끊어진 남북 대화 상황을 지적하며, "실타래가 심하게 얽힐수록 더 인내심을 갖고 하나씩 풀어야 한다. 먼 미래의 목표를 말하기 전에, 먼저 신뢰를 회복하고 대화를 복원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그는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언급하며, 취임 직후부터 전단 살포 중단,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해 일관성 있는 조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본질을 "적이 아닌, 서로 다른 체제를 인정하며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한 관계"라고 규정했다. 또한 남북기본합의서에서 6·15 공동선언, 10·4 선언, 판문점 선언, 9·19 공동선언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합의 정신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특히 군사적 신뢰 구축과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9·19 군사합의를 단계적으로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그는 "평화로운 한반도의 기반은 비핵화"라며, 비핵화가 쉽지 않은 복합적 과제임을 인정했다. 이를 위해 남북 간 대화뿐 아니라 미북 협상,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평화적 해법을 모색하고, 세계 각국의 지지와 공감대를 넓히겠다고 약속했다.
경축사에서는 분단 상황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며 분단을 명분으로 국민을 나누고 갈등을 키운 세력이 있었다"며, 심지어 전쟁 위기로 국민을 몰아넣는 무모한 시도까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정치가 여전히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낡은 이념과 진영 논리를 넘어 대화와 양보를 바탕으로 한 상생 정치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오랜 역사 속 굴곡을 공유한 만큼 관계 설정이 중요한 과제"라며, 과거를 직시하면서도 미래를 향해 나아갈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을 경제 발전의 중요한 동반자이자 가까운 이웃으로 표현하며, 셔틀외교를 통해 자주 만나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며 미래지향적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동시에 일본 정부에는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 줄 것을 촉구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독립운동가와 유공자에 대한 예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대한민국이 지난 80년 동안 거둔 눈부신 성취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 덕분이라며, '음수사원(飮水思源)'의 정신으로 그들의 공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항일투쟁의 역사를 부정하거나 독립운동가를 모욕하는 행위는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경축사의 마지막에서 그는 현재가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고 표현하며, 한미 관세협상을 단적인 예로 들었다. 또한 120년 전 을사늑약으로 국권을 빼앗긴 과거를 거론하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2025년 을사년은 대한민국이 난파가 아닌 도약의 길을 가는 해가 되어야 한다"며, 세계를 선도하는 평화롭고 번영하는 나라로 함께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