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광하 기자
  • 입력 2025.08.20 10:26
지난 2018년 2월 특사 자격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출처=청와대 페이스북)
지난 2018년 2월 특사 자격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출처=청와대 페이스북)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재명 대통령을 지목하며 "역사의 흐름을 바꿀 위인이 아니다"라고 비난하면서, 한국을 북한의 외교 상대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부부장이 지난 19일 외무성 주요 국장들과 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20일 보도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외 정책 구상을 전달했다.

김 부부장은 "이재명 정권이 출범한 이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내세우고 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며 "아무리 평화의 외피를 씌워도 대결의 본심은 숨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을지국무회의에서 신뢰 회복을 강조한 발언에 대해서도 "마디마디가 망상이고 허황된 꿈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정권 교체 과정을 언급하며 "보수든 민주든 한국 정치의 대북 적대정책은 변함없이 이어져 왔다"며 "이재명은 역사의 흐름을 바꿀 위인이 아니다"라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특히 조현 외교부 장관, 안규백 국방부 장관 등 현직 장관들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인사청문회 당시 '북한은 적'이라고 답변한 것을 문제 삼았다.

김 부부장은 한국의 외교적 입지 또한 정면으로 부정했다. 그는 "한국은 우리 국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지역 외교 무대에서 잡역조차 맡을 수 없다"며 "외무성은 가장 적대적인 국가들과 그 선동에 귀 기울이는 세력들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실드(UFS)'에 대해서도 "침략 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이번 훈련에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연합작전계획인 '작계 5022'를 지목하며 "한국과 미국이 우리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조기에 제거하고 북한 영내로 공격을 확대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작계 5022는 기존 작계 5015를 대체하는 새로운 한미연합군사령부의 작전계획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 공격 시도를 사전에 파악한 다음 사이버, 우주 능력까지 총동원해 관련 능력을 조기에 무력화하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연합사령관은 지난 4월 미 의회 청문회에서 이 계획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사전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부부장의 이날 발언은 북한이 한국 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차단하는 동시에, 작계 5022를 겨냥해 한미연합훈련을 명분으로 대남 압박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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