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8.26 15:18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미중 간의 서태평양 지역에서의 패권 다툼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외교·안보전문가인 정춘일 한국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은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국과 중국 간 서태평양 전력 균형을 분석해보면 미국은 항공모함·핵잠수함·스텔스 전력 등 글로벌 기동 전투력과 질적 전력 면에서 중국보다 우세하다"고 단언했다.
이어 "제2도련선 밖의 지역에서도 장기 지속 작전 수행 역량과 정보·감시·정찰 및 지휘통제 전력 면에서 우위에 있을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동맹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어서 서태평양에서 중국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도련선'이란, 미국이 설정한 '동맹국의 도서 기지를 연결한 방어선'이다. 제1도련선은 쿠릴 열도, 일본, 류큐 열도, 대만, 필리핀, 보르네오 북부를 연결하는 방어선이고, 제2도련선은 오가사와라 제도, 마리아나제도, 카롤라인 제도, 팔라우, 뉴기니 서부를 연결한 방어선이다. 제3도련선은 알류샨 열도, 하와이, 아메리칸 사모아, 피지, 뉴질랜드를 연결하는 방어선으로 태평양 중심부를 방어하는 지역이다.
정 부소장은 "중국은 제1도련선 내 A2AD용(2000년경부터 미국이 중국의 서태평양의 영역지배 전략을 부르는 명칭) 미사일 전력으로 미군의 기동을 방해할 수 있으며,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 근해 전장에서는 미사일과 해군의 양적 우위를 활용해 역내 전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전역 수준의 전력을 배치(항공모함 중심 원정 작전 능력)하고 있지만 수량은 제한적이며, 중국은 해군 수상함 수량 면에서 절대 우위(미국의 200배 수준 함정 생산 능력)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미국은 최첨단 기술과 다영역 네트워크 중심 전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항공모함·스텔스 전투기·SM-6 미사일 등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보급·유지가 가능해 지속 작전 능력이 우세하다"며 "반면, 중국은 역내에 한정되고 근해 중심의 지원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TYPE-055 등에 첨단 무기를 탑재하는 가운데 A2AD용 미사일과 잠수함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부소장은 "한마디로 미중 서태평양 전력 균형은 미군이 질적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 반해 중국군은 양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중국군이 질적 우위를 맹추격 하고있는 상황으로서 중국의 A2AD 전력은 제2도련선까지 제압이 가능한 수준으로 확장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정 부소장의 연구성과다.
◆미중 서태평양 전력 균형 핵심 '원거리 공격 미사일'
미중 서태평양 전력 균형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본토·후방 기지·함정·항공기·잠수함 등에서 발사해 제1도련선과 제2도련선을 넘어 수천㎞ 거리에 있는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원거리 공격 수단으로서 주로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극초음속 미사일·장거리 폭격기·잠수함 발사 무기 등이 포함된다.
미국의 주요 전력은 괌·하와이·본토에서 비행해 중국 A2AD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B-52·B-1B·B-2·B-21 등 전략폭격기, 이지스 구축함·순양함·전략잠수함, 지상 플랫폼과 전략폭격기에서 발사하는 SLBM, SM-6(Tomahawk Block V),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 스템(LRHW) 등이다. 중국의 주요 전력은 DF-21D(1500㎞+), DF-26(4000㎞, 재래식·핵탄두 탑재, 괌 타격 가능), H-6K/N(장거리 폭격기, CJ-10K 순항미사일 탑재), 095형 SSN, 096형 SSBN(개발 중), YJ-100, YJ-18B(500km) 함대함·지대지 순항미사일 등이다.
결국, 미국은 서태평양에서 원거리 타격 플랫폼·정밀타격 능력·다축 공격 유연성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은 양적 우위의 중거리탄도미사일과 대함탄도미사일로 서태평양 미군 거점 및 항공모함 전단 접근을 억제하고 있다. 미국은 극초음속 무기와 지상 발사 미사일 재배치를 확대함에 따라 중국도 A2AD를 위한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제1도련선 이내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도련선 밖 및 서태평양 깊숙한 지역에서는 미국의 우위가 지속되고 있다.
◆미중 전투 발발시 '해군 전투력'이 중심축
미국 해군은 대만과 필리핀 등 역내 동맹·파트너 국가 방어 및 억제를 위해 제7함대를 중심으로 서태평양에서 제해권을 장악하고 있으며, 항공모함강습단(CSG)·상륙준비단(ARG)·핵잠수함 등 원거리 투사 전력으로 중국의 A2AD 전략에 대응할 것이다. 중국 해군은 대만해협의 봉쇄와 상륙을 지원하고 제1도련선을 넘어 미국·동맹국 해군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항공모함(산둥함, 푸젠함)·대형 수송함·강습상륙함을 활용한 대만 주변 해상 통제를 시도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미국 해군은 원거리에서 중국의 A2AD 전력 체계를 무력화하고, 대만 방어를 지원하는 해상·공중 병참 및 타격 플랫폼으로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이며, 중국 해군은 대만 봉쇄 및 상륙 지원과 미국 해군 접근 차단 및 해상통제권 확보를 위해 해양 민병대와 미사일 전력 및 전자전 능력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동중국해 등 서태평양 일대에서 첨단 전투기와 폭격기 등 공중 전력을 활용해 후속 전투부대 증원을 차단하고 제공권을 장악하며 해상 전투력을 파괴하는 작전을 수행할 것이다.
◆美 스텔스 기반 정밀타격 우위 vs 中 지속적 출격·반접근 능력 강점
미국과 중국이 서태평양에서 해상전과 공중전을 전개하면 최종적으로 해상과 공중의 여러 플랫폼에서 발사하는 다양한 첨단 미사일 전력이 전투력의 창끝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미국은 재래식 억제 및 동맹 방어에 중점을 두고, 중국의 미사일 전력 급부상을 배경으로 2018년 10월 돌연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듬해 2월 조약 만료와 이행 종료를 공식화한 이후 지상 발사 중거리 미사일 제한을 해제했으며, 중국은 반접근·지역 거부 전략 기반으로 제1도련선 내부 접근 억제를 위해 중거리·단거리 미사일에 집중해 왔다.
미국은 괌과 일본 등 역내 기지에서 해상·항공 발사 미사일을 원정 타격, 해·공군 플랫폼 기반 원거리 정밀타격, 연합 자산 연계 전력 개념으로 운용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본토(해안·내륙)와 남중국해 인공섬에서 A2AD 거점(동중국해, 남중국해) 중심으로 포화 타격과 동시다발 공격 개념으로 미사일 전력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의 미사일은 정밀도가 우수하며, 극초음속·지상 발사 중거리 타격 역량을 확대하고 있고, 방어체계와 연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미사일은 양적 우위로 대량 포화 공격이 가능하고, 제1도련선 방어를 위한 지역 거부 역량에 집중하고 있으며, DF-21D와 DF-26 등 항공모함 타격 전력을 강화하는 한편, 극초음속 활공체(DF-17)의 전력화를 진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