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8.28 06:30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외교·안보전문가인 정춘일 한국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은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미 동맹이 북한발 위협뿐만 아니라 중국발 위협도 억제할 수 있도록 임무·역할·책임을 조정하는 현대화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확고하게 견지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한국은 미국이 희망·요구하는 동맹 현대화의 목적과 방향을 모두 수용하기는 어렵지만 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며 상호 윈-윈 가능한 타협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는 중국의 팽창을 견제·봉쇄하기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 같아서 한국이 일방적으로 거부하기는 어려우나 동맹의 전략적 목적·역할 재조정,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 및 연합 지휘 체제의 변화, 방위비 분담 및 방위 부담 증대 등으로 연계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양국 간 긴밀한 정책 협의와 전략적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한·미 동맹의 변화 방향과 과제'에 대한 정 부소장의 연구 성과다.
◆장기적 대응책, 한·미 전략적 동맹 '협력 분업 구체화·제도화'
"한국의 정책 목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따른 한반도 전쟁 억제력(특히 대북 억제력) 공백 초래 방지와 국방 자강의 가속을 통한 한국 주도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 및 미·중 경쟁을 고려한 동맹 관리 및 외교적 균형 유지로 경제·외교적 위험 최소화다. 이를 위한 단기적 대응 방안은 ▲전략적 유연성의 범위·조건을 구체화해 합의 문서로 공식화 ▲주한미군의 감축 및 역외 지역 재배치를 가정한 군사적 대비 태세 점검 ▲전력 공백 시나리오별 대비 우선순위 표준화다.
'중기적 대응 방안'은 ▲장거리 정밀타격 전력(공대지 극초음속 미사일 등), 정보·감시·정찰·지휘통제(C4IISR) 시스템, 미사일 방어체계 등 한국 주도 연합 방위 역량 강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로드맵 현실적 재정비 ▲한·미·일 정보 공유·연합훈련 강화 ▲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정기적 정상회담)·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등과의 실질적 안보협력 확대 등 전략적 파트너 관계 확대다.
'장기적 대응 방안'은 ▲한·미 전략적 동맹 협력 분업 구체화·제도화(한국은 재래식 전력을 활용한 대북 방어에서 주도적 역할 담당, 미국은 대북한 확장 억제력 제공 및 대중국 억제를 위한 인·태 지역 군사 역량 강화에 집중) ▲미래지향적 전략 동맹 모델 설계 및 발전이다."
◆평택 캠프 험프리스, 미군 역외 신속 전개위한 중간기지화 가능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확대되면 주한미군의 기능과 역할이 한반도 역외 유사 사태 대응으로 확장됨에 따라 불가피하게 한·미 동맹의 구조·기능이 변화될 수 있다. '전통적 동맹'은 북한 위협 억지 및 한반도 방어 중심, 고정적 주둔 형태의 주한미군 배치, 한반도 위기 시 대규모 미국 본토 병력의 증원 등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향후의 동맹'은 한반도 방위 동맹과 지역(인도-태평양) 안보 동맹의 결합, 작전 지역의 한반도 역외 확대, 임무·기능의 확대 및 다변화, 한반도의 전략적 허브 역할, 기술 동맹·정보 동맹·산업 동맹으로의 확대 등의 성격을 가지게 될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 방위에 중점을 둔 동맹을 지역 안보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동맹으로 확대함에 따라 주한미군 기지를 전략적 허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평택 캠프 험프리스는 미군 해외기지 중 최대로서 미군의 역외 신속 전개를 위한 중간기지 및 재보급 기지로 운영 가능하다. 이밖에도 ▲미국 공군, 육군, 해병대, 특수전, 정보부대 등 통합 운용 ▲미 8군, 주한미군사령부, 유엔사령부, 미 7공군 등 집결 ▲동북아-대만-남중국해 작전 연결축의 중간 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무인기·극초음속 무기 등 상시 배치…다층 미사일 방어체계 통합
"미국은 글로벌 동맹 전략의 재검토 및 조정, 한· 미 동맹의 임무·역할 확대 및 방위비 분담, 대북한·중국 대응 방식 및 태세의 전환이라는 큰 틀에서 주한미군의 병력 조정 및 전력 구조 개편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국방 지도자들이 최근 언급하거나 강조한 내용을 분석하면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와 억제력은 단순한 병력 숫자가 아니라 능력·구성·운용 개념 및 방식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으므로 주한미군의 숫자 감소는 곧 전력 약화라는 단순 방정식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국방력의 핵심을 ‘병력 중심’에서 ‘능력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역동적 전력 운용과 분산 작전 개념을 적용해 주둔 병력의 숫자보다 부대 배치의 유연성과 신속 투사능력을 중시하고 있다. 향후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차원에서 대규모 육군 병력을 축소하는 대신 기동성·정밀타격·ISR 중심의 부대를 강화함으로써 지상군 중심의 전력 구조를 특수전, 공중 전력, 미사일 방어, 사이버 전력 중심 전력 구조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한미군은 F-35, KC-46 공중급유기, MQ-9 리퍼 무인기, 극초음속 무기 등을 상시 배치하고 사드·패트리엇·SM-6 등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를 통합함으로써 첨단 무기 집중의 전력 구조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방어 중심의 한·미 연합 지휘 체계를 원정·원거리 작전이 가능하도록 유연하게 재설계하고, C4ISR 시스템을 한반도뿐만 아니라 대만해협·남중국해 등에도 투입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것이다."
◆"주일미군-주한미군 연계 강화될 것"
"주한미군 기능과 역할이 한반도 역외 분쟁 대비로 확대되면 주한미군 사령관의 한국군 작전통제에 대한 적합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이렇게되면, 평시 작전과 위기 작전, 역외 지역 작전에 따른 통제 체계 분리 또는 협의 구조 정립이 필요해진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이 한국군에게로 이관되면 창설될 '미래 연합사령부'는 한국군 4성 장성이 지휘하고 미군이 부사령관 역할을 담당하며 비상시 공동 작전계획 수립이 필요해진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와 함께 한국이 동맹 차원에서 적절한 역할을 부담하길 기대하며 방위비 분담금과 자체 국방비의 대폭 증액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태평양 지역의 무력 공격을 명시하며 공통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행동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한·미 상호방위조약 3조를 근거로 한·미 동맹의 범위를 한반도에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을 포함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며 한국의 국방비 및 방위비 분담 증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동맹국에 더 많은 역할과 비용 분담을 요구하는 ‘동맹 현대화’ 전략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에 국방비 지출의 상당한 증액(최대 GDP 대비 5%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기 '우리가 북한 핵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해 주는데도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는다. 이건 미쳤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현재보다 최대 9배 많은 연간 100억 달러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제 조만간 이 같은 요구가 구체화된 압박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보인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역내 동맹 구조가 수레바퀴형에서 격자형 다자 네트워크로 전환됨에 따라 한·미·일 안보협력과 한·미 동맹이 긴밀히 연결되고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의 연계가 강화될 것이다. 그러면 ▲주한미군–주일미군–괌 기지 간의 작전 연동성 강화 ▲정보 공유, 미사일 경보, 연합훈련의 3자 협력 추진 ▲주한미군이 북한·중국·러시아 대응 중심에서 지역 집단 방위체제의 중심으로 역할 확장이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