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5.08.27 09:30
항공모함에서 출격하는 전투기 이미지. (출처=한국해양안보포럼)
항공모함에서 출격하는 전투기 이미지. (출처=한국해양안보포럼)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외교·안보전문가인 정춘일 한국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은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태평양 지역에서의 도련선(미국이 설정한 '동맹국의 도서 기지를 연결한 방어선') 방어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미국과 중국은 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보르네오 북부를 연결하는 제1도련선에서 상호 A2AD(중국의 서태평양의 영역지배 전략)를 위한 군사 전략 및 작전 개념을 수립하고 다각적으로 군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부소장은 "중국은 미국 해군의 접근을 차단하고 지역 거점 장악을 거부한다는 전략하에 미군의 접근 제한, 공해상 통제, 해상·공중 거부를 위한 능력을 구축하고 있다"며 "특히 대만해협과 동중국해·남중국해를 해상 실크로드와 내해 방어를 위한 핵심 이익 지역으로 규정하고 방어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은 제1도련선을 돌파해야만 서태평양 및 대만 인근을 자유롭게 항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중국의 진출 억제와 동맹 방어를 위한 군사태세를 강화하고 있으며, 일본·대만·필리핀과 연계한 연합 해상·공중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며 "미국은 서태평양 제1도련선에서의 중국 거부 전략 및 동맹 전략의 일환으로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 방위에 국한하지 않고 동북아 및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미군 작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유사시 주한미군을 대만해협, 남중국해, 인도-태평양 분쟁지역에도 투입할 수 있도록 한·미 동맹의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주일미군, 괌, 하와이 등과 연계해 공중·해상·우주·사이버 통합 억제 및 신속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미국의 제1도련선 중국 거부 전략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으로 연계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반도는 제1도련선 북단에 위치해 도련선 방어 및 돌파에 필수적인 기착지·관측지이자 군사력 전개 거점 역할을 담당할 수 있으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도련선 돌파 작전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중국이 제1도련선 방어를 강화할수록 미국은 주한미군·주일미군·괌 기지를 활용해 연합 억제력과 우발 상황 개입 준비 태세를 강화할 것"이라며 "특히,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의 항공 및 미사일 자산은 미국의 도련선 돌파 및 중국의 A2AD 무력화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는 한·미 동맹과 한국의 안보·외교·국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선 '한·미 동맹 측면'에선 제1도련선 방어 및 돌파 작전은 한·미 동맹의 전략적 중요성을 제고하고,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은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 압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계속해서 "'안보·외교 측면'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민감한 외교·안보 변수로 작용할 것이며, 향후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위기 시 한반도 상황의 안정과 역외작전 기여 간의 균형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국방 전략 측면'에선 한국군의 독자적 방위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며, 유사시 주한미군의 일부가 전개됨에도 한반도 방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위체계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정 부소장의 서태평양 관련 미국의 전략과 관련한 연구성과다. 

◆주한미군, 한반도 유사시 한반도 '역외 지역 전환 운용' 가능성

"주한미군을 유사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 한반도 역외 지역으로 차출·전환해 작전에 투입하는 방식은 병력·자산의 직접 전개(항공 전력, 해상전력), 인접 기지(일본, 괌 등)와 연계한 탄력적 전개, 전구 작전 사령부(인·태사령부, 주일미군, 7함대 등) 주도 운용 등이다.

'직접적 전력 투입 가능성'은 오산·군산 공군기지의 F-16·A-10·KC-135 등은 공중급유를 받아 대만 인근으로 전개할 수 있지만 장시간 지속적인 작전 운용은 제한되며, MQ-1C 무인기와 ISR 자산은 정보 수집 및 정찰 임무에 활용될 수 있다. '간접 지원 역할 담당'은 한반도 내 군사 기지들이 지원·수송 등 후방 보급 및 병참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주한미군은 주일미군, 괌·하와이 등 인도-태평양 전력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어서 한반도 유사시 한·미 연합 전력을 형성하는 해·공군과 해병대 전력이 한반도 역외 지역으로 전환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 

사드와 PAC-3 등 미사일 방어 전력은 한반도 및 미군기지 방어 전력으로서 대만해협 등 역외 지역에서 운용할 수 없다. 해병대 제1 해병 항공 기동여단은 상시 주둔이 아닌 전개 형태의 전력으로서 대만 유사시 인근 해역에 전개할 수 있다. 한국 해군기지는 요코스카·사세보 주둔 7함대와 연계해 항공모함과 구축함 및 잠수함 운용을 지원할 수 있다."

◆주한미군, 주력 전력 아닌 '연합 보조 전력' 운용 가능

"주한미군은 서태평양 도련선의 A2AD 방어선을 돌파할 수 있는 주력 전력으로 보기 어려우며, 다만 미국 해군 7함대와 괌·하와이·주일미군 전력 중심하에서 연합 보조 전력으로는 운용할 수 있다. 대만 유사시 초기 정보·감시·정찰, 전자전, 적 방공망 제압 등 지원과 기지·병참 거점 기능을 중심으로 제한되게 활용할 수 있다.

중국의 A2AD 거점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스텔스 전투 항공기 플랫폼과 장거리 타격 체계를 우선 사용하고, 연합 ISR·전자전·사이버 전력을 집중적으로 운용해 적의 C4ISR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어야 한다. 주한미군은 미군 전체 작전 지속성 유지 및 전력 분산·보완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주한미군 전력을 서태평양 유사시 전환 운용하는 전략적 유연성은 현재의 주한미군 전력 구조를 고려하면 '해양작전 전환 소요'는 적지만 동맹의 전략적 메시지 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는 한·미 동맹의 위협이 북한만이 아닌 중국을 지향한다는 동맹의 성격 변화와 직결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하면 한반도가 도련선의 안정된 닻(anchor)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대륙에서의 중국군 견제 효과가 제고될 수 있으며, 한·미 연합 작전계획을 다변화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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