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8.26 18:28
회의장인 HICO·목조건물인 만찬장 등 행사 핵심 무대 설치 작업 구슬땀
영부인들 찾는 '고요한 풍광' 불국사…대미 장식할 기념촬영 장소로 적격

[뉴스웍스/경주=정현준 기자]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0월 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의사를 밝히면서 경주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와 경주에서 만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김 총비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자리에 모이는 '역사적 장면'이 연출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진다.
APEC 정상회의를 두 달여 앞두고, 기자는 정상들의 동선을 따라 1박 2일 일정으로 경주 현장을 찾았다. 2005년 부산 APEC 이후 2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현장은 뜨거운 여름 날씨만큼이나 분주했다.
지난 25일 오전, 첫 일정은 정상회의가 열릴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였다. 연면적 3만㎡가 넘는 대형 건물은 현재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었다. 3층 등박스 및 벽체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준비지원단 관계자는 "현재 공정률이 63%"라고 귀띔했다. 안전모를 쓴 작업자들은 두 달 뒤 세계 정상들을 맞을 공간을 완성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HICO는 이번 APEC 정상회의의 핵심 무대다. 2015년 개관한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의 이 건물은 정상회의장과 양자회의장, 기업자문위원회(ABAC) 대화공간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아직 미완의 공간이지만, 현장에는 긴장감과 속도가 감돌았다.

HICO를 나서자 곧바로 국제미디어센터 신축 공사가 눈에 들어왔다. 연면적 6000㎡, 지상 2층 규모의 건물은 기자실, 브리핑룸, 인터뷰룸 등으로 꾸려진다. 벽판넬 및 창호 틀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곳의 공정률은 74%로, 외관은 제법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버스로 이동한 경주엑스포대공원에서는 경제전시장 조성이 한창이었다. 산업역사관·첨단미래산업관·강소기업관 등이 들어서며, 현대차와 삼성 등 대기업들이 부스에서 첨단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기자가 방문한 날 기온은 36도를 가리킨 가운데, 뙤약볕 속에서 작업자들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막바지 손길을 더하고 있었다. 이동 중에 곳곳에서 도로 정비 작업이 한창인 것을 볼 수 있었다. 현장에서 잠깐 밖에 있어도 땀이 많이 흐를 정도의 무더위 속에서도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각자가 분주한 모습이었다.

오후에는 국립경주박물관 중정에 마련되는 만찬장을 찾았다. 목조건물로 성덕대왕 신종과 함께 미디어 아트, K-팝 공연 무대가 마련될 예정이다. 특히 정상들의 친교 공간으로 영상을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될 핵심 공간이다. 준비지원단은 "약 50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회의 이후 2년간 기념 전시관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립경주박물관도 APEC 정상회의 기간 특별한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흩어져 있던 신라의 여섯 개 금관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공개될 예정이다. 정상들은 박물관 관람을 마친 뒤 계단을 통해 곧장 만찬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해가 저물 무렵 찾은 황리단길은 관광객들이 붐볐다. 대릉원(천마총) 등 신라 왕릉이 주변에 자리해 산책이나 사진 촬영을 하다 보면 능의 일부가 자연스럽게 배경에 담겼다. 전통 한복을 차려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고, 골목마다 카페와 음식점에는 간식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경주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은 이 거리는 APEC 이후 더욱 많은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들뜬 분위기 속에서 현장의 목소리는 다소 달랐다. 신라 문양이 새겨진 빵을 파는 한 가게 주인은 "시에서 간판 통일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주차장과 화장실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오래가는 진정한 문화 거리라면 콘텐츠가 다양해야 하는데, 십원빵·찰보리빵·쫀디기·캐리커처·타로·전동차 대여 등 일부 업종에만 몰려 아쉽다"며 "일본어 간판과 메뉴가 지나치게 많아 경주의 정체성이 흐려질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둘째 날 오전에는 각국 정상들의 영부인들이 찾을 불국사로 향했다. 경주의 상징이자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곳은 APEC 정상들의 단체 사진 촬영 장소로 예정돼 있다. 토함산 자락에 자리한 사찰은 청운교·백운교, 연화교·칠보교, 석가탑과 다보탑, 무구 정광 대다나리경, 비로전의 금동아미타여래좌상, 극락전의 금동비로자나불좌상 등 총 일곱 점의 국보를 간직하고 있다.
고즈넉한 사찰 마당에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석탑이나 교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고요한 풍광과 천년의 역사적 무게가 어우러진 불국사는 머지않아 세계 정상들이 함께 기념 촬영을 하며 대미를 장식하기에 더없이 어울려 보였다.

아직은 곳곳에 공사 중인 현장이 많았지만, 9월 말이면 주요 시설이 모두 완공될 예정이다. 10월부터는 시 운영을 거쳐 막바지 준비에 들어가고 정상회의가 열리는 순간 경주는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릴 예정이다. APEC 이후 가을빛이 무르익을 11월, 다시 찾는 경주는 지금과 다른 매력을 주는 도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