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9.06 08:00
수출 2위 지역 '미국 아닌 아세안'…정부, 수출기업 지원 총력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관세 영향으로 미국으로의 수출은 감소했으나,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가 호조를 이어가면서 월간 수출은 6월부터 월별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이에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작년(6836억달러) 실적 돌파가 기대된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수출은 584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3% 증가했다. 일평균 수출은 26억달러로 5.8% 늘었다. 올해 1~8월 수출액은 4540억달러로 1년 전보다 0.9% 증가했다.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유지 중이다.
8월에는 15개 주력 수출품목 가운데 3개 품목만 증가하는데 그쳤으나, 반도체 호조가 다른 품목의 부진을 덮었다. 8월 중 반도체 수출은 151억달러로 사상 최대 수출액을 2개월 만에 경신했다. 서버용 중심의 견조한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메모리 고정가격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1년 전보다 27.1% 증가했다.
올해 월간 반도체 수출은 2월(96억달러)를 제외한 모든 달에서 100억달러를 넘고 있으며, 5월부터는 130억달러를 상회 중이다. 1~8월 수출액은 1031억달러로, 남은 4개월간 평균 97억달러 이상 수출하면 역대 1위인 작년 반도체 수출액(1419억달러)를 뛰어넘는다.
현 흐름으로는 1위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이나, 트럼프 리스크는 위험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산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예외를 적용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꽤 상당한 반도체 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15% 상호관세 부과 영향으로 대미 수출은 감소하고 있다. 8월 대미 수출은 87억4000만달러로 자동차·일반기계·철강 등 주력 수출품목이 감소하면서 12.0% 줄었다. 6개월 만에 1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그나마 대아세안 수출이 석 달째 늘면서 대미 수출 감소 영향을 완화하고 있다. 7월부터 수출 2위 지역은 미국이 아닌 아세안 지역인 상황이다. 수출 1위 지역은 중국이다. 8월 대중 수출액은 110억1000만달러로 2.9% 줄었지만, 올해 기준 7월(110억4000만달러)에 이은 2위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의 품목 및 지역별 격차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일평균 수출은 역대 2위 수준인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일평균 수출은 올해 두 번째로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며 "트럼프 관세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대미국 수출 둔화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수출 1위 달성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우선 관세 피해기업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 단기적으로 13조6000억원의 긴급 경영자금을 지원한다. 수출기업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무역보험은 역대 최대 수준인 270조원 규모로 공급한다. 4200억원 규모의 수출바우처도 지원한다.
여타 품목 대비 높은 50% 수준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철강·알루미늄·파생상품에 대해서는 이차보전사업을 신설해 피해 중소·중견기업의 이자 부담을 경감할 계획이다. 무역협회는 피해기업(회원사)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의 긴급 저리 융자자금을 별도 편성해 지원한다.
마케팅 기회는 대폭 확대한다. 하반기 해외전시회·사절단·한류박람회 지원 대상을 1600개사에서 3000개사까지 확대하고, 지역 특화 전시회 개최도 18개에서 68개로 대폭 늘려 지원한다. 10월에는 APEC과 연계한 '붐업 코리아 위크'를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인 2000개사의 바이어를 유치할 계획이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수출 증가율은 4분기부터 기저효과가 작용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현재 미국의 고용, 소비 추세나 기업들의 추가 가격 전가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수출 증가율은 현재 수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