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영환 기자
  • 입력 2025.09.23 08:36

요금 차등·RE100·ESS·송전망 병행 해법 제시

전라남도 신안군 자은도 북서쪽 공유수면해상에 위치한 전남해상풍력 1단지에 10MW급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전라남도 신안군 자은도 북서쪽 공유수면해상에 위치한 전남해상풍력 1단지에 10MW급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뉴스웍스=김영환 기자] 전남이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생산지로 부상했지만, 과잉 공급과 계통 포화가 맞물려 출력제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와 RE100 산업단지 조성,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 ESS 투자, 송전망 확충 병행 등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남도·산업통상자원부·전력거래소 자료를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 재생에너지 3020 정책 시행 이후 전남 태양광 출력제한 일수는 2017년 0일에서 2023년 2일, 지난해 26일, 올해 상반기 44일로 급증했다. 올해 봄 93일 중 30일 제한을 실시하며 계절별 수급 불균형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남도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 재생에너지 총발전량은 7만1664GWh, 역내 판매량은 3만3580GWh로 잉여율이 53.1%였다. 태양광 7087GWh로 전국 1위, 풍력 644GWh로 전국 3위를 기록했다.

전력망 포화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전국 205개 변전소 중 호남권 164개소를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해 2031년 12월까지 신규 인허가를 중단했다. 전남 발전사업 허가 3만1345건(2만6174MW) 중 상업운전은 1만9456건(5942MW, 22.7%)에 그쳤으며 1만1889건(2만232MW, 77.3%)이 계통 포화로 대기 중이다.

전력거래소 분석과 제주 사례를 보면 2023년 제주 출력제한은 181건을 기록했고 호남에서는 2021년 신안군에서 첫 제한(3회)이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계통 확충 없이 재생설비를 확대해 구조적 병목이 고착화 했다"고 지적했다.

전남도는 올해 제1차 ESS 공모에서 1조5000억원 규모 SS(523MW·3138MWh)를 확보했다. 하루 45만 가구 분 전력을 저장해 출력제한 완화와 계통 유연성 제고에 기여할 전망이다. 업계는 올해 상반기 제한량(6만4057MWh) 기준 1MW당 연간 약 4200만원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3월 지역계통협의회에서 송전선로·변전설비 신설이 필수라고 강조했지만 신장성·시종 변전소 인허가가 지자체 협의 지연으로 20개월이 넘게 지체됐다. 전남도 에너지산업국은 분산에너지법 개정과 요금 차등제 도입을 건의했다. 최근 농어촌 주민과 지자체간의 태양광 밀집 지역의 농로 침수와 경관 훼손을 우려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역 군 관계자는 "보상과 수익 공유 방안을 함께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SS 설치에 따른 화재 위험과 부지 확보 문제도 제기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남 서남권 재생에너지 공급 규모를 원전 15기에 비유하며 지난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이 지역 전력 자립 전환의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도매요금 차등제 도입, 내년 소매요금 단계 적용을 추진 중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비수도권·제주 3권역에 호남 특화 권역을 신설해 전남 15~20%, 광주 10~15% 할인하고 수도권 10~15% 할증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서울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전기요금을 kWh당 3.27원 인상하면 재화·서비스 생산이 238억원 감소해 기업의 비수도권 이전 유인이 커질 전망이다.

마을공동체의 태양광발전시설. (사진제공=산업부)
마을공동체의 태양광발전시설. (사진제공=산업부)

남서권에 조성할 그린에너지 산업단지는 신안 해상풍력(8.2GW) 연계 그린수소 생산시설, 523MW·3138MWh ESS 클러스터, AI 데이터센터, 2차전지·반도체 후공정·그린철강 제조업을 집적한다. 광주 RE100 국가산단은 2차전지 제조, 반도체 후공정, AI 컴퓨팅 인프라를 육성하며 입주기업에 5년간 법인세 15% 감면, 장기 PPA, 그린뉴딜 펀드, 원스톱 인허가를 지원한다.

호남권 송전망 확충은 2025~2027년 단계별로 진행된다. 345kV 송전선 5개 노선, 서해안 HVDC 2개 노선, 154kV 송전선 36개 노선을 구축하며 2026년 중간 모니터링과 2028년 ESS 1GW 구축, 2030년 그린수소 연 5만톤 생산 성과 지표를 설정했다. 절차 간소화를 위한 국가핵심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도 추진한다.

미국 SFR그룹이 최대 50조원 규모 AI 데이터센터 캠퍼스 건립을 검토하고 있으나, 자회사 재무 문제로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전남도는 "투자가 현실화되면 지역 산업구조 전환의 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 1000대 기업 중 87%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지만 전력자급률은 72%에 불과하다. 반면 비수도권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92.1%를 차지하고 있어 수요 기업과의 불균형 해소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들 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되면 5년간 광주·전남 신산업 분야 10조원 투자를 유치하고 직·간접 고용 5만명을 창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간 3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2030년까지 에너지 기본소득 재원 1조원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어 출력제한 최소화, 장거리 송전 손실 감소, 지역 순환형 에너지자립 기반 강화로 에너지 시스템 선순환 구조를 구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 산업 전문가는 "재정 부담과 입법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지자체와 주민 협의체를 구축이 시급하다"며 "보상·수익 공유제를 통해 주민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실행 일정과 성과 지표를 명확히 설정해야 실효성을 담보할 것"이라고 덧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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