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광석 기자
  • 입력 2025.09.25 12:00

여야 합의에도 8월 이어 9월 국회서도 통과 불투명
美 50% 관세 및 친환경 전환 비용에 허리띠 졸라매

포항제철소 철강 공정. (사진제공=포스코)
포항제철소 철강 공정. (사진제공=포스코)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철강산업을 국가안보 핵심산업으로 지정하고 지원하기 위한 ‘K-스틸법’이 지난 8월 임시국회에 이어, 이달 정기국회 통과도 사실상 무산되면서 철강업계의 한숨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각국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무역장벽 대응 및 친환경 제철 전환, 자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K-스틸법의 조속한 법제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K-스틸법은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이날 열리는 만큼 아직 상임위 소위에 계류 중인 K-스틸법이 이날 중 소위와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심사까지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69개 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다만 국민의힘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및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방송 3법 후속) 등 일부 쟁점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예고한 상태다.

통상 필리버스터는 사흘 이상 지속되기에 이론적으로는 그 시간 동안 상임위 논의와 법제위 심사를 마치고 추가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조직법 갈등 때문에 나머지 민생법안들이 본회의에 볼모로 잡혀 있는 이상, K-스틸법은 야당 반대로 상임위 문턱에서 막힐 가능성이 높다.

철강업계 고위 관계자는 “애초 지난달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사안을 일부 쟁점법안 때문에 처리 못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지금 이 시간에도 중소 철강사들 대부분은 미국의 50% 품목 관세나 감당하지 못할 친환경 비용에 존폐를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초 발의된 K-스틸법은 철강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요 내용은 ▲철강산업 국가안보 핵심 산업 지정에 따른 정부 특별 지원 근거 마련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두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설치 ▲전문 인력 양성 지원 및 불공정 무역 행위 정부 차원 대응 ▲수소환원제철 등 친환경 기술 개발에 대한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원 ▲포항·광양 등 주요 철강 생산 거점 녹색철강 특구 지정 후 인프라 및 전력 공급망 지원 등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1~3고로 가동 모습. (사진제공=현대제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1~3고로 가동 모습. (사진제공=현대제철)

현대제철 등은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 지원을 통해 평소 골칫거리였던 수십조원에 달하는 수소환원제철 및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미국에 조 단위 투자를 결정한 상황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50% 관세 및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탄소규제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는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세아제강도 마찬가지다.

나아가 철강산업을 대통령 직속으로 관리하게 되면 중국의 덤핑 판매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나아가 자동차·조선·건설 등 철강 전후방 산업 경쟁력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철강사들은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바라고 있지만, 법안의 접근법과 실효성에 대한 이견차가 상존한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K-스틸법을 추진하되, 철강산업을 단순한 산업 지원이 아닌 국가 안보와 저탄소 사회 전환의 일환으로 강조하고 있다. K-스틸법을 당론으로 채택한 것은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이나, 철강업계가 직면한 복합 위기에 대한 긴급 지원 성격이 강하다.

업계에서는 한국철강자원협회가 K-스틸법이 탄소중립 이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고철(철스크랩) 전문 기업들이 산업단지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법안에 담겨 있지 않아 아쉬워하고 있다. 아울러 대기업에 편중된 지원과 국가안보 핵심 산업 지정 이후 정부의 행정적 간섭 및 규제 강화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된다.

중소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철강으로의 전환을 위한 정교한 설계와 중소기업과의 상생 방안이 필요하다”며 “법안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는 만큼 일단 현재 계류 중인 법안부터 신속 처리한 뒤 시행령과 후속 법안을 통해 실효성 있는 구체적 지원책을 담았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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