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9.24 16:30
지난해 '블루오션' 시스템 오류로 중단…"국내 증권사 책임 없다" 결론
금융당국, 보상 체계 마련·매뉴얼 정비에도…"안정적인 정규장 거래 선호"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거래 체결 시스템 '셧다운'으로 1년 넘게 개점휴업 상태였던 미국 주식 주간거래가 이르면 오는 11월 4일 다시 시작된다.
다만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지난해 주문 지연 사태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거래 안정성이 떨어진다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는 오는 11월 초부터 서비스 재개 희망 증권사에 한해 순차적으로 주간거래 서비스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 서비스 중단 이후 약 1년 3개월 만이다.
거래 중단 사태 직전 기준 미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를 지원한 증권사는 삼성증권을 포함해 총 19개(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KB증권·NH투자증권·메리츠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하나증권·대신증권·교보증권·상상인증권·유안타증권·유진투자증권·카카오페이증권·한화투자증권·iM증권·LS증권·토스증권)다.
시장에서는 국내 증권사들이 이르면 한국시간 기준 미국장이 열리는 첫 평일인 11월 4일을 목표로 서비스 재개를 준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낮 시간 미국 주식 거래에 갈증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많은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다수 증권사가 동시에 서비스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달부터 실거래 환경에서의 모의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서비스 재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삼성증권이 처음 도입한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는 한국시간 기준 낮 시간에도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는 점에서 '서학개미'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5일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블랙먼데이' 당시 블루오션은 거래 체결 시스템이 셧다운돼 오후 2시 45분 이후 체결된 거래를 일괄적으로 취소했다. 사고 발생 이후 국내 증권업계는 공동 대응을 결정하고, 지난해 8월 16일부터 현재까지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 제공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사고 발생 후 블루오션은 국내 투자자들의 주문 일방 취소에 대한 보상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국내 증권사들이 사전에 이를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판단, 증권사의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중 삼성증권만이 금융당국의 판단과 반대로 주문 지연 사태를 겪은 투자자들에게 위로금 명목의 상품권을 지급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11월 미국 주식 주간거래 재개 전 복수 거래 채널 확보와 ▲롤백 시스템 구축 ▲거래 위험 사전 고지 ▲증권사 보상 체계 마련 ▲장애 대응 매뉴얼 정비 등을 투자자 보호 강화 명분으로 내세웠다. 특히 블루오션뿐만 아니라 '문', '브루스' 등의 ATS와도 복수의 계약을 체결해 셧다운 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망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투자자 보호 체계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주간거래 재개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일부 주문 지연, 결제 오류 등은 개인 투자자가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만약 거래가 또다시 중단된다면 일부 투자자들에게는 '보상 불가'라는 결론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주식 주간거래를 주로 이용해 왔다는 한 투자자는 "현재 국내 증시가 워낙 좋은 상황인데다, 퇴근 이후 (미국 주식) 정규장을 이용하고 있어 재개 후에도 이용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이 내년부터 '24시간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 투자자는 "아무리 대체거래소가 제2, 제3 백업 회사를 가지고 있더라도 정규장의 안정성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정규거래소가 한국시간 기준 낮 시간 거래를 지원하면, 안정성 측면에서 해당 경로를 이용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증권업계 내부에서는 이번 재개가 단순히 '서비스 복원' 차원을 넘어 투자자 신뢰 회복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최근 SGI서울보증과 KT, 롯데카드 등 잇따른 해킹 사고가 발생했을 뿐더러 새로 취임한 이찬진 금감원장 역시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내세웠기에, 사고 발생 시 표면적인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금감원은 "거래 재개 이후 내부 통제 미흡 등으로 대규모 전산사고 등이 발생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주식 주간거래 재개 시점이 아직 약 한 달가량 남아 있는 만큼 구체적인 피해 보상 기준·절차 마련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지난해와 같은 사고 발생 시 투자자 손실에 대해 명확한 보상 기준 마련 가이드라인이 (당국으로부터)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에 대한 내용이 전달되면 절차에 맞게 서비스 재개를 차질 없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